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운영 대신 로봇·자동화 기술 수출…에셋 라이트 전략
9년 만에 실적 반등…"MASGA, 기술 중심 협력 확대할 것"
[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한미 조선 협력의 핵심인 '미국 조선소 재건(MASGA)' 프로젝트에서 비교적 조용했던 삼성중공업이 기술 중심 전략으로 실속을 챙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을 '후발 주자'로 평가해 왔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대규모 투자 대신 기술과 네트워크를 앞세운 방식으로 미국 조선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본 투입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미국 조선업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는 생산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는 평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13일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SDSU)와 공동으로 'SSAM 센터(SHI-SDSU Advanced Maritime Center)'를 설립하며 현지 첫 연구 거점을 구축했다. 미국 서부 최대 조선소인 나스코가 위치한 지역에 자리 잡은 만큼 산학 협력과 현장 연계를 동시에 노린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설계·조달 전문 기업 디섹(DSEC)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 내 밸류체인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선박 설계와 기자재 조달, 유지보수, 조선소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확대하며 단순 수주를 넘어선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조선소 인수나 대규모 설비 투자 대신 기술과 설계, 공급망을 중심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에셋 라이트(Asset-light)' 방식으로 요약된다. 에셋 라이트 전략은 조선소 등 대규모 자산 투자 대신 설계·기술·파트너십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삼성중공업은 이를 통해 미국 시장 진입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수익 구조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이왕근 삼성중공업 COO(부사장)은 "미국 내 공동 연구 거점 확보는 삼성중공업이 그동안 준비해 온 MASGA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출발선"이라며 "한-미 조선-해양산업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 전략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3X(Digital·Energy·Labor Transformation)' 전환을 통한 미래 성장 방향을 제시하며 생산 자동화 기술을 핵심 축으로 강조했다.
특히 조선업계 최초로 가동한 배관 자동화 공장 'SHI 파이프 로보팹(RoboFab)'은 이러한 전략을 상징하는 사례로 꼽힌다. 해당 설비는 조선소뿐 아니라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으로 확장이 가능하며, 향후 미국 시장 적용도 추진되고 있어 MASGA 사업과의 연계성이 주목된다.
삼성중공업은 이와 함께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등 기존 강점 분야에서도 기술 고도화를 병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재무적 기반도 개선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10조6500억원을 기록하며 9년 만에 연 매출 10조원을 회복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862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 12조8000억원, 수주 139억달러를 목표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접근을 두고 '속도보다는 효율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규모 자본 투입 없이도 연구·설계·MRO 협력 등을 통해 미국 조선 생태계에 동시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직접적인 생산 거점이 없는 만큼 단기간 내 가시적인 건조 실적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관건은 기술 협력이 실제 수주와 수익으로 이어질지 여부다. 조선소 인수 대신 기술과 협력 중심의 전략을 택한 삼성중공업이 MASGA 프로젝트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 재건 협력을 다각도로 모색하며, R&D센터를 필두로 한 현지 조선업 기술 협력과 인재 양성, 신기술 개발로 현지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