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수세에 몰려 퇴각을 거듭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에 포위돼 몰살당할 위험에 처한 것은 아니라고 로이터통신이 미국과 유럽의 정보 관계자를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 보도가 사실일 경우 트럼프와 푸틴이 실제의 전쟁 상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공개하고 퍼뜨려 종전 협상을 왜곡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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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과 유럽 정부의 정보에 정통한 관리 3명을 인용해 "최근 며칠 동안 쿠르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점령지를 잃었지만 러시아군에 포위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전멸 또는 학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정보와 전황 판단은 중앙정보국(CIA)을 포함한 미국 정보기관들이 백악관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도 지난 14일 "러시아군이 쿠르스크나 우크라이나 전선의 다른 지역에서 상당수의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지리적 위치 증거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CIA, 국가정보국(DNI) 등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우크라이나군이 포위당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푸틴이 전장의 현실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지금 이 순간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 군대에 완전히 포위되어 매우 열악하고 취약한 위치에 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그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본 적이 없는 끔찍한 학살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워싱턴 케네디센터 연설과 18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이 포위당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듯 같은 날 국가안보회의에서 "그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하면 생명을 보장받고 국제법과 러시아 연방의 법률에 따라 합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군인들을 인도주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포위 여부와 상관없이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 점령지를 대부분 잃었고 극히 일부만 차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작년 8월 기습 공격으로 한때 1300㎢에 달하는 땅을 점령했지만 현재는 80㎢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