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12일 세계경제 성장률 3.0%로 전망했다.
- 중동 에너지 충격과 미국 관세 리스크가 성장 둔화를 압박한다.
- AI 투자 확대가 하방 리스크를 방어하며 미국 2.0% 선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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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교역이 하방 방어…투자 사이클 한계
한국, 총량 양호하지만 산업·내수 격차 확대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세계경제가 올해 3% 성장에 그치며 팬데믹 이전보다 낮아진 '저성장 뉴노멀'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보다 낮은 성장률이 일시적 둔화가 아니라 장기적인 기준선으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중동발 에너지 충격과 미국발 관세 리스크 등이 겹치면서 성장의 활로가 좁아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투자와 관련 교역이 당장의 하방을 떠받치는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12일 발표한 '2026년 세계경제 전망(업데이트)'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했던 직전 전망과 동일한 수준이다.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1%로 전망했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로 제시된 3.0%는 지난해 성장률(3.4%)보다 0.4%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 10년(2010~2019년) 평균 성장률 3.7%와 비교해도 크게 낮았다.

◆ "중첩된 충격, 좁혀진 활로"…팬데믹 전보다 낮아진 성장률
KIEP는 올해 세계경제를 '중첩된 충격·좁혀진 활로'로 규정하며, 글로벌 저성장 흐름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장 둔화를 압박하는 3대 리스크로는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단 고착 ▲미국발 관세 정책과 통상 규범 불확실성 ▲주요국 재정 악화와 고부채를 꼽았다. 이 세 요인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생산·투자·재정 운용에 복합적인 제약을 걸고 있고, 향후 충격의 강도와 지속 기간에 따라 성장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KIEP는 AI 투자 확대와 관련 교역이 글로벌 경기의 방어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데이터센터 투자와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미국을 중심으로 민간 투자와 교역을 떠받치면서 세계 성장률이 더 크게 하락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KIEP는 이 같은 AI 호황이 영구적인 성장 동력이 아니라 '투자 사이클'의 성격을 띤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이클은 특정 분야 투자가 급증하며 성장을 끌어올리다가 이후 점차 둔화되는 흐름이 반복되는 구조를 뜻한다.
이에 대해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세계경제가 급격한 침체로 빠지지 않은 데에는 AI 교역 호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만 이는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강하다는 의미라기보다 특정 부문에 강한 투자 사이클이 전체 둔화를 막아주고 있다는 뜻"이라며 "AI 사이클이 둔화될 경우 현재의 완충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KIEP는 금융·실물 변수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국제유가를 지목했다. 중동 정세 불안과 전략 비축유 재비축 수요 등이 겹치면서, 유가는 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분쟁이 장기화돼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고점이 지속될 경우, 세계 성장률이 대폭 깎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 분석도 제시됐다.
금리 측면에서는 공급발 인플레이션과 재정 부담이 겹치며 주요국의 고금리·긴축적 금융 환경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부 선진국은 이미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 들어섰지만, 물가와 재정 리스크를 감안하면 실질 기준에서는 완만한 긴축 기조가 유지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환율 쪽에서는 유가 상승과 지정학적 긴장, 안전자산 선호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의 경우 수출 회복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 등 완충 요인이 존재하지만,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윤 실장은 "중동 전쟁이 장기화돼 유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경우, 세계경제는 성장 둔화와 물가 부담이 병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적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올해 세계경제 하방 리스크는 에너지와 재정, 금융 등이 결합된 복합 취약성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 미국만 2%대 선방…유럽·일본 1% 미만, 신흥국 양극화
주요국별 성장률 전망을 보면 미국만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KIEP는 올해 미국 성장률을 2.0%로 제시하며, AI 투자 확대와 견조한 고용이 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세 부담이 소비·투자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성장률 상단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로존은 에너지 비용 부담과 중국발 제조업 경쟁 심화, 재정 건전성 우려 등이 겹치면서 성장률이 0.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역시 교역조건 악화와 대외 수요 둔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부담 등으로 0.7%의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제시됐다.
신흥국은 '내수·투자 호조국'과 '고금리·대외 취약국' 사이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6.4%)와 아세안 5개국(4.8%)은 내수와 인프라 투자, 제조·서비스 투자 확대를 바탕으로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1.0%)와 브라질(1.8%)은 고금리와 재정 제약, 대외 수요 둔화 여파로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양호한 총량과 심화되는 내부 격차'라는 이중 구조를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AI·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과 정보통신·장비 투자 확대 덕분에 성장률과 경상수지 등 거시지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일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그러나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과 내수 부문에는 비용·수요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됐다. 고유가·고금리·원화 변동성이 장기화될 경우, 정유·화학·운송·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과 자영업·서비스업의 부담이 커져 산업·계층·지역 간 격차가 한층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한국 경제는 거시 총량의 견조함과 부문 간 비대칭 심화가 공존하는 이중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총량의 양호함에 안주하기보다, 같은 유가 상승이라도 어떤 부분에 압박이 집중되고 어떤 부분에서는 상쇄되는지를 정교하게 식별하면서 취약 부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IEP는 향후 세계경제 경로를 가를 3대 관전 포인트로 ▲중동 분쟁 진정 여부 ▲AI 투자의 생산성 확산 속도 ▲통상 갈등 완화 여부를 제시했다. 브렌트유가가 안정세를 찾고 AI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며, 주요국 간 관세·규제 갈등이 완화될 경우 세계 성장률은 현재 전망치(3.0%)를 상회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동 분쟁 장기화로 유가가 다시 급등하고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는 가운데 통상 갈등까지 심화될 경우, 세계경제는 낮은 성장과 높은 불확실성이 반복되는 저성장 고착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실장은 "현재의 하방 리스크들이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중동 분쟁이 조기에 진정되고 통상 갈등이 해소되는 등 상방 요인들이 실현되면 전망 수치는 상향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r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