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이동훈 선임기자는 22일 전세를 집값 상승 원인으로만 보고 '절멸'하려는 정책을 참새 박멸에 비유해 비판했다.
- 전세는 갭투자로 집값을 올린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임차인 선호도가 높고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기능 때문에 100년 넘게 유지돼온 제도라고 지적했다.
- 정부가 사금융 논리를 앞세워 민간 전세·월세 시장을 위축시키기 전에 공공임대 비율 확충 등 대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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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는 민간 임대차시장 압박…정부 먼저 공적임대부터 늘려야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저 새는 해로운 새다" 마오쩌둥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은 1955년 농민들이 참새로 인한 식량 피해를 탄원하자 이렇게 말했다. 정확한 마오 주석의 '워딩'은 "참새는 해로운 새다. 이들을 절멸시킬 수 없겠는가?"라는 교시다.

이는 1958년 모기·파리·쥐 그리고 참새를 제거하자는 제사해운동(除四害运动)으로 이어졌다. 결국 1년여 만에 참새는 중국 대륙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고 이는 식량생산의 40% 이상 감소에 따른 대기근(1959~1961년)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물론 참새를 절멸시켰다는 이유 만으로 식량생산이 줄어든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참새의 소멸로 인해 병충해가 창궐하고 이에 따라 식량 생산이 급감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60년 마오 주석은 더 이상 참새를 잡지 말 것을 인민들에게 교시하는데 이른다.
기실 참새가 쪼아 먹는 식량의 양은 적지 않다. 그래서 참새가 줄면 식량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이는 인민 삶을 풍족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중국 정부의 판단은 틀렸다고만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참새가 절멸된 다음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중국 정부의 제사해운동은 열악했던 당시 중국 국민의 보건 문제를 크게 향상시킨 정책이란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한가지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른 셈이다.
◆ 민간 전세제도는 '사금융' 집값 상승 원인은 팩트…전세 소멸론은 임대차 아닌 집값 문제가 관건
우리나라 특유의 주택임대차 제도인 전세(傳貰)를 말할 때마다 언제나 시작되는 이야기다. "전세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주택임대차 제도로서......"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사실 뻔하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와 같은 제도로서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다. 즉 전세 제도의 폐해를 토로하기 위해 시작되는 문장이다.
전세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갈라파고스 제도(諸島)처럼 우리나라에서 극성스럽게 유지되고 있는 임대차 방식인 것은 맞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주택 임대차제도는 월세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 거주하러 온 외국인(주로 한국계 외국인)들은 K-전세제도에 놀라워하며 '애용'한다는 말까지 있울 정도다.
그런데 이 전세제도가 강제 종료될 위기에 놓였다. 다만 전세가 전세사기와 같은 임대차 제도로서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해서가 아니다. 몇년 전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전세사기는 빌라에서 발생한 일이며 지금 강제 종료 위기에 놓인 전세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바로 '대한민국에만 있는 사금융'인 전세가 집값을 올린다는 이유에서다.
전세제도가 집값을 올린 것은 맞다. 다주택 갭투자의 대표적인 자금 조달 방식이 바로 전세라서다. 여윳돈 1억원이 있는 1주택자가 갭투자를 하는 경우를 보자. 분양권을 프리미엄 5천만원을 주고 사서 소유권 이전을 위해 잔금을 각종 대출로 돌려 막는다. 이후 전세 세입자에게 집값의 50~60%를 전세 보증금으로 받아 잔금 대출을 막는다. 아직 대출은 남아 있지만 이자만 갚고 있다. 2년 후 전셋값을 올려서 나머지 대출을 또 막을 수 있고 그동안 집값이 올랐으니 집을 팔고 수익을 실현하기를 기다린다.
이같은 갭투자 구조가 전셋값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며 입주 이후 아파트를 팔도록 제도가 바뀐 다음부터 전세 보증금은 갭투자의 종잣돈으로 활용됐다. 그런데 전세제도가 문제점만 있을까? 어떤 이는 말한다. 전세가 그렇게 좋은 제도였으면 왜 우리나라에만 있겠냐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그 문제 많은 전세제도가 왜 100년 넘게 살아 남아 있을까?
