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레일, 파주 미래 만든다"…철도정책에 관심↑
[파주=뉴스핌] 최환금 기자 = 해마다 연초가 되면 파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변함 없는 질문이 올라온다. "올해 파주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정책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언제나 1순위는 '철도'를 꼽는다.
올해 파주시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정책 현안 여론조사와 시민대토론회 희망정책 조사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시민들이 가장 시급하다고 꼽은 정책은 단연 '철도'다. 도로, 교육, 복지, 주거 등 굵직한 현안들을 제치고 철도가 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현상은 파주시가 처한 구조적 조건과 깊이 맞닿아 있다.

특히 올해 연말로 예정된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확정 고시를 앞두고 파주 시민사회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하철 3호선 파주 연장, 통일로선 신설, GTX-H 등 파주와 서울·수도권을 연결하는 핵심 철도사업들이 계획에 반영될 수 있을지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분기점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주 시민들의 움직임은 여론 표명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철도망 시민추진단을 구성해 대대적인 홍보 활동과 서명운동에 나섰고, 파주시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0만 명의 동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철도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를 열어 일상의 불편과 정책적 대안을 공유하는 등 철도는 이제 파주 시민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공통 의제가 됐다. 파주 시민들에게 철도는 왜 이토록 절실한 과제가 된 것일까.
파주레일, 미래 좌우하는 지역경제 성장의 열쇠
파주시가 철도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한 교통 확충을 넘어선다. 시정 우선순위로 내세우는 '파주레일이 파주의 내일을 만든다'는 구호는 철도가 도시의 성장 전략 그 자체임을 함축한다.
2023년 인구 50만 명을 넘어서며 대도시 반열에 오른 파주시는 장기적으로 100만 자족도시를 목표로 도시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메디컬클러스터 조성, 경제자유구역 지정, 평화경제특구 추진 등 굵직한 성장 전략들이 줄줄이 계획돼 있지만, 이 모든 구상은 교통·물류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철도는 이 전략들을 하나로 묶는 핵심 기반 시설이다.
더 나아가 파주의 철도망 확충은 지역 차원을 넘어 국가적 의미도 지닌다. 파주는 한반도 교통·물류 축의 북측 관문에 위치한 접경 도시다. 향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교류가 재개될 경우, 남북을 오가는 교통량과 물동량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파주 시민들이 "평화가 온 뒤 철도를 놓으면 늦다"고 말하는 이유다. 철도는 다가올 동북아 평화 시대를 대비한 선제적 투자이자, 대륙으로 연결되는 교통망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급격 확장된 도시…현재 철도교통문제 해법 모색
파주가 철도를 1순위로 꼽는 또 다른 이유는 현재의 교통 여건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파주는 경의중앙선이 복선화된 2009년 이후 급격한 도시 확장을 겪었다. 주거지와 산업단지, 생활권이 동서남북으로 넓어졌지만 이를 떠받칠 철도망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현재 파주에는 경의중앙선과 GTX-A라는 두 개의 철도 축이 존재하지만, 이들 노선은 도시 외곽을 스치거나 일부 지역만 관통하는 구조다. 면적이 넓은 파주의 특성상 상당수 지역에서는 철도 접근 자체가 어렵고, 그 결과 철도 수송 분담률은 수도권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시민들의 이동은 여전히 승용차와 버스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출퇴근 시간대 도로 정체는 일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철도 확충을 꼽는다. 철도가 늘어나면 이동 시간이 단축되고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아지며, 이는 다시 도로 정체 완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파주 시민들에게 철도는 편리함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시간을 되찾는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접경 지역 특수성에 희생 감내…이제는 회복의 시간
파주가 가진 또 하나의 특수성은 접경 지역이라는 점이다. 파주는 도시 전체 면적의 87.6%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수십 년간 개발 제한과 규제를 감내해왔다. 같은 기간 서울과 경기 남부 지역이 교통망 확충을 바탕으로 인구와 산업을 키워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파주는 잠재력에 비해 성장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부 역시 접경 지역이 국가 안보를 위해 감내해온 희생을 인정하며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파주 시민들은 그 보상의 핵심이 철도라고 본다. 철도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규제로 묶여 있던 도시의 성장 동력을 회복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철도망 구축은 새로운 산업 유치와 도시 재생을 촉진하고, 나아가 평화경제로 나아가는 물적 토대를 마련하는 상징적 투자로 평가된다. 접경 지역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 철도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크다.
파주시민들이 철도를 1순위로 꼽는 이유는 결국 하나로 수렴된다. 미래 성장의 토대이자, 현재 교통난을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며, 과거 접경 지역으로서 감내해온 희생에 대한 회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지하철 3호선 파주 연장, GTX-H 신설, 통일로선, KTX 파주 연장 등 파주시가 건의한 주요 철도사업들이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수십 년간 축적돼 온 시민들의 염원이 국가 철도 정책에서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atbod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