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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선 보이스피싱] ①조직편 '9시 출근 9시 퇴근'…직원 한 명 잡혀도 멈추지 않는 '범죄공장'

기사입력 : 2025년11월18일 14:13

최종수정 : 2025년11월21일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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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 300만원에 '인센' 20%까지..."죄의식 없고 게임하듯 돈 번다"
정교한 조직구조, 가담자의 구조 인식·의사가 법원 판결 잣대
"경제적 이익이 우선가치, 범죄에 대한 도덕감 못느껴 범죄 산업화"

국내로 송환된 보이스피싱 가담자들이 잇달아 법정에 서고 있다. 판결문에는 산업화되고 국경을 넘어 비대해진 보이스피싱 조직의 운영 방식과 가담자들이 어떤 경로로 범죄에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가담하게 됐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번 [법정 선 보이스피싱] 기획은 판결문 속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조직·착취·돈·타깃·배신'이라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다섯 얼굴을 추려, 범죄의 노동·경제·사회·심리적 실체를 집중 해부한다.

[서울=뉴스핌] 김지나 홍석희 김영은 = 캄보디아 바벳. 베트남 접경 도시에 카지노 불빛이 환하다. 바벳의 한 건물 안에서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어김없이 '출근' 체크가 시작된다. 출근이 늦으면 벌금, 조퇴를 하면 또 벌금이다. 실적이 부진하면 2시간 야근이 추가된다.

겉모습만 보면 그저 규율이 엄격한 해외 콜센터 같지만, 실체는 법정에서 '범죄단체'로 규정한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의 사무실이다.

[법정 선 보이스피싱] 글싣는 순서

1. 조직편 '9시 출근 9시 퇴근'…직원 한 명 잡혀도 멈추지 않는 '범죄공장'
2. 곽금주 "취업 절박함에 캄보디아行…조직적 범죄생활에 점차 순응"
3. 착취편 "징역살기 싫어요"…지적장애인, 왜 판사 앞에 서게 됐나

◆ '출근 도장' 찍는 범죄단체, 규칙은 일반 회사보다 더 엄격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부산지법 형사3단독 심재남 부장판사는 범죄단체 활동,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합계 3년 2개월, 30대 남성 B씨에게 징역 2년 4개월, 20대 남성 C씨에게 징역 2년 8개월을 선고했다. A씨 일당은 '로맨스 스캠' 범죄단체에 소속돼 조직원으로 활동했다.

판결문을 보면 사무실의 칼 같은 규칙은 이렇게 시작된다. 출근 오전 9시, 퇴근 오후 9시. 지각이나 조퇴를 할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 매월 10일 급여가 지급되는데 기본급은 미화 2000달러. 한화로 계산하면 약 292만 원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9월 발표한 청년층 실질소득 추이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9세 청년들의 2024년 기준 월평균 실질소득은 212만3000원으로, 평균 실질소득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월급'이다.

여기에 '인센티브'도 있다. 10일 월급과 함께 지급되는 돈인데, 범행으로 취득한 금액 중 15~20% 상당의 수익이 수당으로 지급된다. 지각을 하게 되면 급여에서 벌금이 차감된다.

'기업'을 지탱하는 기본 요소인 월급 체계를 마련해 조직원을 확보했다면, 총책을 중심으로 중간관리자→팀원으로 이어지는 조직 내 위계가 정해진다. 여기에 사무실 내 휴대전화 금지, 업무 중 잡담 금지, 탈퇴 시 미화 1만 달러 지급, 사무실 컴퓨터 등에 개인 계정으로 로그인하지 말 것 등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통해 조직 내 기강을 바로잡는다.

이렇게 조직화된 시스템 속에서 조직원들은 책상 앞에 12시간씩 앉아 텔레그램·카카오톡에 저장해둔 여성 프로필의 대포 계정으로 피해자에게 말을 건다.

"혹시 골프 좋아하세요?"

"영화는 어떤 장르 좋아하세요?"

며칠씩 이어지는 대화 뒤에는 정교하게 짜여진 매뉴얼이 있다. 신규 조직원이 되기 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통해 숙지한 업무 매뉴얼이다.

