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대신 영공 침범 규정
'韓 책임론 선제 구도' 확정 의도
기존 비례 원칙 넘는 대응 시사
향후 군사적 명분 축적에 초점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한의 무인기 대북 침투 관련 유감 표명을 다행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비례성을 초월하는 대응을 경고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한 유화 메시지가 아니라 한국 책임론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선제적 프레임 전략'으로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분석 자료를 통해 "이번 담화의 핵심은 사과 수용이 아니라 '한국 도발 확정→한국의 시인→북한의 경고'라는 구도를 선점하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도발 확정 프레임…사과 기정사실화"
김여정은 1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유감 표명을 "비교적 상식적인 행동"이라고 언급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를 단순한 유감 표명이 아닌 '공식 유감'으로 간주하며 사건 성격을 반공화국 무인기 침입 사건'으로 규정했다"고 분석했다.
남측 정부의 군경 합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정 장관 발언을 곧바로 사과 수용 구조로 끌어가며 이번 사안을 한국의 도발 사건으로 확정한 것이 핵심이라고 봤다.
특히 북한은 과거 자신들의 2014·2017·2022년 등 무인기 침투 사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사안을 국제사회에 한국의 '주권 침해'로 선전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정전협정 아닌 국제법상 영공 침범 규정"
이번 담화에서 김여정은 공화국 영공과 주권 침해, 신성불가침 주권 등의 표현을 반복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 사안을 정전협정이나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닌 국제법상 적대국 간 영공을 침범하는 엄중한 주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영공 침해에 대한 상대국 귀책을 확정하고 재발 경고 구도를 통해 기존 남북 관계 특수성을 전제한 재발 방지에 대한 상호주의를 철저히 배제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최근 강조해 온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구체화하는 과정으로 향후 9차 당대회에서 해당 기조가 제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비례성 초월' 발언…군사적 대응 명분 확보
김여정은 "비례성을 초월할 것"이라며 향후 대응 강도를 예고했다.
북한이 기존의 비례적 대응 원칙을 파기할 가능성을 공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당국의 재발 방지를 위한 행동을 강압하고 군사적 대응의 명분을 확보하는 차원"이라며 "'한국 당국이 내부에서 어리석은 짓을 행하지 못하도록'이라고 함으로써 한국의 통제 의무 강제와 원인에 상관없이 재발 방지의 모든 책임과 비용을 한국 정부가 져야 한다고 압박했다"고 봤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향후 한국의 경미하거나 의도치 않은 침범 때에도 남북한 소통 채널이 없는 상황에서 군사적 대응 가능성, 한국의 군사적 정찰 활동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효과, 무인기과 풍선의 월경을 차단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중했다"고 분석했다.
◆노동신문 미게재…대내 메시지 조절
이번 담화가 노동신문에 게재되지 않은 점도 주목됐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2년간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주민들에게 일정하게 주입한 상황에서 한국의 사과를 수용하는 태도를 알리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내부 여론 동향과 정부 반응을 일차적으로 떠본 뒤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반응 여하에 따라 추가 대응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화 아닌 경고"…책임 귀속이 핵심
이번 담화의 본질을 '유화적 제스처'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메시지는 남북 대화의 입구를 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책임론을 확정하고 재발 방지를 압박하기 위한 일방향적 경고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담화는 사건 책임을 한국에 전적으로 귀속시키고 국제법상 영공 침범으로 규정해 두 국가 관계를 강화하며 향후 군사적 대응의 명분을 사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 핵심 분석이다.
hyun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