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 대상 용적률 20%~30% 완화키로
한남뉴타운, 남산경관보호 위한 90m 높이 규제 고수
층수 못올리고 건폐율만 늘어나는 기형 단지 양산 예상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서울시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옛 뉴타운인 재정비촉진지구에 대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을 30% 이상 더 완화키로 했지만 서울 재촉지구 중에서도 최고 입지로 꼽히는 한남뉴타운은 해당사항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적률은 서울시 방침에 따라 추가로 받을 수 있지만 층수를 올릴 수가 없어서다. 층수를 높이지 못한 채 늘어난 용적률을 적용하게 되면 건폐율(대지면적 대비 건물 바닥면적 비율)만 늘어 동간 거리가 좁아진다. 이렇게 되면 빽빽하게 건물이 들어서는 단지가 설계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미 인기 주거지역으로 올라선 한남뉴타운에 대한 투기 차단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또다른 시각에서는 강남 대체 효과가 있는 한남뉴타운의 공급량을 늘리지 못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28일 서울시의 재정비촉진지구에 대한 용적률 완화 등을 담은 규제철폐 혁신안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최고 입지를 자랑하는 한남뉴타운은 혜택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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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미아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 2구역을 찾은 자리에서 재촉지구에 대한 용적률 상향 방침을 밝혔다. [사진=뉴스핌DB[ |
서울시는 지난 24일 재정비촉진지구내 정비사업에 대해 용적률 완화 등을 담은 규제철폐혁신안 36호의 적용을 선언했다. 1호 사업장인 강북구 미아뉴타운 2구역 현장을 찾은 오세훈 시장은 "재정비촉진사업은 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추어진 미니신도시급의 정비사업으로 역세권이 아니더라도 용적률을 1.2배까지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해 사업성 확보와 동시에 고품질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촉지구 규제 철폐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아직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재촉지구는 사업계획을 변경해 용적률을 상향할 수 있다. 1호 사업장인 미아2구역은 기존 사업계획의 용적률(260%)보다 20% 올린 310% 용적률이 적용된 사업계획 변경에 나설 예정이다.
다만 이같은 규제철폐혁신안은 한남뉴타운에는 '그림의 떡'에 머물 전망이다. 한남뉴타운은 남산경관 보호를 이유로 90미터(m) 높이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제는 2016년 박원순 시장 시절 도입됐다. 당시 뉴타운 출구전략에 힘을 쏟던 박 시장은 종전까지 110m였던 남산경관보호 높이 규제 기준을 강화했으며 이를 뉴타운 최고 입지인 한남뉴타운을 겨냥한 '출구전략'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촉지구에 대한 용적률 완화가 서울시 재정비 사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남산경관보호 높이규제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용적률을 늘려 분양주택을 확대하는 사업계획은 가능하지만 층수를 올리는 것은 지금으로선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남산경관보호 높이규제는 오세훈 시장 재취임 이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다. 최소 오 시장 재임시절 설정된 110m로 환원될 것이란 기대감이었다. 하지만 한강변 재건축 '35층 룰'이 폐기된 지금도 남산경관보호 높이규제는 확고하게 지켜지고 있다. 특히 한남2구역을 수주한 대우건설은 높이제한 118m 완화를 수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었다.
실제 사업계획이 나온 한남 2~5구역 모두 90m 높이 기준에 따라 ▲2구역 최고 14층 ▲3구역 최고 22층 ▲4구역 최고 23층 ▲5구역 최고 23층으로 각각 계획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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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시의 용적률 완화 방침은 같은 재촉지구인 한남뉴타운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높이 규제에 따라 한남뉴타운은 사실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층수를 높이지 않고 상향된 용적률을 활용하려면 결국 건폐율을 늘려 아파트를 평면으로 넓게 지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단지 내부가 조밀하게 구성돼 녹지 공간이 줄고 동간 거리가 가까워져 사생활 보호도 어려워진다.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19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받은 한남3구역의 경우 심의 당시 사업계획의 건폐율은 42% 수준으로 통상 아파트 단지 건폐율인 20~30%를 훌쩍 뛰어넘은 바 있다. 한남동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건폐율 40%를 넘는 아파트는 1970년~1980년대 민간 건설사가 지은 중층 아파트 수준"이라며 "한남3구역의 종전 사업계획에서는 동간 거리가 최소 9m 떨어진 경우가 있었는데 주민들이 대거 반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상향된 용적률을 적용하면 분양 주택수가 늘어나는 만큼 조합원 입장에선 분담금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건폐율이 높은 단지는 인기가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단지 가치가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도 감수해야한다. 이에 따라 한남뉴타운 주민들의 높이 규제 110m 환원 등을 비롯한 반발도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남뉴타운의 경우 이미 모든 규제가 망라돼 있는 인기주거지역인만큼 높이 규제를 풀어주면 특혜 시비가 나올 우려는 있다"면서도 "다만 한남뉴타운은 서울 뉴타운 중에서도 강남 대체효과가 있는 사업장인데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