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가 이혼·별거 가정의 자녀와 비양육 부모 만남을 지원했다.
- 센터는 동선 분리와 상담으로 아이 불안을 줄이고 안전한 관계 회복을 도왔다.
- 법원 개입 없이 자발적 면접교섭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와 회복적 사법을 보여줬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부모갈등으로 면접교섭 어려울 때 중립 장소로 제공
[편집자 주] 일반 국민에게 법원은 '판결을 내리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가정 법원은 판결 이전부터 사건 당사자의 갈등을 조정하고, 아이들의 복리를 살피며 보호처분 이후 사회 복귀까지 지원하는 회복적 사법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뉴스핌은 총 3부작을 통해 소년 보호 재판, 면접 교섭 센터, 가사 조사관 등 잘 알려지지 않은 가정 법원의 현장을 조명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사람의 회복을 지원하는 법원의 역할을 심층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서울가정법원 청사 한편에 자리한 면접교섭센터. 법정을 지나 복도를 따라 들어서자 엄숙했던 법원의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어린이 놀이시설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노란색과 초록색 쿠션으로 벽면을 감싼 놀이방에는 미끄럼틀과 타요버스, 자동차 장난감, 병원 놀이 세트, 소꿉놀이 장난감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바닥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두꺼운 안전 매트가 깔렸고, 한쪽에는 클레이와 색칠놀이 도구도 준비돼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는 닌텐도와 보드게임, 암벽 놀이 시설까지 마련돼 있었다.

언뜻 보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평범한 놀이방이지만, 이곳은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로 떨어져 지내던 아이가 비양육 부모를 다시 만나는 공간이다. 판결로 끝나지 않는 가족의 갈등을 조율하고, 아이가 부모 모두와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서울가정법원의 '회복적 사법'이 실현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센터 입구에서는 공항 검색대를 연상시키는 보안 절차가 먼저 진행된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5평 남짓한 대기 공간이 나온다. 소파 하나가 놓인 공간 위로는 폐쇄회로 CCTV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촬영 화면은 보안관리대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양육 부모와 비양육 부모가 우연이라도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출입구부터 대기실, 면접교섭실, 귀가 시간까지 모든 동선은 철저히 분리된다.
이 같은 조치는 단순한 안전관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갈등이 깊은 부모가 마주치는 순간 언쟁이나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장면을 아이가 목격하면 '나 때문에 부모가 또 싸운다'는 죄책감을 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면접교섭센터는 아이에게 안전한 울타리 되는 게 가장 중요"
센터를 총괄하는 김삼희·서지예 가사조사관은 "가사조사관의 역할은 센터가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고 사건 전반을 밀착 관리하는 것"이라며 "갈등이 극심한 부모들이 찾는 공간인 만큼 아이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전한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센터에서는 매달 부장판사와 가사조사관, 면접 교섭위원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도 열린다. 부모 간 갈등이 깊거나 부모 소외 현상이 심각한 사건은 별도로 논의해 법률적 판단과 사건 관리 경험, 심리·치료적 관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아이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을 찾기 위해서다.

