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특검법 새정부 1호 법안 '과거 청산' 의지
추경 추진 이어 시장, 구내 매점, 거래소 방문
정상 통화 미 일 중 순...동맹 축 中과 관계 모색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일주일은 향후 국정 기조의 색깔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과거 청산을 토대로 현장 중심의 소통을 통한 경제 챙기기와 한미 동맹을 축으로 한 균형 외교로 요약할 수 있다. 측근인 '믿을맨'을 내각의 전면에 포진시켜 임기 초반 안정속 개혁의 '속도전'을 예고했다.
우선 이 대통령은 과거 청산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내란 특검·김건희 여사 특검·채상병 특검' 법안을 새 정부 1호 법안으로 서명한 데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내란 종식이 국민이 자신에게 부여한 시대적 과제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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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두 번째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6.10 [사진=대통령실] |
이 대통령은 11일 SNS에 3대 특검 출범 사실을 알리며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뜻이 국정 전반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3대 특검 법안은 한마디로 과거 청산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장 중심의 소통도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식이 끝난 뒤 예고 없이 인근 재래시장을 깜짝 방문한 것은 현장 중심의 국정 운영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함께 이날 오전 11시께 동작구 사당동의 남성사계시장을 약 23분간 방문, 주민들과 격의 없이 악수하며 인사했다.
이 대통령은 10일에는 직원 식당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황인권 경호처장 등 일부 참모들과 점심 식사를 한 뒤 구내매점에서 출입기자단과 만났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과 웃으며 악수하고 커피를 마시며 20여 분간 환담했다.
이 대통령은 11일에는 한국거래소에 방문해 시장 불공정성 해소와 배당 환경 개선 등을 통한 증시 활성화 방침을 강조했다. 대선 때 약속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기 위한 상징적인 발걸음이었다.
현장 행보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노선을 대변한다. 이 대통령은 이념이 아니라 먹고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대통령의 '먹사니즘', '잘사니즘'이라는 용어에 이런 대통령의 생각이 배어있다.
이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위한 행보도 본격화한다. 2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서두르고 있다.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이 대통령이 이르면 12일이나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경제단체장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주요 7개국, 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국내외 경제 상황을 점검하고 당면 현안에 대한 경제계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다. 경제 회복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기조도 엿볼 수 있었다. 미국과 일본, 중국 순으로 이어진 정상 통화는 앞으로 우리 외교의 우선 순위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 동맹을 축으로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추진하되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등한시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균형 외교 입장을 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이 대통령의 국제 외교 데뷔 무대다. 이 기간 중 미·일 정상 등과 여러 형태로 회동할 가능성이 높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신뢰의 물꼬를 트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측근 중심의 인사 기조도 뚜렷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에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을 지명하고 비서실장엔 3선의 강훈식 의원을 임명했다. 국가안보실장에는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명됐다. 측근 기용을 통한 안정 속 속도전을 예고한 것이다.
안보팀은 실용 노선을 잘 보여준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이고 이종석 원장 후보자는 자주 노선을 강조하는 '자주파'로 분류된다. 한미 동맹과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하는 동시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도 잘 풀어가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실용주의 인사다.
'친정형 인사 기조'는 향후 내각 인선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믿을맨 기용으로 체제 정비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leej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