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온실가스 53~61% 감축 목표 확정
이행 설계 압박 속 '수소환원제철' 주목
경제성과 인프라, 정책 모두 '숙제'로 남아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국내 철강업계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내세우는 수소환원제철이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 자체의 가능성은 확인되고 있지만 경제성과 에너지 인프라, 정책 지원, 시장 수요 등 다층적 과제가 남아 있어 단순한 기술 전환을 넘어 산업 구조 전체의 재편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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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에서 생산되는 열연. [사진=현대제철] |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확정하면서 철강업의 감축 기여 압박이 한층 커졌다. 목표 달성을 위해 기술·비용 리스크를 현실적으로 관리할 '이행 설계'가 관건으로 부상했고, 대안 기술로 꼽히는 수소환원제철의 중요성도 동시에 부각됐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 환원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이다. 그러나 생산 비용은 기존 고로 방식 대비 최소 3~5배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생산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수소 조달 비용이 결정적인 변수다.
그린수소 가격이 1~2달러/kg 수준으로 낮춰져야 하지만, 현재 국내 공급원가는 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수소환원제철은 상업화를 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 인프라도 문제다. 수소환원 공정은 기존 대비 전력 소비가 약 60% 이상 증가한다. 그동안 제철소 내부 부생가스 발전으로 전력 자급 구조를 유지해왔지만, 수소환원제철 전환 시 외부 전력 의존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과 함께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 구축 없이는 공정 전환이 결국 원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 실증과 설비 전환에 따른 리스크도 남아 있다. 업계는 2030년대 초반 실증 설비를 구축하고, 2030년대 후반부터 상용 생산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설비 투자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고로 설비 폐쇄와 지역경제·고용에 미칠 영향 역시 철저한 사회적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책 지원 속도도 더디다는 지적이다. 유럽은 그린철강 구매 보조, 전력·수소 지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인센티브 등을 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반면, 국내는 실증사업 중심에 머물러 경제성 보완 체계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장기적 탄소가격 제도 안정화, 재생에너지 비용 절감, 수소 공급망 확보에 대한 정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수요 측면의 부담도 남는다. 친환경 제철 제품 가격이 상승할 경우 자동차·조선·가전 등 주요 수요산업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즉 비용 분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ESG 요구가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구매 단계에서 비용 전가를 감내하는 구조는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보완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6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과 함께, 경제성 있는 청정수소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전기로 확대 등 저탄소 공정 전환을 뒷받침할 법·제도적 기반(일명 K-스틸법) 마련, 철스크랩 산업 육성·불법수출 단속 강화 등 원료 수급 안정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업계는 이러한 조치들이 NDC 상향 기조와 맞물려 실투자 전환을 이끌 '신호'가 돼야 한다고 본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 부문 탈탄소화는 배출을 줄이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공정·연료·전력 조달 전주기의 재설계가 필요한 구조적 변화"라며 "기술만 앞서고 시장·조달 제도가 따라오지 않으면 감축 투자가 지속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저탄소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서 시장이 자동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이 감당 가능한 비용 구조와 이를 인정해주는 수요·조달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