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어쩔수가없다'가 선정된 가운데, 박찬욱 감독이 위기의 영화계에 역할을 하고픈 마음을 드러냈다.
17일 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개막작 '어쩔수가없다'가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국내에서 최초로 상영됐다. 이후 진행된 개막작 기자회견에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해 부산을 찾은 소감과 함께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박찬욱 감독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 선보이게 돼 감개무량하고 부산영화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해온 가운데 개막작으로 온 것은 처음이라 설렌다. 게다가 30주년이라고 한다.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떨리는 마음을 안고 오늘 개막식에 참석할까 한다"고 국내 첫 상영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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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핌] 최지환 기자 = 박찬욱 감독이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7 choipix16@newspim.com |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란 기쁜 소식과 함께,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영화도시 부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박찬욱 감독은 "제 거의 모든 영화를 부산에서 일부 장면이라도 촬영을 해왔고 어떤 영화는 더 많이 찍기도 했다. 꼭 촬영이 아니어도 부산에 오는 걸 좋아하고 안찍으면 섭섭하다는 마음으로 억지로라도 촬영 분량을 만들어 넣기도 했다"면서 부산에 애정을 드러냈다.
또 "시나리오를 쓸 때도 오랫동안 지낼 때도 많고 바다 있고 아주 복잡한 도시 풍경도 있다. 영화가 필요로 하는 모든 환경을 다 갖춘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다양한 구석구석 골목골목이 정취가 담겨 있어서 영화들을 하기도, 만들기도, 시나리오를 쓰기도 좋은 곳"이라고 영화의 도시 부산을 설명했다.
'어쩔수가없다'에서는 제지공장에 재직하던 주인공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업계의 위기를 절감하고, '어쩔수가없는' 상황을 헤쳐가는 상황이 계속된다. 이같은 영화 속 설정이 국내를 비롯해 영화업계가 처한 상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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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핌] 최지환 기자 = 박찬욱 감독이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7 choipix16@newspim.com |
박찬욱 감독은 "관객분들이야 뭐 각자 자기의 삶 자기의 직업에 맞춰 생각하실 것"이라면서도 "다만 저는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종이 만드는 일이 엄청나게 중요하고 대단한 일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데 주인공들은 자신의 인생 자체라고 말한다. 영화를 만드는 저로서는 영화라는 것도 어찌 보면 무슨 삶에 큰,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일도 아니고 그저 2시간 짜리를 오락거리 뿐이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런 일에 가진 것을 다 쏟아부어서 일을 한다. 그래서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제가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그 심경을 좀 알 것 같은 기분인 거다. 지금 영화 업계가 좀 어렵고 특히 우리나라가 조금 더 다른 나라보다 더디다. 팬데믹 상황에서 회복이 더딘 상태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영영 이 상태에 머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영화가 이 늪에서 좀 빠져나오는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겠나 생각을 하게 된다"고 침체된 영화 산업을 언급했다.
1990년대에 나온 원작이 현재와는 별 차이가 없지만, 우리가 앞둔 AI 시대에 대한 고찰도 빼놓지 않고 담았다. 박 감독은 "미국과 한국의 차이도 별로 본질적이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도끼'라는 원작 소설은 시간이 흘러도 계속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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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핌] 최지환 기자 = 박찬욱 감독이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9.17 choipix16@newspim.com |
그러면서 "다만 AI의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좀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 산업과 일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단계는 아니지만 발전 속도를 거의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고 조만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아무것도, 아무도 모를 것 같은 혼돈 상태에서 시도한 아이디어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담겨 있다. 각본의 정말 마지막 단계에서 도입됐고 계속 편집과 후반 작업이 끝난 후에도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려고 노력했다"고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을 담아낸 과정을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앞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9분간 기립박수를 이끌어내 호평받았으며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국제관객상을 수상했다. 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 17일 개막식 이후 공식 상영된다. 국내 개봉은 오는 24일이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