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지방 주택시장이 심각한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단순한 미분양 증가를 넘어 투자심리까지 크게 위축되면서, 대형 시행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건설사까지 사업 추진과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7584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방 물량은 전체의 약 83.9%인 2만3147가구로, 수도권(약 3437가구)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준공 후 미분양은 현장에서 흔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며, 사업자에 심각한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공사비 회수 지연뿐 아니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비용, 광고비, 인건비 등도 손실 항목이다. 특히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형 시행사에는 단일 사업 실패만으로 기업 존폐를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 리스크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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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훈 건설중기부장 |
같은 달 기준 전국 전체 미분양은 6만6613가구였으며, 지방은 5만1982가구로 수도권(1만4631가구)의 두 배 이상이다. 여기에 신고되지 않은 숨은 물량까지 포함하면 실제 미분양 규모는 8만가구 안팎에 달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수도권과 지방 시장의 온도 차이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은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정책 당국은 수도권과 지방을 동시에 겨냥한 지원책 마련에 신중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지방 시장은 장기적인 침체 구조에 갇히게 된다.
지방 침체의 심각성은 단순한 가격 하락에 그치지 않는다. 만성적 구조적 침체는 시행사, 시공사, 금융기관으로 이어지는 연쇄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다. 지방 주택사업을 진행하는 시행사들은 곳곳에서 사업 지연, 자금 회수 불확실성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는 곧 시공사 및 금융권 PF 대출과 보증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 거래세·보유세 등 관세 완화, 공실 주택 활용을 위한 금융·세제 지원, 신규 주택 공급 확대 시 수요 맞춤형 전략 등 특단의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적 지원에도 지방 수요가 단기간에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수도권 중심의 시장 환경과 인구 유출, 지역 경제 성장 둔화 등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는 한, 단순한 세제·금융 지원으로는 미분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지방 주택시장의 위기는 단기적 처방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구조적 수요 감소, 인구 이동, 투자심리 냉각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시행사·시공사·금융사 간 연쇄적 위험까지 고려하면 근본적 대응책이 필요하다. 지방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 지원과 동시에 지역 기반 성장 전략, 수요 맞춤형 주택 공급, 금융 리스크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단순한 '지역적 문제'를 넘어 국가 주택시장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leed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