대본에서 벗어나지 않는 답변. 감정은 사라지고 체계적인 매뉴얼 속 공감을 흉내 내며 '사랑'이라는 허울로 피해자의 마음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때부터 허물을 벗은 진짜 제안이 시작된다.

"가상화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어요!"

"여행 미션 성공하면 만나서 여행 가요♡"

"20대 보이스피싱 가담자를 보면 죄의식이 없고 게임하듯 넘기며 돈을 벌려고 합니다. 구치소에 수감된 보이스피싱 피고인을 봐도 형기를 마치면 다시 넘어가 (보이스피싱을) 할 건데 월 3000만 원을 보장해준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죠" 태국 현지에서 동남아 보이스피싱 조직 가담자나 피해자를 다수 변호하고 있는 전형환 메가엑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렇게 전했다.

◆ 직원 한 명이 잡혀도 범죄 시스템은 돌아간다

이와 같은 범죄조직이 위험한 건, 어느 한 명이 잡혀도 조직 구조 자체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7월 10일 보이스피싱 가담 혐의로 3명의 피고인에게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된 춘천지방법원 판결문에는 지속 가능한 범죄조직 시스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피고인 A 역시 다른 조직원의 감독을 받으며 미리 짜인 대본대로 행동했다. 네이버 밴드 채팅방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투자를 유도해 분위기를 띄우는 '바람잡이' 역할이다.

"저도 같은 회원인데요, 이거 정상적인 투자 맞아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투자사기 정도였지만, 그 뒤에는 정교하게 짜인 지휘 구조가 있다.

조직의 최상단엔 총책이 있고, 그 아래는 지시를 전달하는 중간관리자가 있다. 그리고 맨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는 팀원들이 서로 '진짜 이름'을 모른 채 가명으로 연결돼 있다. 누가 잡혀가고 누가 탈주해도 조직의 시스템은 유지되고, 공석은 '신입 직원'으로 빠르게 채워진다.

[이미지=홍석희 기자, ChatGPT 활용]

물적 시설을 갖추고 조직원을 모집해 '투자금(범죄 수익금)'을 모은 뒤 역할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총책, 그 총책의 지시에 따라 조직원들은 각자 정해진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은 '대체 가능한 사람들'로 끊임없이 돌아간다.

이 '대체 가능한 사람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피고인 A 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이 가입한 곳이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투자사기 범죄단체라는 것을. 또 그 안에서 자신이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었다.

"피고인 A는 범죄단체에 가입해 구성원으로 활동한다는 인식과 의사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법원은 피고인 A에 대해 이렇게 판단했다.

이미 총책을 정점으로 한 범죄조직의 조직화된 구조와 위계질서를 이해했고, 일부 조직원이 이탈하더라도 다른 조직원들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며 조직적·체계적으로 범행을 이어간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 A를 조직의 구성원이자 범죄단체의 일원으로 본 것이다.

"가서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고 느낄 순 있지만, 생활에 적응을 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아침에 일어나 일을 하다 보면 적응이 돼 습관화될 수 있습니다. 범죄조직 같다는 판단이 들더라도 한 번 조직 안에 들어가 버리면 굉장한 결심이 서지 않는 한 (조직에) 순응하고 합리화하게 되죠."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설명했다.

범죄조직이 확대되고 체계화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경제적 이익이 우선시되는 사회에서 도덕적 감수성이 둔화된다는 시각도 있다.

"경제적 이익을 모든 것에 우선 가치로 두다 보니, 수단 자체가 범죄라는 것에 대한 부담과 도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제도가 줄고 누구나 다 경제적인 성과를 내야 인정받는 사회인데, 그 수단은 봉쇄돼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가 산업화되고 있는 것이죠."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말했다.

