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나홍진 감독이 10년 만에 신작 '호프'로 칸 경쟁 진출 후 개봉을 앞두고 작업 과정과 소회를 밝혔다.
- 159분 러닝타임과 산업 변화 속에서 관객이 힘들지 않게 몰입하도록 장르적 색깔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작품을 완성했다.
- 1980년대 외계인 불시착과 마을 경험에서 출발해 희망과 비극을 그린 우주적 확장 서사를 통해 관객에게 현실 인식과 성찰을 바라는 영화라고 말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10년 만의 신작 '호프'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 진출에 성공한 나홍진 감독이 드디어 국내 팬들의 긴 기다림에 응답한다.
나홍진 감독은 '호프' 개봉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신작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소감과 작업 과정, 칸 국제영화제에 다녀온 소회를 밝혔다.
"리뷰를 안찾아볼 거라고 했지만, 정리해서 주신 걸 봤어요. 감사하죠. 짧은 시간에 잠깐 보시고 대단들 하시단 생각이 들죠. 한번만 보고 어떻게 가능하죠? 글 쓰는 게 어려울 것 같은데 감사했습니다. 칸에서 호불호가 갈렸단 얘기도 나왔지만 다행히 좋다는 반응이 더 많았어요. 칸에서 선보인 버전 이후에 음문석 씨가 연기한 목수 역할을 걷어낸 게 아쉬워서 그 부분을 더 넣다보니, 길어진 부분을 몇 장면 자르기도 했어요."

'호프'의 러닝타임은 약 159분으로 2시간 40분 가까이 된다. 이 부분이 최근엔 논쟁 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점점 더 짧은 콘텐츠가 유행하고, 관객들의 집중력이 얕아진다는 얘기도 있다. 나 감독은 "그렇게 되진 않아야 한다"면서 애썼던 과정을 설명했다.
"관객들이 영화가 길어서 힘들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가는 거죠. 영화를 보면서 힘들고 괴로운 시간이 되지 않게끔 최선을 다해보자 생각을 하면서 찍어요. 그렇다고 해서 찍어놓고 영화의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고요. 어떻게든 좀 더 잘해서 많은 분들이 더 편안하게, 재밌게 이 시간을 몰입할 수 있게 할까 고민하죠."
10년의 공백 아닌 공백을 거치면서, 한국 영화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양상으로 변화했다. 나 감독은 영화 산업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직접 보고 체감하면서, 더욱 이번 작품의 색깔이 굳어지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곡성' 끝내고 나서 제가 폭스랑 전속 계약이 돼 있었어요. 계약이 연장이 되느냐 마냐 의견이 오가는 과정에서 큰 변화가 올 거란 느낌을 받았어요. 전작들도 그랬고, 한국 영화의 특징이 다양한 장르를 한 편의 작품에 잘 버무려서, 믹스를 하는 거라고 외국 기자분들도 많이 말씀을 하셨고, 장르 쪽으로 축을 더 옮겨가는 영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내수 시장을 고려해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저문 게 아니냔 예감도 들었고요. 외부에서도 수입을 발생시키지 않으면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무모해 보이실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더 안전한 길이라고도 여겼어요."

