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도 75% 반도체 집중…'삼성전자·SK하이닉스'
지정학 변수에 2·3월 외국인 대부분 순매도, "리밸런싱"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V자 반등 가능성"도 열려있어
[서울=뉴스핌] 이나영 기자= 3월 한달간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의 매매가 최근 1년 기준 가장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수급 대충돌'이 나타났다. 개인은 30조원을 웃도는 대규모 순매수에 나선 반면 외국인은 30조원을 순매도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3일~31일) 한 달간 수급을 보면 개인 투자자는 총 32조원 규모를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35조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개인과 외국인 간 순매매 격차는 약 67조원 수준까지 벌어지며 최근 수년 내 가장 큰 수급 충돌 양상이 전개됐다.

이와 같은 흐름은 최근 1년 수급 구조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개인의 월간 순매수 규모는 최대 약 8조원 순매수에서 최대 9조원 순매도 범위 내에서 움직였고, 외국인 역시 최대 10조원 순매수에서 19조원 순매도 수준에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일정 범위 내 등락을 이어왔다.
월별로 보면 개인은 지난해 4월 약 5조원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이후 5월(-3조원), 7월(-6조원), 9월(-9조원), 12월(-7조원) 등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 외국인 역시 4월(-10조원), 11월(-14조원) 등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는 한편 7월(6조원), 9월(7조원), 12월(3조원) 등 순매수로 전환하는 등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그러나 3월에는 이러한 '수조원대 범위'의 흐름이 완전히 붕괴됐다. 개인 순매수는 기존 최대치(약 8조원)의 3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확대됐고, 외국인 순매도 역시 기존 최대치(-19조원)를 크게 넘어섰다. 단순한 수급 엇갈림을 넘어 투자 주체 간 시장 해석이 극단적으로 갈린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 외국인 매도 75% 반도체 집중…대형주 중심 '집중 매도'
외국인의 매도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3월 한 달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8조2437억원, SK하이닉스를 8조1492억원 순매도했다. 두 종목 합산 순매도 규모는 약 26조원을 넘어 전체 외국인 순매도의 약 75%를 차지했다.
여기에 현대차 2조8329억원, 기아 9522억원 순매도가 뒤를 이으며 자동차 업종으로도 매도 범위가 확대됐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16조8171억원, SK하이닉스를 약 7조원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대부분 흡수했다.
이 같은 흐름은 특정 업종 쏠림 해소를 위한 리밸런싱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이은택은 "외국인은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비중이 높았던 만큼 주가 상승 이후 리밸런싱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보유 비중이 여전히 높은 만큼 추가적인 비중 조정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종 관점에서도 실적 기대에 대한 눈높이 조정이 반영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안현국은 "외국인은 반도체주를 높은 주가수익비율(PER) 구간에서 매수한 뒤 낮은 PER 구간에서 매도하고 있다"며 "이는 실적 전망치 추가 상향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반도체 업종 관련 불확실성도 변수로 지목된다. 한지영은 "최근 반도체주 급락을 촉발한 이슈의 여진이 얼마나 빠르게 진정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시장 내 긍정적·부정적 시나리오 간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의 매도는 거래일 기준으로도 뚜렷했다. 외국인은 2월에 3일·9일·11일·12일을 제외하고 순매도를 이어갔으며, 3월 들어서도 4일·10일·18일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전 거래일 '팔자' 기조를 유지했다.

◆ 전쟁·유가·환율 '삼중 변수'…외국인 이탈 vs 개인 저가 매수
3월 증시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국제유가 급등락, 환율 상승 등 대외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속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외국인의 매도세가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지수 하락 구간마다 적극적인 저가 매수에 나서며 외국인 매물을 받아냈다. 코스피가 장중 급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개인 매수와 외국인 매도가 맞물리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을 단순한 수급 엇갈림이 아닌 '수급 구조의 붕괴'로 평가하고 있다. 통상 개인과 외국인의 매매 방향이 엇갈리는 경우는 많지만, 양측 모두에서 30조원 안팎의 매수·매도가 동시에 발생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국내 증시에 대한 비관적 시각으로 단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외국인 지분율 자체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외국인 수급이 비우호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 순매도 규모만으로 시장 이탈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3월 순매도 규모는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0.69% 수준으로 단기 과열에 따른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향후 증시 방향성은 지정학적 변수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동 지역 긴장의 전개 양상이 향후 시장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라며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V자 반등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nylee5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