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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주선했다지만 푸틴이 설계한 러·우 회담장 문턱은 높다"

기사입력 : 2025년08월20일 13:13

최종수정 : 2025년08월20일 13:31

협상 결렬을 위한 협상 준비
트럼프 한 사람을 위해 준비된 연극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만남 자리를 확실히 주선했다고 강조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실제 얼굴을 마주할 것인가를 두고 서구 언론들 사이에선 의구심이 여전하다.

젤렌스키라는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 꺼릴 정도로 경멸하는 태도로 일관했던 푸틴이라, 젤렌스키를 겨냥해 양자 회담장의 문턱을 계속 높일 것이라는 관측 또한 잇따른다.

◆ "광대랑? 격이 안 맞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불법적 지도자', 정통성을 상실한 지도자로 간주한다. 전쟁을 핑계로 선거를 미루며 그 자리에 눌러 앉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푸틴의 나팔수인 러시아 국영TV 역시  그를 "광대"라고 경멸한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내세웠던 명분 중 하나는 젤렌스키 정부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친 러시아 주민을 학살한 범죄 집단이라는 것이었다.

2019년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만 해도 러시아어를 배우고 자란 그가 친(親) 러시아 성향의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가 크렘린 안팎에서 일부 고개를 들었다. 그 기대가 무색하게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반(反) 러시아 노선으로 일관했고, 러시아의 태도 역시 급변했다.

젤렌스키는 유대인계로 알려져 있지만 푸틴은 자신의 유대인 친구들의 말을 빌어 "젤레스키는 유대인이 아니며 유대인들을 먹칠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개전 이후 줄곧 젤렌스키와 대면 협상을 거부했던 크렘린 입장에서는 두 정상간 대면 회담이 자칫 정치적 함정일 수 있다고 경계한다. 서방 세력들이 힘을 합쳐 모호한 말 장난으로 러시아의 손발을 옭아맬 수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까지 가세하면 많이 피곤해진다.

1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재진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회담장 문턱을 높이는 전략

때문에 젤렌스키가 회담장에 들어서기 전에 러시아측이 미리 문턱을 높이는 전략, 우크라이나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을 계속 내걸 가능성이 도사린다.

뉴욕타임스(NYT)의 경우 푸틴은 젤렌스키가 사실상 항복을 수용하는 경우에만 만나려 들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핵심 요구를 수용할 준비가 됐다는 게 확실해질 때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 응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정치학 교수 그리고리 골로소프는 "두 정상간 만남이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조짐은 없다고 본다"면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항복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는 게 분명할 때 회담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의 안보 전문가인 드미트리 트레닌 역시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양보에 만족할 때 그를 만나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영토 할양과 병력 규모 제한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의 바람대로 되려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동부 돈바스 영토를 러시아에 할양하라고 더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이처럼 푸틴이 대내외적으로 확실한 승리를 외칠 수 있어야 평화협정 체결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러시아측 전문가들의 의견이지만, 유럽 주요국과 우크라이나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키이우 로이터=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10일 새벽(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발생한 화염이 밤하늘로 치솟고 있다. 2025.07.10. ihjang67@newspim.com

◆ 협상 결렬을 위한 협상 준비

이를 모를 리 없는 러시아 수뇌부의 머리 속은 협상 파탄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유럽에 떠넘긴 뒤 전쟁을 계속 이어가려는 생각으로 채워져 있을지 모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계했다.

신문은 푸틴의 의도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며 설사 러·우 양자회담이 성사되더라도 그가 수용 불가능한 조건들을 우크라이나에 강요하면서 협상 결렬을 위한 협상장으로 만들어 놓을 위험이 도사린다고 짚었다. 이 경우 상황은 푸틴의 지연 전술대로 굴러갈 수 있다.

그 조짐은 세르게이 라블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19일 국영TV 로시야24 채널에 출연해 푸틴-젤렌스키 양자회담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지만 "국가 지도자간 회담은 매우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블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회담을 어떤 형태가 됐든(양자 회담이든 3자 회담이든)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회담이 언론 보도거리나 저녁 방송용을 위해 추진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지금까지 제시했던 선결 조건에 맞는 방안을 준비해오지 않으면 회담장 문턱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대더라도 공회전에 그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 트럼프 한 사람을 위해 준비된 연극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래스카 회담 후 두 정상(푸틴과 젤렌스키)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8일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회담 중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후 "두 정상간 회담을 위한 조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크렘린은 언제나 그러하듯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확언하기도, 서두르는 기색도 전혀 없다.

유리 우샤코프 푸틴 대통령 외교정책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 통화를 설명하면서도 푸틴-젤렌스키 양자회담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푸틴과 트럼프 두 정상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직접 대화에 더 많은 고위관리들이 참가하는 기회를 논의했다"고만 말했다.

러시아 중진 의원인 콘스탄틴 자툴린은 푸틴-젤렌스키 회담은 그 자체가 크렘린의 양보라고 평했다.

그는 "크렘린이 젤렌스키와의 회담을 고려하는 것은 트럼프와 합의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협상 파트너는 젤렌스키가 아닌 트럼프라는 의미이자, 트럼프 한 사람만 만족시킬 수 있다면 이 공연은 성공적이라는 이야기다.

다만 "일부 러시아 관리들은 푸틴 대통령이 어떤 경우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지만 젤렌스키와 회담은 그 가능성을 무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한 사안이라 '검토'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모스크바의 정치 분석가 마하일 비노그라도프는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 동의하더라도 러시아의 선전 매체들은 180도 달라진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에 큰 정치적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앵커리지 로이터=뉴스핌] 김근철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뒤 악수하며 헤어지고 있다. 2025.08.16 kckim100@newspim.com

 

kongsikpar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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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텔 이어 삼성도 지분 내놔라?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법(CHIPS Act)상 보조금을 활용해 인텔 지분 확보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다른 반도체 기업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삼성전자, 마이크론, TSMC 등 미국 내 공장 건설과 투자를 진행 중인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시절 약속된 정부 보조금 제공과 맞바꿔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화하면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미국 정부에 지분을 넘기고 싶지 않다면 보조금을 포기해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업들의 순익 전망과 투자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미국의 산업정책이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는 업계의 불만과 비난 또한 커질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성격상 귀담아 들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러트닉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거래에서 실질적 이익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며 "왜 1천억 달러 규모의 기업에 돈을 줘야 하는가. 우리는 약속한 보조금을 지급하되,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 미국 납세자들에게 혜택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확보할 경우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지만, 러트닉 장관은 "경영권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는 전례가 없는 것이며, "이는 대기업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이란 진단이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인텔에 이어 반도체법 보조금을 가장 많이 받는 미국 기업이며, 삼성전자와 TSMC 역시 주요 수혜 대상"이라며 "이번 검토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6월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는데, 트럼프 정부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승인 조건으로 '황금주(golden share)'를 확보해 주요 경영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 [사진=삼성전자] wonjc6@newspim.com   2025-08-2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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