이유는 자명하다. 전세제도를 임차인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임차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과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인의 비율은 78.7대 21.3이다.(직방, 636명 설문) 이후 전세사기가 발생하며 전세 대 월세 선호 비율은 57.0대 42.0으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전세사기 문제가 대충 해소된 후 다시 전세-월세 선호도는 60.4대 39.6으로 소폭 증가했다.
2010년대 이후 나타난 전세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전세는 여전히 임차인들이 선호하는 임대차 제도인 셈이다. 그 이유도 분명하다. 전세가 주거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의 전·월세 전환율 규제 강화에 따라 월세를 턱없이 많이 못받게 하는데다 금리가 오르며 전세대출 이자와 월세가 유사한 수준까지 올랐지만 서울시 아파트 평균 전·월세 전환율인 4.5% 이하 이자율에 전세대출을 받는다면 전세 임차인의 주거비는 월세 임차인에 비해 줄어든다.
더욱이 집값을 전셋값이 올린다는 점도 근거가 충분하진 않다. 현행 전세대출 제도는 대부분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0년대 초반 성립된 것들이다. 전세 대출 확대는 전셋값 추가 상승으로 이어졌지만 집값이 본격적으로 오른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이 지난 2020년부터다.
◆ 민긴 임대차시장 위축에 전월세시장도 줄어…정부는 대책부터 마련한 후 민간 전월세 '잡도리' 나서야
시장경제 국가에서 전세든 월세든 어떤 임대차 방식이 살아남을지는 결국 시장이 정한다. 임대인이 아무리 원해도 임차인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면 시장은 차츰 월세로 전환될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의 선택을 확대하고 서민들의 주택 안정을 위한 공적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일단 먼저다.
하지만 최근의 '전세 소멸론'은 전세 사기와 같은 임대차시장의 문제 해결보다는 부동산시장과 집값의 안정화를 위해 사금융인 전세를 없애야한다는 목표의식이 더 큰 듯하다. 이는 "전세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말한 박상우 전 국토부 장관의 발언이 '사금융' 기능과 함께 임대차 시장에서의 문제를 거론한 것과 대치되는 부분이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는 다주택자 및 비거주1주택자에 압박, 실거주1주택에 대한 장려 그리고 전세 소멸론은 민간 임대차시장을 주택시장 불안의 근원으로 보고 이를 '절멸'하려는 정책으로 느껴진다. 이는 전세가 아니라 민간 월세 임대차 주택도 함께 소멸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보증부 월세 역시 사금융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준비는 어떤가. 우리나라 임대주택 가운데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8.9%로 알려졌다. 각종 공적 임대를 모두 합해도 15% 선으로 알려진다. 이는 유럽 선진국의 20~35%선보다 크게 부족한 수치다. 정부의 공적 임대주택 재고 확대 방침은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민간 임대를 압박하기 이전에 공적 임대부터 늘려야하지 않을까? 아무리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해도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60%를 넘지 않고 있다. 이 전세가 비율이 높은 곳은 지방이거나 서울·수도권에서는 비인기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정부는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재고 증대를 위해 매입임대주택과 도시형 생활주택, 상가, 오피스텔, 아파트형 공장을 주거 용도로 전환해 공적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려는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주택은 상당수가 1~2인 청년가구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원·투룸 소형주택이다. 이들 주택이 아파트 전세주택을 대신할 수 있을까. 그마저도 3~4년 후에나 입주를 하게 되는데 지금의 전월세 매물 축소에 따른 임대차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까.
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사기 위험이 상존하는 전세가 없어져야 하나"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전세는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전세가 없어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먼저 민간 전세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해야한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시절 준공공 임대사업자 제도를 내놨고 문재인 정부시절 임대차 3법을 통과해 임대차제도를 보호하고 있다. 전세 제도 또는 민간 임대차 시장으로 인한 시장 모순이 생긴다면 그것을 해결하는 게 먼저다.
donglee@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