나홍진 감독은 무려 10년간 이어진 영화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시작했다. 영화 공정을 위해, 또 메이킹을 위해 준비할 것들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만나면서 준비 기간은 한없이 길어졌다. 결국 외계인과 조우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콘셉트와 스케일이 커졌고 긴 기간 고생 아닌 고생을 지속해야했다.
"더럽게 나를 고생시켰어요.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죠. 복합적인 것도 있고 모든 게 다 마음에 들고 그렇진 않죠. 어느 감독이 본인 영화에서 모든 샷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겠어요. 전반적으로 우리는 최선을 다할 거야. 우리의 한계치 내에서 최선을 다한 건 분명해요. 보시는 분들이 좋아하실까. 그 불안은 당연히 있죠. 저도 조심성이 많은 사람이고 객석에 앉은 분들을 한 분 한 분 어렵게 생각해요. 제가 관객으로 영화를 볼 때 필름 메이커가 누구인지가 굉장한 차이를 주더라고요. 그분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쓸 때부터 많은 생각을 하고 제일 긴장된 순간이죠. 그게 지금 영화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호프'의 새로운 점은 1980년대 이전,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풀어낸 작품이란 점이다. 나홍진 감독은 이 영화가 시작된 시점을 돌아보며 15년 전 여행 중 만난 마을을 떠올렸다.
"15년 전인가 제가 외국에 여행을 갔다가 차를 타고 막 돌아다니다가 한 동네를 들렀는데 집집마다 템플 뭐 있고, 토템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이상한 중학생들을 해놓고, 동네에 사람은 없고 대낮인데도 무섭더라고요. 마을회관쯤 되는 곳에 들어가니 할아버지 한분이 계세요. 신경도 안쓰는 척 슬쩍슬쩍 보시는데 긴장감이 들고. 저녁 때쯤 노인네들이 다 와서 뭐하고 노시더라고요. 그날 제가 메모를 하고, 그림도 그렸어요. 그게 영화의 시작이었죠."

자연스럽게 범석(황정민), 성애(정호연), 성기(조인성) 같은 주요인물 외에 관객들을 들었다놨다 하는 해수이(임현식) 캐릭터의 얘기가 나왔다. 나 감독이 말했던 메모 속 노인 같은 인물이라면, 바로 그에 대한 이야기다.
"해수이 삼촌 같은 경우도 이 얘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왜곡이 된 건지 아닌 건지 부분적으로 된 건지 전부가 된 건지 아니면 아예 안 된 건지 헷갈리게 하죠. 우리가 범석과 본 상황을 이 사람이 개입해서 이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잖아요. 제 제정신이기는 한 건가 싶고. 그걸 임현식 선생님께서 연기해 주시는데 너무 재밌었는데 대사를 그렇게 못 외우실 줄 몰랐어요. 그거 편집하느라 죽는 줄 알았죠. 그 숲 속의 장면 몇 컷을 찍으려고 루마니아로 어렵게 오셨어요. 말씀을 너무 재밌게 하셔서 한참 듣고 있음 시간 가는 줄을 몰라. 한국에 귀국하시는데 차를 한 참 타고 공항까지 가는데 뭐 한 열몇 시간 걸린 거야. 비행기를 한번 갈아타야 하는데 비행기를 놓치신 거예요. 그걸 여러번 놓치셔서 가는데 한 4-5일은 걸린 것 같아요. 따님들이 걱정을 좀 하셨죠."
1980년대를 배경으로 외계인이 출몰하고, 미지의 상대를 다루는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과 대처, 비극을 그려낸 '호프'. 나홍진 감독은 전작의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그 이상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을 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면서 풀어나간 곳에는 결국 사람들의 희망이 자리했다. 극중 인물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이루어야 하는 바를 향해 달린다. 무지로 인한 비극이라는 현실 속에서 감독이 느낀 바를 영화로 풀어내다보니 남은 것은 그 하나였다.
"'곡성' 때는 초자연적인 부분까지 해 나갔잖아요. 더 심화시키고 관점을 확장해보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러다보니 우주적인 지점에서 카메라가 가면 어떨까 한 거예요. 공간이 우주일 뿐 '곡성'에서 다뤘던 초자연적인 상황에 그 이상의, 더 이상의 존재의 입장에서 영화 이 현상을 좀 담아보고 싶었어요. 그걸 영상화시키고 구체화시키는 게 외계인이고 마음대로 디자인할 수 있는 존재라면 외계인일 수 있겠네. 시작은 이렇게 됐고요. 그 존재가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함이 추락하면서 엔딩이 시작되는데 엔딩에선 제가 현실 속에서 받은 느낌들을 은유하고 싶었어요. 제가 왜 이런 생각을 했으며 이 이야기를 여러분들은 보셨는데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해야 되느냐. 이런 얘길 하고 넘어가셨음 좋겠어요. 영화가 끝나고 관객 분들께서 그런 생각을 해주셨음 좋겠다. 그런 이유에서 외계인이 나오는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아요."
jyy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