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9개월 만에 졸업' 신동아건설에
1조 손실 뒤 흑자 전환한 태영건설까지
업계 전반은 여전히 '찬바람'
"회복은 시기상조"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부동산 불황 속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로 추락했던 중견 건설사들이 잇달아 회생에 성공하며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와 인허가 감소 등을 이유로 업계 전반은 여전히 냉각기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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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주요 경영지표 [그래픽=홍종현 미술기자] |
◆ 법정관리 벗어난 신동아·태영건설, 자구 노력 통한 '기적의 복귀'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은 이달 1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종결 신청서'의 최종 승인을 받으며 기업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지난 1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9개월 만이다.
신동아건설은 2022년부터 고분양가와 부실공사 논란이 겹쳐 대거 미분양된 영향으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2023년 말 기준 신동아건설의 부채비율은 428.75%로 전년 동기(349.26%) 대비 80%포인트(p)가량 높았다. 법정관리의 주요 원인으로는 경기 화성시에서 진행하던 개발사업의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 실패와 지난해 12월 만기가 도래한 60억원의 어음 상환 불발이 꼽혔다.
신동아건설은 회생절차 신청 직후부터 회사의 투명 경영 의지를 바탕으로 채권단의 협조를 구하기 시작했다. 재판부는 "내년도 회생채권을 조기 변제하고 출자전환 및 감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했으며, 임시 주주총회로 새 경영진을 선임해 경영 정상화의 틀을 마련했다"고 판시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서울회생법원의 신속한 절차 진행과 DIP 대출(회생기업 자금 대여) 승인으로 조기 졸업이 가능했다"며 "회생계획에 따라 나머지 회생채권도 성실하게 변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12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중견 건설사 태영건설 또한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영건설은 건설업 호황기 당시 무리하게 확장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으로 인한 재무 건전성 악화를 이기지 못해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같은 해 3분기 말 기준 태영건설의 PF 대출 잔액은 약 4조4100억원, PF 우발채무 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당시 태영건설 자기자본의 3.7배에 달했다.
2024년 3월에는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2023년 말 연결 기준 자본총계가 -5626억원을 기록하며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에 빠져서다. 태영건설은 자구책으로 태영인더스트리(물류 계열사), 에코비트(환경 계열사), 블루원(골프장 운영 계열사) 등 매각과 출자전환, 영구채 발행 등을 제시했고 대부분 이행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206억원, 순이익 668억원을 내며 2023년 순손실 1조4570억원이라는 기록을 뒤로 하고 흑자 전환했다.
워크아웃 중에도 신규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2월 공사비 1280억원 규모의 경기 의정부 장암6구역 주택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되며 민간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 신호탄을 쐈다. 올해에는 과천시 우면산간 도시고속화도로 지하화공사 실시설계(공사비 약 6700억원 규모) 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올해 국토부 시공능력평가 20위권에도 다시 이름을 올렸다. 시평액이 2조3296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24위)보다 상승한 19위에 오르면서 2023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복귀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진행 중인 PF 사업장의 정리와 기업개선계획의 성실한 이행을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 건설업 회복 아직 멀었다…"올해는 지나야 가능"
중견 건설사 두 곳의 신속한 워크아웃 극복기가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건설업계 전반이 회복세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두 사례는 경영진의 자구 노력과 채권단 합의가 결합한 이례적 경우라는 진단이 나온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키스콘)에 따르면 올해 1~9월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486곳으로 전년 동기(435건) 대비 11.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폐업한 전문건설업체는 총 2083곳에 달했다.
올 2분기 건설업 총자산증가율은 -0.29%로 전년 동기(2.20%) 대비 2.49%p(포인트) 하락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1.95%)와 4분기(-1.01%)에 역성장을 이어가다 지난 1분기 1.73%로 잠깐 회복했지만, 2분기에 다시 꺾였다.
금융비용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건설업 차입금 대비 평균이자율은 4.61%로 높은 수준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등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211.31%로 전년(229.70%) 대비 낮아졌다. 평균 부채비율은 128.46%로 올 1분기(130.22%)보다 내려갔지만, 차입금의존도는 25.59%로 전 분기(25.10%) 대비 높아졌다.
부동산 PF도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업계 재무 건전성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소재 지역과 사업 성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지방 미분양물량이 아직 해소되지 못한 상태"하며 "수도권의 신규 인허가가 부진한 점 또한 향후 해결 과제인 데다 잔여 부실 사업장들은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열위해 정리 및 재구조화 과정에서 손실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건설 업황이 개선되려면 최소 반기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건설 경기는 뚜렷한 회복세 없이 장기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건설 기업 체감경기가 더욱 부진한 상황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 착공 등 선행지표가 2022~2023년 큰 폭으로 줄어들어 올해까지 경기 부진을 상쇄하긴 어렵다"며 "주거용을 중심으로 한 민간 건축 부문의 성장 잠재력 약화가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는 만큼 지방경기 활성화나 중소건설사 지원 등의 맞춤형 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의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모두 어려운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높은 공사비와 고금리, 부동산 PF 부실 문제로 인한 금융 제약, 건설 관련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당분간 어려운 건설 경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