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유전 수출 협상, 부채 상환 보장 문제로 교착
파월 "연준 어려운 상황"...시장은 여전히 10월과 12월 추가 인하 전망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 흐름이 이어지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더해지면서 23일(현지시간)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의 원유 수출 재개 합의가 지연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달러 이상 상승 마감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12월물은 1.1% 상승한 3,81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은 장 초반 온스당 3,790.82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쓴 뒤 한국시간 기준 24일 오전 2시 45분 기준 0.8% 오른 3,777.80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예상보다 빠른 인플레이션 위험이 지속되는 동시에, 고용 성장 부진으로 노동시장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중앙은행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RJO 퓨처스의 시장 전략가 밥 하버콘은 "금 시장은 그의 연설에서 지난주와 톤을 달리할 만한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인식했고, 이는 금값 상승 흐름을 바꿀 만큼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트레이더들은 여전히 연준이 이달 초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10월과 12월에도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26일 발표될 예정인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쏠려 있다. 이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다.
한편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는 러시아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한 것을 규탄하며 "점점 무책임한 행동 패턴"이라고 지적하고, "모든 필요한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스스로를 방어하겠다고 경고했다.
코메르츠방크는 보고서에서 "ETF 투자자들의 강한 매수세가 금값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금리 인하 기대, 연준 독립성에 대한 우려, 지정학적 긴장 등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인민은행이 상하이금거래소를 활용해 우호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매입하고 자국 내에 보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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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배럴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가는 쿠르드 유전 수출 재개 지연 소식에 상승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1월물은 1.06달러(1.6%) 오른 배럴당 67.63달러에,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1.13달러(1.8%) 상승한 63.41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터키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통한 수출은 합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날까지 재개되지 않았다. 두 주요 산유업체가 부채 상환 보증을 요구하며 교착 상태가 이어진 것이다.
이라크 연방 정부, 쿠르드 지방 정부, 그리고 석유 기업 간 합의는 하루 약 23만 배럴 규모의 쿠르드산 원유를 글로벌 시장에 재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수출은 2023년 3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브렌트유와 WTI는 앞서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약 3%가량 떨어졌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수석 애널리스트 필 플린은 "이번 사례는 '원유가 실제로 펌핑되기 전까지는 믿지 말라'는 교훈을 잘 보여준다"며 "시장은 쿠르드 유전 협상 보도에 매도세를 보였지만, 합의가 무산되자 그 물량이 시장에서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드론의 잇따른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이 타격을 입는 가운데, 러시아가 일부 기업에 대해 디젤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유가 상승 배경이 됐다. 특히, 전날 밤에는 송유관 2곳이 공격을 받아 러시아 주요 상품거래소인 스피멕스(Spimex)에서 휘발유와 디젤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CIBC 프라이빗 웰스 그룹의 수석 에너지 트레이더 레베카 배빈은 "러시아가 정제량을 줄이면 단기적으로는 원유 수출이 증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오래 지속될 수 없고 결국 생산 중단(shut-ins)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석유 시장은 공급 증가와 수요 둔화를 동시에 맞닥뜨리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신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석유 공급이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며, 2026년에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주요 산유국 연합체)의 증산과 비(非)OPEC 공급 증가로 잉여 공급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