면접교섭 지원은 신청서 접수와 사전 조사, 당사자 사전 면담, 맞춤형 면접 교섭 지원, 종결 등 5단계로 진행된다. 양육자 또는 비양육자가 홈페이지나 방문, 우편을 통해 신청하면 가사조사관이 전화로 현재 면접교섭 상황과 부모 간 갈등 수준 등을 파악한다. 이후 대면 사전면담을 거쳐 사건 특성에 맞는 지원 방식을 결정한다.
지원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센터 내 독립된 공간에서 전문가가 부모와 자녀의 만남을 관찰하는 '면접 교섭 지원', 부모의 동선을 분리한 채 자녀의 인도와 인수만을 지원하는 '인도 지원', 원거리 거주 등 물리적 제약이 있는 경우 진행하는 '화상 면접 교섭 지원'이다.
면접교섭실과 관찰실 사이에는 한쪽에서만 내부를 볼 수 있는 편면유리, 이른바 단방향 거울이 설치돼 있다. 아이와 비양육 부모는 관찰자를 의식하지 않은 채 놀이에 집중하고, 양육 부모는 별도의 상담실에서 화면과 헤드셋을 통해 만남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
이용 기간은 원칙적으로 6개월 이내, 최대 12회다. 양육 부모와 아이가 예정 시간보다 10분 먼저 도착해 대기한 뒤 정각에 비양육 부모가 센터에 들어오면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아이와 비양육 부모가 전문가의 관찰 아래 놀이하는 동안 양육 부모는 별도 공간에서 상담받으며 불안감과 적대감을 조절한다. 만남이 끝나면 양육 부모와 아이가 먼저 귀가하고, 비양육 부모는 10분가량 더 머물며 아이의 반응과 개선할 점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
관찰 내용은 가사조사관과 면접교섭위원 간 회의를 거쳐 다음 만남을 보다 안전하게 진행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다만 부모 간 갈등이 지나치게 심하거나 아동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할 때는 면접 교섭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거나 종료될 수 있다.
◆ "부모를 심판하는 곳이 아닌 부모·아이의 행복을 돕는 곳"
관찰과 상담 과정에서 조사관과 전문가들이 가장 자주 마주하는 것이 바로 '부모 소외' 현상이다. 양육 부모의 눈치를 보며 뚜렷한 이유 없이 비양육 부모를 거부하거나 공격하는 심리 현상이다.
이들은 "센터 안에서 비양육 부모와 단둘이 있을 때는 즐겁게 놀고 부모를 그리워하다가도, 놀이가 끝나고 양육 부모를 만나는 순간 태도가 180도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며 "갑자기 비양육 부모가 싫다거나 전혀 즐겁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숨긴다"고 말했다. 심한 경우 아이가 양육비 갈등이나 외도 문제 등 성인들 사이의 사정까지 언급하며 비양육 부모를 비난하기도 한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으로 살아가기보다 한쪽 부모의 분노와 상처를 대신 표현하게 되는 셈이다.
처음 센터를 찾은 부모의 상태도 녹록지 않다. 상당수가 법원의 사전처분이나 권유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방문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힘든데 왜 귀찮게 하느냐"며 조사관과 전문가에게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양육 부모는 '나에게 상처를 준 배우자는 아이에게도 나쁜 부모'라고 생각하고, 비양육 부모는 '면접 교섭은 당연히 행사해야 할 내 권리'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상담은 이처럼 날이 선 감정과 불신을 받아내는 일에서 시작된다.
조사관들은 "첫 단계는 오직 경청과 위로"라며 "부모가 겪어온 억울함과 상처를 충분히 들은 뒤, 센터가 부모를 심판하는 기관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의 행복을 돕는 곳이라는 신뢰를 쌓는다"고 말했다.
신뢰가 형성된 뒤에야 아이의 실제 표정과 불안, 행동 변화를 부모에게 보여주고 아동 중심의 부모 교육을 시작한다.현재 센터에서는 아동 놀이치료 분야 석·박사급 전문가 28명이 활동하고 있다. 아이와 비양육 부모에게는 놀이상담과 관계 회복을 위한 해결책을 제공하고, 양육·비양육 부모에게는 부부 사이의 갈등과 아이의 성장을 분리해 바라보도록 돕는 상담을 진행한다.
◆ 면접교섭센터의 최종 목적지는 '자발적 면접 교섭'
가사조사관과 면접 교섭위원들은 아이의 표정과 행동, 놀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심리 변화를 부모에게 객관적으로 보여주며, 부부 사이의 갈등과 아이의 성장을 분리해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조사관들이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부모가 법원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면접 교섭을 이어가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다. 대표적인 사례는 약 2년 전 두 살 남짓한 아이를 둔 한 가정이다. 당시 아이는 엄마와 약 1년 동안 떨어져 지내며 아빠에 대한 분리불안이 매우 심한 상태였다. 아빠는 "아이를 엄마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과 법원에 대한 불신으로 면접교섭센터 방문 자체를 거부했고, 부모의 갈등은 항소심까지 이어질 만큼 감정의 골이 깊었다.
센터는 전문가를 투입해 엄마와 아이가 놀이 상담 방식으로 조금씩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진행 도중 아빠가 센터에 나오지 않으려 하거나 면접 교섭 자체가 중단될 위기도 있었다. 전환점은 아이가 달라지는 모습을 아빠가 직접 확인하면서 찾아왔다. 엄마를 만난 아이가 밝게 웃고 즐겁게 놀다가 편안하게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의 경계심도 조금씩 누그러졌다.

이후 엄마는 친권과 양육권을 아빠에게 넘기고 면접 교섭에 집중하기로 협의했다. 약 1년간의 지원 끝에 이 가족은 법원의 개입 없이 부모가 스스로 만남을 이어가는 '자발적 면접 교섭' 단계로 넘어갔다.
가사조사관들은 "양육권자나 면접 교섭 횟수와 같은 법적 조건은 판결로 정리할 수 있지만, 수년간 쌓인 부모의 감정과 아이의 불안까지 판결문 한 장으로 해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오히려 "판결 직후 부모 간 갈등이 가장 첨예해지고 돌발적인 분쟁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미 갈라진 부모 사이에서 아이가 부모 모두를 잃지 않도록 관계를 다시 잇는 곳. 판결문만으로는 메울 수 없는 상처를 놀이와 상담, 긴 기다림으로 보듬는 곳. 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의 하루는 오늘도 한 가족의 조용한 회복을 돕고 있다.
pmk1459@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