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25일 관계성 범죄 종합대책 발표
올해 1~7월 살인사건 앞서 관계성범죄 발생 사례 70건 분석
접근금지 대상자 기동순찰대 집중 배치 및 연락시 알리는 앱 개발 추진
가해자·피해자 데이터 통합 및 AI로 재범 위험성 평가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경찰이 스토킹과 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에 대한 시스템 고도화 및 피해자 보고 강화 등이 포함된 종합대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25일 밝혔다.
최근 관계성 범죄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기존 대응 정책을 재정비하고 고도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경찰청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살인사건 중 앞서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폭력 피해가 있었던 사건 70건을 상세히 분석해 11개 정책과제를 수립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가정폭력이 39건(55.7%)으로 가장 많았고, ▲교제폭력 18건(25.7%) ▲스토킹 9건(12.8%) ▲성폭력 3건(4.3%) ▲성매매 1건(1.5%) 순이었다.
70건 중에서 과거 신고 등 범행 이력이 있는 경우는 30건이었다. 이 중 스토킹처벌법이나 가정폭력처벌법상 보호조치가 이뤄진 이력이 있는 건은 23건이었다. 보호조치로는 ▲접근금지 46회 ▲유치장 유치 2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상담위탁 각 1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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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성 범죄 사건 분석 [자료=경찰청] |
우선 경찰은 가해자를 대상으로 전자발찌·유치·구속을 적극 신청해 격리하고, 접근금지 처분을 받은 재범 고위험군 주변에 기동순찰대를 집중 배치해 재범을 차단하도록 했다.
접근금지 처분 대상자가 피해자에게 전화나 문자 등 연락을 할 경우 이를 자동으로 인식해 경찰에게 알리는 앱을 개발할 계획이다.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하는 관계성 범죄의 특성상 자동신고 앱은 가해자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제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현재 앱 개발 관련 예산은 확보된 상태이며 내년부터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경찰과 법무부 간 시스템 연계도 추진할 계획이다.
피해자 보호 체계도 강화한다. 가해자 제재조치나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격리 기간이 종료될 경우 피해자 점검을 의무화하고, 피해자에게 민간경호, 지능형 폐쇄회로(CC)TV 등 안전조치를 취한다.
여성가족부와 협업을 통해 피해자의 위험도와 특성에 따라 보호와 지원을 제공하는 '경찰-관계기관 공동 점검(모니터링) 체제'도 구축한다.
한편 경찰은 현재 분산 관리 중인 가해자·피해자 데이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한다. 축적된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재범 위험성을 평가 및 감지하는 '사회적 약자 보호 종합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수치화된 위험성 평가와 재범 감지가 가능해진다면 선제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계성 범죄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있어 관계부처와 협업이 필수적이다. 경찰과 법무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이 참여하는 '관계성 범죄 대응 정책협의체'를 구성한다. 협의체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경찰과 검찰이 운영하고 있는 '스토킹범죄 대응 협의회'를 개편해 협의 대상과 참여 부처를 확대한 것이다.
정책적 노력에도 치안 현장에서는 법적 한계로 인해 적극적인 개입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신고가 급증하고 있는 교제폭력은 관련 법률이 부재해 경찰의 조치가 제한적으로 집행되고 있다.
경찰은 교제폭력 관련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제재 등의 규정을 입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미 시행 중인 '스토킹처벌법'과 '가정폭력처벌법'도 보호조치를 보완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경찰관들이 관계성 범죄 사안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경찰관 직무집행법에서 형 감면대상 직무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종합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체 추진과제를 점검·보완하면서 동시에 관계부처 협업과제와 입법과제 또한 총괄 관리해 대책이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조주은 여성안전학교폭력대책관은 "여성 폭력 방지와 관련해 핵심요소로 예방,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와 함께 파트너십이 추가되는 추세"라면서 "이번 종합대책에는 일선 직원들의 정책 제언 등을 통해 이러한 요소들이 골고루 섞도록 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