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 분위기 속 상법 개정 언급 있었나
이 대통령 상법 개정 의지 확고...재계는 난색
첫 상견례 자리 민감한 논의 없었을 수도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5대 그룹 총수, 경제단체장이 지난 13일 처음으로 대통령실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당초 1시간으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도시락 오찬을 포함해 2시간 20분간 이어졌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통령 당선 후 자서전을 읽었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는 등 대체로 편안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기업이 경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규제 합리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불필요하거나 행정 편의에 따른 규제는 과감히 정리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재계의 관심은 이 같은 분위기에서 상법 개정에 관한 논의까지 이어졌는지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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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멀티캠퍼스 역삼 SSAFY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청년 취업 지원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스핌DB] |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재계는 이 같은 개정이 경영 판단을 법적 책임과 직결시킬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통상 문제나 예민한 주제는 뒤로 미루자"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의 상법 개정 의지는 명확하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방문 당시 "상법 개정은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핵심 제도 개편"이라며 주가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최근에 그래도 선거 후에 시장이 많이 안정이 돼서 주가도 많이 오르고 그래서 저도 마음이 참 편하다"며 상법 개정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내비치기도 했다.
재계는 이사 충실 의무의 해석 범위를 우려하고 있다. 충실 의무는 이사가 회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적 책임이지만, 주가 하락이나 사업 실패와 같은 경영상 판단이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재계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5대 경제단체 공동 정책제안서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공동 정책제안에는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배임죄 요건 완화, 경제형벌의 행정제재 전환 등 제도 개선 요구안이 담겨 있다.
경영판단 원칙은 이사가 합리적 판단과 성실한 의사결정을 했다면 결과에 따른 손해 발생에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개념으로, 미국·독일 등 주요국은 이를 법률이나 판례를 통해 제도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법률이 없어, 실제 책임 여부를 기업인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는 기업이 과감한 투자나 신산업 진출에 나서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재계는 "경제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 못지않게, 기업인의 사법 리스크를 완화하는 구조적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이번 회동은 규제보다는 소통과 신뢰 회복에 방점을 둔 첫 상견례 성격이라는 점에서 민감한 정책 현안은 논의하지 않았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열린 간담회인 만큼 통상 등 경제계 주요 현안을 청취하는 자리였을 것"이라며 "보통 재계와 첫 회동 자리는 투자와 고용 등을 당부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