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올해 국내 바이오 기술 수출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올 상반기에만 12조원을 돌파하며 플랫폼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바이오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글로벌 트렌드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췄다고 안도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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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김신영 기자 |
최근 중국이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며 혁신 신약 개발과 기술수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점을 볼 때, 국내 바이오산업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앞서 가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산업계 뿐만 아니라 규제 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정치권까지 모두 공감하고 있다. 지난 3일 식약처 주최로 열린 '2025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 개회식에서 오유경 식약처장은 "식약처는 환경 변화에 맞춰 안전과 무관한 규제를 개선하고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규제 혁신 의지를 피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또한 축사를 통해 "바이오 육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간 기준을 맞추는 것으로, 이를 위해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바이오산업에서의 규제 혁신은 다방면으로 거론된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이 앞다투어 신약 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흐름에 맞춰 국내 또한 임상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전폭적인 예산 지원 및 세제 혜택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의 의미를 보다 본질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라는 표현 조차 낡았다는 시각도 있다.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의 현실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국과 일본은 네거티브 규제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 들어올 수 있는 플랫폼을 열어두고 있다"며 "기존 제도를 부분적으로 개선하는 포지티브식 규제 완화로는 혁신기술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바이오산업 규제는 해외 사례를 따라가는 '팔로워' 성격이 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규제 자체가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시장에 나오지 않은 혁신기술을 선도적으로 이끌어내는 '퍼스트 무버형' 규제가 없다면 주도권을 뺏기는 셈이다.
규제 당국인 식약처의 역량은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인력 부족과 전문성이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기술 등 높은 이해도를 요구하는 분야를 심사하는 인력이 부족해 심사 기간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한국 과학기술전략과 바이오산업의 미래 방향'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식약처의 바이오의약품 허가 과정에 있어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로, 정교한 과학적 근거와 첨단기술 이해도를 요구하는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심사관의 인력과 전문성 부족을 꼽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대비 심사 인력 규모와 경험 차이가 커지면서, 신약의 출시 지연과 매출 손실, 투자 위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바이오산업의 성패는 기술력 뿐만 아니라 규제의 철학과 속도에 달려 있다. 혁신을 뒷받침하는 규제가 없다면 'K-바이오'의 성장과 글로벌 도약도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규제 패러다임을 정립할 때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