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의 공급 차질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회원국들에 제안했다고 현지시간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이번 방출 규모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IEA 회원국들이 두 차례에 걸쳐 시장에 투입한 1억8200만 배럴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IEA의 제안은 이날(10일) 열린 32개 회원국 에너지 당국자들의 긴급회의에서 논의됐다. 회원국들은 수요일(11일) 이 제안의 가부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한 나라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계획이 지연될 수 있다. 반대하는 회원국이 없으면 채택된다.
11일 아시아 오전 거래에서 5% 넘게 반등했던 유가는 WSJ의 해당 뉴스가 전해진 직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IEA의 이번 제안은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벌어진 원유 공급 쇼크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란의 유조선 공격으로 이 뱃길은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신문은 "1974년 아랍 산유국들의 석유 금수조치 이후 서방국들이 경제 보호를 위해 설립한 게 IEA였다"며 "이번 이란 사태는 IEA 출범의 배경이 됐던 당시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IEA는 회원국들이 유지해야 할 최소 전략비축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시장 혼란 시 비축유 방출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처음으로 이란 공습을 개시한 이후, 국제유가는 한때 40%까지 치솟으며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다.
유가 급등에 부담을 느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현지시간 9일)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시장을 달랬다. 덕분에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대로 내려왔지만 결사항전과 보복을 다짐하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엄포로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유전지대를 둘러싼 긴장감은 가시지 않았다.
디젤 등 정제석유제품 가격의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아시아의 공산품 기지와 글로벌 물류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농부와 화물운송트럭 기사들이 치솟는 디젤 가격 때문에 일손을 놓았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WSJ는 "유가 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과 주식시장 조정, 그리고 소비자들의 연료비 부담 심화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은 지난 9일"회원국들은 공공 비축유로 12억 배럴, 의무 상업 비축분으로 추가 6억 배럴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동 걸프 지역에서의 공급 상실분 약 124일치에 해당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간 전략비축유 방출의 효과는 엇갈렸다.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IEA는 두 차례에 걸쳐 비축유를 방출했는데, 1차 방출 때는 오히려 유가가 20% 치솟았다. IEA의 긴급 조치를 시장이 오일쇼크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신호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다만 분석가들은 이후 시장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당 조치들이 궁극적으로 유가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가장 크게 효과를 봤던 사례는 1991년 걸프전 발발 때였다. 당시 조지 H. W. 부시 미 대통령은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격과 동시에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처음으로 명령했다. IEA 회원국들도 사전에 마련된 계획에 따라 보조(공동 방출)를 맞췄다. 덕분에 당시 미군 주도의 공습 첫날 유가는 20% 넘게 하락했었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