abc12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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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공사기간 22개월 연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연내 재입찰하기로 했다. 앞선 사업자 선정이 네 차례나 유찰되고 수의계약 추진도 중단되면서 표류하던 사업에 대해, 정부와 공단이 정상화 로드맵을 마련해 다시 추진에 나선 것이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신공항 예정지 부지가 내려다보이는 대항전망대에 위치한 비행기 모형 [사진=최지환 기자] 21일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방식으로 연내 입찰 공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네 차례 유찰되고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 절차가 중단된 이후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정부와 공단은 입찰방식과 공사기간, 사업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기술 검토를 거쳐 사업 재개 방안을 마련했다.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 시설 전반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본래 개항 목표는 2029년 말이었으나, 올 5월 기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하 현대건설)이 해상과 육상을 아우르는 대규모 고난도 공사임을 고려할 때 108개월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국토부가 지위를 박탈하면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입찰은 턴키 방식으로 추진된다. 해상 연약지반이 두껍게 분포한 가덕도 지역 특성을 고려해 토석 채취, 연약지반 처리, 방파제 설치, 해상 및 육상 매립, 활주로 설치 등 복합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시공사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공사기간은 연약지반 안정화 확보에 중점을 두고 기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연장했다. 정부는 지반 계측을 통해 안정화가 앞당겨질 경우 후속 공정을 신속히 연계해 전체 공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해상공사 장비 제작 기간과 공사용 도로 개설 등 사전 준비 기간도 반영됐다. 공사비는 당초 10조5000억원에서 건설투자 GDP디플레이터 상승률을 적용해 10조7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공단은 종합적 사업관리(PgM) 체계 도입을 통해 토목·건축·항행시설 등 복수 프로젝트를 통합 관리하고, 관계기관 협의체를 상시 운영해 안전과 품질을 관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연내 입찰 공고를 거쳐 사업자 선정과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2026년 하반기 우선 시공분 착공을 추진한다. 행정 절차와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2035년 개항이 목표다. 공항 접근성 강화를 위한 도로·철도 인프라도 병행 추진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연구기관, 민간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발전 및 북극항로 시대 대응 전략도 함께 마련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가덕도신공항은 여객·화물 수요를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관문 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며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되, 관계기관과 협력해 사업이 최대한 신속히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5-11-2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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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박민경 인턴기자 = '대장동 개발 비리 특혜 사건' 항소포기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 박철우(53·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취임했다. 항소포기의 지휘 라인에 있던 박 지검장이 중앙지검장으로 오면서, 검찰 안팎에선 불만이 커지는 모습이다. 박 지검장은 이날 오전 9시께 중앙지검으로 첫 출근했다. 그는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장동 수사팀에서는 지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시절) 항소포기 의견을 전달했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저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많이 퍼져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단 그는 어떤 내용이 정확하지 않은지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이 21일 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박민경 인턴기자 = 2025.11.21 pmk1459@newspim.com 또 '항소포기 사태 당사자의 지검장 부임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 목소리가 있다'는 지적에 박 지검장은 "검찰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면 (항소포기)에 대한 입장을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엔 "아니 이해하고 공감하다고 했지 않은가"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외에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를 징계하는 것에 대한 입장 관련 질문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답을 피했다. 박 지검장은 취임사를 통해 "요 근래만큼 그동안 쏟아부은 열정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박탈감과 자괴감이 드는 시기는 없을 것"이라며 "저 또한 억울한 감정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본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간접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지검장은 대장동 항소포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대장동 항소 기한이 만료된 후 수사·공판팀은 입장문을 통해 "모든 내부 결재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인 지난 7일 오후 무렵 갑자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사·공판팀에 항소장 제출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장동 수사·공판팀을 이끈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당일 오후 8시45분께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박 지검장이 재검토 지휘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대검 반부패부장이던 박 지검장은 항소포기 관련 지휘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지목됐다. 애초 항소포기 사태는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노만석 전 대검 차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일단락되고,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장들의 평검사 전보 징계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박 지검장이 새롭게 임명되면서 내부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고검 검사는 "항소포기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구체적인 설명이나 어떠한 언급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다"며 "수사팀은 물론 중앙지검 내부 반감이 큰데, 어떻게 조직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조직에 칼을 꽂은 공으로 좋은 자리를 차지한 사람이 어떻게 조직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내부 반발만 더욱 커질뿐이다.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hyun9@newspim.com 2025-11-2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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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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