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428채 사들여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한 100억원대 전세사기 범행을 주도한 컨설팅업체 대표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27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 컨설팅업체 사장 최모 씨에게 징역 1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컨설팅업체 직원들과 무자본 갭투자자들도 징역 8월~징역 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서울 시내 빌라·다세대 주택 단지.[사진=뉴스핌DB] |
앞서 최씨는 피해자들에게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을 안내하고 국세·지방세 완납증명서도 확인시켜 줬다며 기망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들을 속이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 판사는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동시거래 수법을 통해 여러 피해자들을 기망해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하게 하고 이를 편취했다"며 "보증보험 가입과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시켜줬다는 것만으로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부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범행 대상이 된 신축빌라, 다세대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객관적 시세가 형성돼 있지 않고 따라서 부동산 거래 경험과 관련 자료가 부족했던 피해자들은 주거 목적으로 이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시세를 알지 못한 채 매매대금과 비슷한 수준의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했다"며 "수사기관에서 피해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전세사기 범행은 서민층과 사회초년생들의 삶을 뿌리채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특히 이 사건은 다수가 암묵적으로 조직·계획해서 범행을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질책했다.
특히 최씨에 대해서는 "범행을 전부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조직의 총책으로 범행 가담 정도가 매우 무거운 점, 피해자의 수가 많고 피해규모가 막대한 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해 피고인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그에 상응하는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수도권 일대에서 부동산 컨설팅업체 사장·부장·직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으로 주택을 매매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통해 주택 428채를 사들이면서 피해자 75명으로부터 총 113억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직접 전세사기 범행을 실행한 것을 넘어 무자본 갭투자자들에게 명의를 빌려 주고 그에 따른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