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오는 2035년 이후에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공개한 가운데 유럽 자동차 업계가 "개정안에 담긴 세부내용이 재앙적 수준"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그 동안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규정을 바꾸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더욱 큰 부담으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힐데가르트 뮐러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 회장은 "유럽의 경제적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EU 집행위의 이번 패키지는 전적으로 재앙적"이라며 "겉보기에는 더 개방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너무 많은 장애물이 있어 실제로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프와 피아트, 푸조 브랜드를 보유한 유럽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는 "이번 제안이 경상용차의 전기 전환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했으며, 2030년 배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연성도 충분히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2035년 CO₂ 감축 목표 개정을 통해 기술 중립성을 도입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지만 현재 제안된 형태로는 대다수 고객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차량 생산을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는 지난 16일 자동차 제조사들이 2035년까지 배출가스를 '제로'로 줄이도록 강제하는 법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2021년 배출량의 10%까지는 계속 배출할 수 있으며, 일부 휘발유 차량과 하이브리드 신차 판매도 허용된다.
전기 모빌리티 유럽(E-Mobility Europe)의 사무총장 크리스 헤론은 "이번 개정안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기타 휘발유 차량이 유럽 신차 판매의 25%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문제는 이 잔여 배출량을 저탄소 철강과 지속가능 연료 사용을 통해 상쇄하도록 의무화한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친환경 철강 사용과 유럽산 부품 의무화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실제 도입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 분석가 마티아스 슈미트는 "휘발유 차량에 친환경 철강과 재생 연료 비용이 반영되면서 '자동차 산업의 오트 쿠튀르 스위스 시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국가별로 이해 관계가 달라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으며 발표 이후에도 각국 반응은 다르게 나타났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산업계와 독일, 이탈리아, 체코 등 국가들의 강한 로비 속에서 금지 완화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고려하면 마지막 10% 배출에 대한 상쇄 조치는 상당히 강력한 타협안"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1월 발표될 예정인 '유럽산 보호' 조치를 강하게 추진해 온 프랑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전반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한 업계 전문가는 전했다.
프랑스 자동차산업 단체인 플라트폼 오토모빌(PFA)은 "이번 정책은 오늘날 유럽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긴급한 도전에 대한 초기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상용차에 대해서는 더 큰 유연성과 2030년 배출 목표에 대한 조정을 요구했다.
무공해 기업용 차량에 대한 국가별 전기차 비율을 의무화하는 제안은 가장 논쟁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고 한다. 초안에 따르면 독일은 원래 2035년 이후 기업 차량을 100% 전기차로 전환해야 했으나, 화요일 협상 이후 목표는 95%로 낮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