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23년 상반기 산재 759건…일주일에 3번 꼴
반복되는 끼임 사고…"인재(人災)를 시스템으로 막아야"
[서울=뉴스핌] 남라다 기자 = 또다시 SPC 생산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사고는 경기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일어났다.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도중에 발생한 사망사고였다.
2022년 10월 SPL 공장 사망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동일한 유형의 참사가 반복되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실제 2022년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는 여성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발생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SPL 제빵공장에서는 50대 여성 근로자가 작업 중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골절상을 당했으며, 20대 외주업체 직원이 컨베이어가 내려앉는 사고로 머리 부상을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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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남라다 기자 |
성남 샤니 제빵공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2023년 8월에 50대 여성 근로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졌다. 이 공장에서도 사망 사고 외에도 근로자 손 끼임 등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인명사고 범위를 넓히면 산업재해 건수는 더 늘어난다. SPC 주요 16개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2018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5년 6개월 간 총 759건으로 집계됐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152여건이며, 일주일에 3번 꼴로 사고성 산재가 발생하는 셈이다.
SPC그룹도 안전 대책에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SPC그룹 회장은 2022년 10월 끼임 사망사고 발생 이후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경영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집행된 자금은 84%에 해당하는 835억원에 그쳤다. 어떤 설비를 얼마나 도입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SPC그룹 측의 약속이 사실상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SPC는 안전경영위원회를 신설해 안전보건 조치 실행과 관리감독을 강화한다고 국민들 앞에 약속했다. 산업안전보건 전담 인력도 확충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해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겠다는 대책도 함께 내놨다. 그럼에도 끼임 사고가 지속되자 당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무마용'에 그친 것 아니었냐는 의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안전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인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계 안전장치 미흡, 인력 부족, 현장 중심의 관리·감독 문제 등 총체적 부실이 낳은 인재(人災)란 지적이다. 끼임 사고는 이러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SPC그룹은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경영 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기업 철학 위에 세워진 생산 현장에서는 오롯이 근로자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중시하시 않고 기본 안전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공장에서 만든 제품의 품질을 만족해 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SPC가 반복되는 산재를 막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이윤을 쫓기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정도 경영, 허울 뿐인 말보다 실천이다. 근로자의 목숨이 담보되지 않는 공장은 더 이상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이제는 진짜 '외양간'을 고칠 시간이다. 법에 근거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장마다 관리감독 인원을 적절히 배치해 철저히 시스템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SPC가 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nr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