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産) 화석 연료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작년 액화석유가스(LNG) 수입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향해 "미국 석유와 가스를 더 많이 사지 않으면 무역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지만 유럽은 미국 LNG를 더 많이 구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이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3796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삼성중공업] |
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회원국들이 작년 러시아에서 수입한 LNG는 1712만t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1491만t에 비해 14.8% 늘어난 것이다.
2022년에는 1636만t, 2021년에는 1403만t, 2020년에는 1468만t, 2019에는 1526만t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3년 동안에는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전쟁 발발 이후 오히려 수입량이 늘었다.
러시아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프랑스와 스페인, 벨기에 등 3국으로 전체 러시아 LNG 수입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서 저렴한 LNG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수입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유럽이 미국산 LNG를 더 많이 구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대서양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매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러시아 LNG를 미국산으로 바꾸는 것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EU는 가스 구매자가 아니다"라면서 "EU 집행위는 유럽 기업들이 미국산 LNG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트럼프에게 알리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LNG 구매는 시장 논리에 따라 개별 회원국과 기업이 결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산 LNG가 러시아산보다 더 비싼 것도 걸림돌 중에 하나이다.
현재 미국산 LNG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에 비해 2배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이고, 미국 내에서 유통되는 것보다 약 3배 이상이라고 FT는 보도했다.
EU 고위 관계자는 "가격 문제는 섬세하고 결정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이 미국산 LNG를 사겠다고 결정할 경우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유럽 기업들은 지정학적 요인 등을 감안해 점차 미국 LNG 수입을 늘리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S&P 글로벌 커모디티 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업체들은 이미 1030만t 규모의 수출입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미국은 여기에 950만t 이상을 추가 공급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FT는 "전체적인 미국의 공급 능력은 작년에 EU가 수입한 러시아산 LNG 물량 1700만t을 넘어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