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뉴욕증시는 26일(현지시간) 미국의 관세 협상 연장 기대감 속에 상승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휴전 유지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에 무게를 싣는 경제 지표들도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뉴욕증권거래소(NYMEX)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4.41포인트(0.94%) 오른 4만3386.84에 마감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8.86포인트(0.80%) 상승한 6141.02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94.36포인트(0.97%) 전진한 2만167.91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은 이번 주 들어서만 2.9% 상승했으며, 2월 말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인 6147.43을 불과 몇 포인트 앞두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들 [사진=블룸버그]

이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다음 달 8일까지인) 유예 기간이 아마도 연장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이 최종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투자사 베어드 투자 전략 애널리스트 로스 메이필드는 "시장에는 광범위한 모멘텀과 기술적 지지선 외에도, 오늘 발표된 일부 경제 지표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감률 확정치가 전분기 대비 연율 마이너스(−)0.5%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발표된 −0.2%(잠정치)에서 0.3%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로, 미 경제가 분기 기준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22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이다.

미 고용 시장도 둔화 조짐을 보였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14일로 끝난 주간의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7만4000건으로 직전주보다 3만7000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11월 이후 3년 반 만에 최고치다.

다만 지난주(6월15~2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6000건으로 전주 대비 1만건 줄었고, 시장 예상치도 밑돌았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또 다른 신호로 읽혔다.

미국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투자 이사인 빌 노시는 "시장 움직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금리 인하 시점이 2025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겨졌다는 점"이라며, "현재 시장은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토머스 바킨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책 선택지를 미리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관세가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만큼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관세 효과가 제한적일 경우 올가을 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고,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전날 "불확실한 경제 전망 속에서 올해 말 금리 인하 쪽에 기울고 있다"고 밝혔다.

CME의 페드워치(FedWatch) 툴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7월 연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22% 이상으로 보고 있으며, 첫 금리 인하가 9월에 단행될 가능성은 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주들은 연준이 레버리지 규제 완화를 제안한 후 강세를 보였다. 이 제안은 대형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자산에 대해 보유해야 할 자본 수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해리스 파이낸셜 그룹 매니징 파트너 제이미 콕스는 "시장은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더 낮은 금리, 은행 부문 규제 완화, 유럽의 긴축에서 재정 부양으로의 전환, 인플레이션 및 관세 압력 완화 등을 예상한다"며 "이것은 우리가 경계하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가를 짓눌렀던 지정학적 리스크도 최근 며칠 새 완화됐다.

초반에는 불안정해 보였던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이 현재까지는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과 이란 당국자 간 회담이 다음 주 중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진전에 따라 이번 주 유가는 초반 급등 이후 급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진정됐다.

미국 증시가 반등한 데에는 여전히 견조한 기업 실적, 안정적인 노동시장, 인공지능(AI) 관련 투자 열기 재점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기술 대형주들은 이번 반등 국면에서처럼 이날도 광범위한 시장 상승을 이끌었다. AI 대표주인 엔비디아는 0.46% 상승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메타 플랫폼스는 2.46% 올랐으며, 알파벳은 1.68% 상승했다.

스포츠웨어 업체 나이키는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2.81% 상승했다.

구리 가격이 3개월래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프리포트 맥모란과 서던 코퍼의 주가를 각각 6.85%, 7.79% 끌어올렸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