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사무분담·사건배당 관여는 사법권 독립 침해"
법조계 "재판 공정성·독립성 없다는 인식 심어줄 수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거대 여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논의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반대 의견을 낸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계속되는 여당의 사법부 압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행정처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의 발의한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 이른바 '내란 특별법'에 대해 검토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위한 특별재판부 설치 내용 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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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 법원행정처 "위헌적 제도로 해석될 여지 적지 않아"
법안에 따르면 내란 의혹 관련 사건 1심을 서울중앙지법에 설치된 특별재판부가 전담한다. 재판부는 3인 판사로 구성되며, 판결문에는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하게 돼 있다. 재판 과정은 녹음·녹화·촬영 및 언론 브리핑이 허용되며, 1심은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한다.
항소심 역시 서울고법에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심리하며, 1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별재판부와 영장전담법관은 국회, 법원,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으로 구성된 9인 위원의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 구성한다.
이에 대해 행정처는 "사무분담이나 사건배당에 관한 법원의 전속적 권한은 사법권 독립의 한 내용"이라며 "국회 또는 변협이 특정 사건을 전담할 특별영장전담법관이나 특별재판부 구성에 관여해 개별 사건의 사무분담과 사건배당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이에 대한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정처는 특별영장전담법관과 특별재판부 후보자 추천에 대해서도 후보자 추천 및 임명 구조가 상당한 정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아울러 행정처는 "특정한 사건을 심판하기 위한 특별영장전담법관·재판부 설치는 헌법이 예정하고 있지 않은 위헌적 제도라고 해석될 여지가 적지 않고, 피고인들이 재판부 구성의 위헌성을 문제 삼아 재판절차 진행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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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 [사진=뉴스핌DB] |
◆ 李선거법 사건 때도 강하게 반발…법조계 "역 상황 인지해야"
사법부 판단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공직선거법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자 '사법 개혁의 신호탄', '사법부를 이용한 야당 죽이기',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 '사법살인' 등으로 사법부를 강하게 공격했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10대 2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안, 대법관 수를 30명까지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 등을 발의했다. 아울러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을 했던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맹공을 퍼부은 바 있다.
한 부장판사는 "입법부가 특별재판부를 통해 재판을 진행한 후 없애는 것은 삼권분립에 반하고,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없다는 인식과 함께 사법부를 경시하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이후에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 '특별재판부 만들어서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애초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통해 사법부를 자주 압박하긴 했는데, 현재는 이 대통령의 임기 초반이기도 하고 비상계엄 여파가 남아있다 보니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재판부가 원하는 판단을 내놓지 않으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 없다. 현재는 이렇게 강하게 압박할 수 있지만, 이후 정권이나 국회 구도가 바뀌면 역으로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