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반응 일관성 부재, 편차도 상당"
"은도 위기 대응 우위 확인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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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지정학적 위기가 곧 금값 상승이라는 금융시장의 통념은 과거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격화로 인해 주가 하락과 유가 급등 등 전형적인 위험회피 장세가 나타났지만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금은 3일(현지시간) 오히려 한때 5% 급락하는 등 통념과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마이클 쉬가 이끄는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 팀(이하 도이체방크)은 '금의 변화하는 위기 프리미엄'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통념과 상반되는 금의 위기 반응은 이번뿐 아니라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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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가 1987년 이후 29건의 지정학적 위기를 전수 분석한 결과 금의 위기 반응에는 일관된 패턴이 부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금은 위기 발생 즉시 반응하지 않고 통상 1~2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움직였으며 개별 사건 간 편차도 극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달러·금리 등 전통적인 가격 변동 요인을 걸러낸 뒤 위기 프리미엄만 따로 파악한 잔차 분석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또 은은 금의 방향을 추종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초과 수익은 제한적이어서 위기 대응 수단으로서의 우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수치는 '위기 시 금값 상승'이라는 공식과 배치된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29건의 위기 가운데 24건, 즉 83% 비율에서 금은 사건 발생 후 25거래일 안에 출발가 아래로 오히려 밀린 구간이 존재했다. 위기를 보고 금을 매수했을 경우 열에 여덟은 손실 구간을 한 차례 이상 경험했다는 의미다.
같은 중동발 위기에서도 편차는 극명하게 갈렸다. 2023년 10월 하마스 공격 당시 금은 뚜렷한 강세를 보였으나 2025년 6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는 사실상 무반응이었다.
또 두 사건의 시점별 최대 가격 격차는 10~13%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역대 위기 프리미엄(사건 발생 전일 종가 대비 금값 상승률)의 최고치인 2.7~2.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위기의 성격보다 당시 시장이 처한 맥락이 금값을 좌우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기 프리미엄의 시간 구조(위기 발생 후 금값이 반응하는 시점과 지속 기간의 분포)도 통념과 어긋났다. 금의 위기 프리미엄 정점은 사건 초기가 아니라 발생 후 15~20거래일 뒤에야 형성됐고 그 정점마저 2.7~2.8%에 그쳤다.
또 공정가치 모델 잔차(달러·금리 등 주요 변수로 산출한 적정 가격과 실제 가격 간 괴리) 분석에서는 약 8거래일까지 프리미엄이 확대된 뒤 점차 소멸하거나 오히려 할인 영역으로 전환되는 패턴이 확인됐다. 위기 직후 단기 가격 변동에 기반한 매매 판단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도이체방크는 금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그 근거는 위기 프리미엄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달러 강세를 감안한 금의 이론적 추정 적정가와 실제 가격 사이의 괴리가 최근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가 오르면 금값은 압박받는 게 정상이나 현재 금은 이 공식이 예측하는 수준을 웃돌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금이 달러가 오르는 와중에도 가격대를 방어하는 현상을 둘러싸고 이를 달러·금리 논리와 무관한 독립적 수요가 금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구조적 신호로 해석했다. 위기 프리미엄처럼 일시적이고 불확실한 변수가 아니라 지속성과 안정성을 갖춘 매수 근거라는 판단이다.
이를 종합해 도이체방크는 금에 대한 판단 근거를 3가지로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겼다. 2가지는 사야 할 이유, 나머지 하나는 조심해야 할 이유다. 첫쨰는 달러 강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금의 가격 탄력성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매수 근거로 꼽혔다.
둘째는 지정학적 위기 프리미엄이 추가로 쌓일 가능성이나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고 매번 실현되지도 않아 보조적 근거에 그친다고 평가했다. 셋째는 위기 프리미엄 자체의 높은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로, 과거 위기의 83%에서 금이 출발가를 밑돈 이력을 감안하면 위기만 보고 진입하는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이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