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4.75% 수준에서 동결했다.
영란은행은 지난 8월과 11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꺾이지 않으면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런던 금융시장에서는 영란은행이 내년에도 쉽사리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 [사진=로이터 뉴스핌] |
영란은행은 이날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위원 9명 중 6명의 찬성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나머지 3명은 0.25%포인트 인하에 투표했다.
금리 동결에 찬성한 6명은 최근 임금과 상품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을 증가시켰다"는 입장을 보였다.
영란은행도 성명을 통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약간 게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반면 금리 인하에 투표한 3명은 "매우 제한적인(very restrictive) 금리 정책은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보다 훨씬 낮추고, 경제에 부당하게 많은 잉여 생산 능력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리 동결은 금융시장에서도 '확정적' 수준으로 예견했던 일이다.
전날 영국의 11월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2.6%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10월의 2.3%에 비해 0.3%포인트 높아진 것이며 지난 3월 3.2%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특히 지난 9월 1.7%를 기록한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0.9%포인트나 급등했다. 이 같은 수치는 G7(주요 7개국)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2025년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3%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영국의 향후 경제 성장과 금리에 대한 전망은 적잖은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는 이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에 언제, 얼마나 금리를 인하할지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란은행은 기존의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속적으로 2%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주 로이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금융시장 이코노미스트들은 내년에 영란은행이 총 4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단 2차례 인하 쪽으로 예측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금리 인하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영란은행 직원들은 영국 경제가 올 4분기 0%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는 11월에 예측한 0.3% 성장보다 크게 나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영란은행은 이날 "영국의 단기 활동 지표 대부분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영국 경제는 지난 9월과 10월 수축세를 보였으며 이로써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연속 월별 산출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지난 10월 말 내년도 예산안에 250억 파운드의 세금 인상을 발표한 이후 기업 심리도 떨어지고 있다.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란은행은 리브스 장관의 기록적인 세금 인상 폭주로 인해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고 일자리를 줄이면서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은행 조사에 따르면 영국 노동당 정부가 세금 대폭 인상 등의 정책을 추진하자 기업들은 직원들의 급여를 낮추고 상품 가격을 인상하는 한편 신규 채용은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