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황젠슨 엔비디아 CEO가 5일 방한해 한국 대기업들과 AI·로봇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
- 한국은 지포스로 검증된 게이밍 수요에 이어 HBM·데이터센터·AI 팩토리까지 엔비디아 성장축이 됐다
- 삼성·SK하이닉스의 HBM 경쟁과 현대차·두산 등과의 피지컬 AI·로봇 협력이 엔비디아 한국 전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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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HBM, AI 가속기 공급망 핵심축
데이터센터·로봇·피지컬 AI로 협력 확대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시장에 꾸준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국이 엔비디아 성장의 단계마다 핵심 역할을 해 온 시장이기 때문이다. PC방과 e스포츠를 기반으로 지포스 그래픽카드 수요를 키웠던 한국은 이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통해 엔비디아 AI 가속기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로봇, 피지컬 인공지능(AI)까지 국내 대기업의 투자 방향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성장 전략과 맞물리면서 한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가 더 커지고 있다.
◆ 지포스 키운 한국, AI 시대엔 HBM 거점으로
5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약 7개월 만에 한국을 찾아 국내 주요 그룹 총수 및 AI·로봇 생태계 관계자들과 잇따라 접점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황 CEO의 이번 행보를 한국 시장을 겨냥한 '매력 공세'로 평가하며, 한국이 엔비디아 AI 생태계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처이자 AI 인프라 수요처로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와 한국의 인연은 AI보다 게임 시장에서 먼저 시작됐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 말 PC방 문화와 e스포츠가 확산되면서 고성능 그래픽카드 수요가 빠르게 커졌고, 지포스(GeForce)는 국내 게이밍 PC 시장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황 CEO도 과거 용산전자상가 등을 찾으며 한국 소비자 반응을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서울에서 지포스 25주년 행사를 연 것도 이 같은 상징성을 반영한다. 엔비디아는 당시 한국을 PC방과 e스포츠 문화의 출발점으로 언급하며, 지난 25년간 한국 게이머들이 5000만개 이상의 지포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 게임 시장서 검증된 '초기 수요처'
한국은 엔비디아 입장에서 단순한 판매 시장을 넘어 기술 수용 속도가 빠른 테스트베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PC방은 고성능 GPU 수요를 대중화한 공간이었고, e스포츠는 그래픽 성능을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무대였다. 게임 이용자가 그래픽카드 성능 차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시장 구조는 엔비디아가 지포스 브랜드를 키우는 데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다.
이 시기 한국 시장의 의미는 '규모'보다 '확산력'에 있었다. PC방에서 검증된 게임과 하드웨어 경험은 가정용 게이밍 PC, e스포츠 중계, 스트리밍 문화로 이어졌다. 엔비디아가 한국을 단순한 아시아 시장 중 하나가 아니라 '게이밍 GPU 대중화의 상징적 시장'으로 보는 배경이다.
◆ AI 시대엔 HBM 공급망이 핵심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는 GPU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는 GPU 연산 성능과 함께 HBM이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이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사로 자리 잡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컴퓨텍스 2026'에서 향후 5년 내 메모리 생산 능력 두배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7%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22%, 마이크론은 21%였다.

삼성전자도 차세대 HBM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컴퓨텍스 2026에서 HBM5 모형과 발열 제어 기술을 공개하며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차세대 AI 가속기에서 메모리 적층 수와 전력 밀도가 높아지는 만큼, 열 관리와 패키징 기술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특정 메모리 업체 한 곳에만 의존하기 어렵다. AI 가속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HBM 공급 안정성은 곧 매출과 직결된다. 황 CEO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의 관계를 동시에 관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 메모리 기업 간 경쟁은 엔비디아에 공급 안정성과 기술 진화 속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카드다.
◆ 데이터센터·AI 팩토리로 넓어지는 수요
한국은 공급망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엔비디아에 중요한 시장으로 떠올랐다. 정부와 주요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서 GPU 기반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한국 정부 및 주요 기업과 AI 인프라 협력 계획을 발표했고, SK그룹과는 5만개 이상의 엔비디아 GPU를 활용한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AI 팩토리는 단순 데이터센터와 다르다. 기업 내부 데이터를 학습·추론에 활용하고, 제조·통신·서비스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산업용 인프라에 가깝다. 반도체, 통신, 포털, 클라우드 등 디지털 인프라 기반을 갖춘 한국은 엔비디아가 AI 팩토리 모델을 확장하기 좋은 시장이다.
이번 방한에서 황 CEO가 접점을 만들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도 엔비디아의 한국 전략을 보여준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HBM과 그룹 차원의 AI 인프라 투자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서버용 반도체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네이버는 초거대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GPU 기반 AI 인프라 수요처로 꼽힌다. LG그룹 역시 LG CNS를 중심으로 클라우드와 기업용 AI 전환 수요를 키우고 있다.
◆ 다음 무대는 로봇·피지컬 AI
엔비디아가 한국에 공을 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처럼 현실 공간에서 작동하는 AI를 뜻한다. 황 CEO가 이번 방한 기간 현대차그룹과 두산그룹 등과도 접점을 만들 것으로 알려진 것은 엔비디아의 관심이 데이터센터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도 엔비디아에 매력적인 파트너다. 자동차, 배터리, 전자, 조선, 물류, 로봇, 통신 인프라가 한 시장 안에 모여 있다. 제조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실제 설비와 로봇에 적용하려면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현장 운용 경험이 모두 필요하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에서 엔비디아 플랫폼 활용 가능성이 크다. 두산그룹은 협동로봇과 산업 자동화 영역에서 피지컬 AI 협력 후보로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LG그룹도 제조 현장과 가전·로봇 생태계를 기반으로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과 맞물릴 수 있다.
kji01@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