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모범관행 흔들, 연이은 정부 압박 부담감
전임 원장 모험관행 맞춰 지배구조 개선 마무리
이사회 독립성 강화 및 이사진 다양성 '매트릭스' 구축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연일 금융그룹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관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과 2년전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함께 마련한 '모범관행'이 정권 및 금감원장 교체라는 정치적 이유로 전면 수정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자체적인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이 진행중인만큼 업권과의 협의를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금융권과 당국, 전문가(학계) 등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TF)가 이르면 이달 중 출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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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2.10 choipix16@newspim.com |
지난 1일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TF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이찬진 금감원장은 10일 개최한 8개 금융지주 최고경영자 및 은행연합회장 간담회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핵심은 이사회 개편이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 후보는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계열사 대표 후보는 사외이사와 그룹 회장 등 사내이사가 포함된 계열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계추위) 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사회 멤버는 임기만료 등으로 결원이 생길 경우, 현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독립적 시스템은 갖췄으나, 금감원은 사실상 현 회장이 이사진 구성에도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 다양한 추천 채널을 마련하고 IT 보안·금융소비자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 1인 이상 포함하는 이사회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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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및 위원회 구성 현황. 지주 회장 후보를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는 사외이사 7인 전원이,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는 사외이사 전원과 사내이사(대표이사)가 참여한다. [사진=우리금융] |
지난 2023년 12월,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함께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한 금융권에서는 2년만에 다시 불거진 지배구조 논란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현재 금융권 이사회는 '상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명확한 독립성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5년 내 회사 또는 자회사 등의 상금 임직원 또는 비상임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없음 ▲3년 내 회사 또는 자회사 등의 임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에 해당하지 않음 ▲회사 외부 감사 기관과 고용관계에 있지 않음 ▲회사 또는 회사 경영진의 고문, 컨설턴트에 해당하지 않음 ▲회사와 주된 자문계약 또는 기술제휴제약을 체결한 법인의 임직원에 해당하지 않음 ▲기타 이사회와 결정하는 사안과 관련해 이해관계가 없음 등의 조항이 대표적이다.
특히 모범관행에 따라 이사회 구성을 다각화하는 'Board Skill Matrix(매트릭스)'를 구축, 적용하고 이를 공시까지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성 지적은 쉽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매트릭스는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체계로 장단기 이사회 승계계획에 있어서도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각 금융지주는 이를 지표화한 자료를 매년 공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사진의 ▲금융 ▲경영 ▲경제 ▲재무·회계 ▲법률 ▲ESG·소비자보호 ▲디지털·ICT 등이 전문분야별 역량을 평가해 분야별 전문가가 골고루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총 7인의 사외이사를 금융·재무, 경영, 경제, 회계, 법률 등 전문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했으며 특히 이 원장이 강조한 소비자보호 분야 전문가도 이미 3명을 포함시켰다. 모두 2년전에 모범관행을 준수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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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지주 이사회 '역량진단표(매트릭스)'. 총 7인의 사외이사를 금융·재무, 경영, 경제, 회계, 법률 등 전문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했으며 특히 소비자보호 분야 전문가 3인도 포함됐음을 알 수 있다. [사진=KB금융] |
금감원은 이번 지배구조TF에 대해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 연임 또는 3연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됐던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함일뿐, 경영승계 과정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불과 2년전 모범관행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당국 주도의 개편 작업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원장이 언급한 이사진 '기관 추천'의 경우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고 주주들의 동의도 필수적인만큼 성급한 접근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바뀌자마자 전임 원장 주도로 이뤄진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다시 엎으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단계적인 개선이 가능한 부분까지 당국이 나서서 주도하고 개입하려는 상황"이라며 "TF에서 이런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합리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