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겐상' 수상 작가, 국내 처음으로 번역
드러냄과 숨김을 반복하는 시편들 수록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미국 최고 시집에 수여하는 '볼링겐상' 수상 작가 로버트 크릴리의 시집이 나왔다. '나는 긴장을 기르는 것 같아'(세계시인선 18번)는 20세기의 에밀리 디킨슨으로 불리는 미국 현대 시인 로버트 크릴리의 시선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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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20세기의 에밀리 디킨슨으로 불리는 로버트 크릴리 시선집 '나는 긴장을 기르는 것 같아' 표지. [사진 = 민음사] 2025.12.08 oks34@newspim.com |
그의 시는 블랙마운틴 투사시(Projective Verse)파에서 시작했으나 점차 "떠들썩하게 큰 목소리와 분방한 시의 리듬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 일상의 언어로 간명한 형식을 추구"하며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다. 이후 뉴욕 주 계관 시인(1989~1991년), '미국 예술 과학 협회' 펠로(2003년)를 지냈으며,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를 이어 20세기 후반 미국 시사에서 중요한 목소리로 자리매김한다. 영문학자이자 번역가인 정은귀 한국외대 교수가 번역했다.
이번 선집에는 미국 최고의 시집에 수여하는 '볼링겐상(Bollingen Prize)'을 수상한(1962년) '사랑을 위하여(For Love)', '끌림(The Charm)', '단어들(Words)', '거울(Mirrors)' 등에서 정 교수가 직접 고른 일흔세 편이 실려 있으며 영어 원문이 함께 수록돼 있다.
나는 긴장을 기르는 것 같아
아무도 가지 않는
어느 숲속의
꽃들처럼.
상처는 저마다 완벽하여,
눈에 띌까 말까 한 조그마한
꽃망울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아픔을 만드네.
아픔은 저 꽃과도 같아,
이 꽃과도 같고,
저 꽃과도 같고,
이 꽃과도 같아.
― 로버트 크릴리, '그 꽃'('나는 긴장을 기르는 것 같아'에서)
로버트 크릴리의 시는 "현실을 수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가 현실을 새롭게 만드는 장면을 현재형으로 바라보게" 한다. 가족, 연인, 친구, 그 모든 관계가 애틋하고 다정한 것 같으면서도 지루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을 생생하게 느끼면서도 구체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힌다. 그래서 그의 시는 드러냄과 숨김을 반복하며 여러 무늬로 변주된다. 또 일상적인 소재를 간결하게 전달하여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 삶의 수수께끼를 숨겨 놓기라도 하듯 또 다른 의미 층이 내재해 있다.
로버트 크릴리는 20세기의 에밀리 디킨슨으로 불리는 미국 현대 시인이다.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나 어릴 때 한쪽 눈을 잃었다.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했으나 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느라 졸업하지 못하고 블랙마운틴대학교, 뉴멕시코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값 16,700원.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