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 이어 조국혁신당도 위헌 문제 제기
우상호 "위헌 논란 최소화해 추진 공감대"
與, 일부 조항 수정 입장...일각선 연기론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여권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강행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법원장들이 "재판의 중립성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고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범여권 우군인 조국혁신당마저 위헌 소지가 있다고 가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위헌 논란이 워낙 큰 만큼 연내 처리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8일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모아 당론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과 대통령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일부 위헌 소지가 있는 조항에 대해 손을 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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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승래 사무총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5.12.02 pangbin@newspim.com |
우상호 정무수석은 지난 7일 "당과 대통령실 간에 내란전담재판부를 추진하는 데 원칙적으로 생각을 같이하고, 다만 위헌 소지가 최소화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는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내용들은 당에서 여러 가지 내부 견해 차이들을 극복하고 조율해 통일된 안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 내에서도 위헌성 시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본회의) 처리 직전까지 그런 걱정들을 불식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필요하면 보완을 할 것"이라고 했다.
여권은 일단 밀어붙인다는 방침으로 보이지만 일부 조항을 바꾸는 것으로 위헌 논란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여론도 악화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고심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의 핵심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한 비상계엄 사태를 전담할 영장전담법관과 내란전담재판부를 각각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설치한다는 것이다.
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법무부 장관·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각각 3명씩을 추천해 '내란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대법원장에게 2배 수를 추천토록 했다. 이와함께 내란·외환 관련 범죄의 구속 기간을 형사소송법상 최대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 모두가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자체가 공정한 재판의 대전제인 재판부 '무작위 배당'이라는 헌법 정신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법원장급 43명이 모인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후보 추천위 구성도 위헌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법원 외부에서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장 검사를 감독하는 행정부 소속인 법무부 장관이 재판부 구성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다.
위헌 여부를 따지는 헌법재판소가 재판부 구성에 참여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최근 "헌법재판소도 결국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것인데,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시합 룰, 재판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된다"고 했다.
구속 기간을 형사소송법상 최대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현행 법상 구속 기간을 넘겨도 이 법에 따라 계속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평등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 전 대통령 측에서 위헌 심판 청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 지연 우려도 제기된다. 법원장들은 "내란 사건의 선고가 이미 예정된 상황이다. 각급 법원은 재판의 신속하고 집중적인 처리를 위한 모든 사법 행정적 지원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천 처장은 최근 "재판부가 1월 또는 2월까지 반드시 사건을 종결하고 선고하겠다고 공언했는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이 통과돼 재판이 중지되면 국민들 염원에 역행하는 것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우군인 조국혁신당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6일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의 위헌 소지를 말끔하게 없애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피고인 석방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엄존한다"고 말했다.
서왕진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조국혁신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필요성 자체에는 찬성을 밝혔지만, 법원행정처와 법무부가 이미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현재의 방식은 위헌 논란과 함께, 내란 세력이 이 빈틈을 파고들어 재판 정지라는 중대한 상황을 만들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특별법의 재판 정지 초래 논란을 피하겠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시에도 재판 정지를 막는 '헌법재판소법 개정'까지 패키지로 밀어붙이려 한다"며 "민주당 일각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각계에서 경고가 쏟아지는 상황이라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를 충분히 살피고 숙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강력히 요청한다. 제기된 우려와 대안에 대해 제대로 된 협의와 숙고의 절차를 거쳐 대안을 결정하자. 졸속 입법은 추상같은 심판을 통한 완전한 내란 청산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태롭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황운하 전 원내대표는 "추천위를 그대로 두되 법무부 장관과 헌재를 빼고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5명, 한국법학교수회에서 2명, 법학전문대학원에서 2명 등 9명으로 추천위를 구성하거나 대법원 규칙에 위임하는 방안"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런 논란에 위헌 소지가 있는 일부 조항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후보 추천위 구성에서 법무부 장관과 헌재 사무처장을 빼고 변호사협회나 법학교수회 등이 참여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수정 후 강행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조항을 바꿔도 재판부 무작위 배정이라는 원칙과 법원이 아닌 외부가 재판부 지정에 관여하게 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당의 고민 거리가 아닐 수 없다. 위헌 논란 확산에 따른 여론 악화 가능성도 부담이다. 연내 처리 입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