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서울고법은 25일 공수처가 민간인을 직접 기소할 수 없다고 첫 판단했다.
- 항소심은 김 전 경무관에 징역 1년 집유 2년과 추징금 약 1억원을 선고했다.
- 공수처는 민간인 기소권 부정 판결에 대해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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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계좌 지배 등 인정 안 해
공수처 "범죄 본질 반영 안 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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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이라도 고위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을 직접 기소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처음 나왔다.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의 범죄를 함께 인지·수사할 수는 있지만, 공소제기 권한까지 갖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지난 25일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이승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상 뇌물·청탁금지법 위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전 경무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약 1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사업가 A씨와 김 전 경무관의 오빠, 지인 배씨는 공소 기각 판단했다. 공소기각은 검사의 공소제기가 법률 규정에 어긋나는 등 경우에 법원이 사건 실체를 심리하지 않고 소송을 마치는 절차다.
이 사건은 2021년 1월 공수처 출범 이후 고소나 고발 없이 자체 인지해 수사한 공수처의 '1호 인지 수사' 사건이다.
김 전 경무관은 지인 배모 씨 소개로 의류업체 대표 A씨를 알게 됐다. 이후 2020년 6월~2023년 2월간 사업과 형사 사건에 대한 담당 경찰서를 알선해준다는 명목으로 A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차명계좌로 현금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경무관이 받은 금품은 모두 7억5000만원 상당이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경무관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16억원, 추징금 약 7억50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징역형 집행유예로 형을 대폭 감형했다.
◆ '차명계좌 지배 여부' 불인정…휴대전화도 증거능력 인정 안 해
이 사건 항소심의 쟁점은 뇌물 3억원이 입금된 김 전 경무관 오빠 명의의 '015' 계좌가 김 전 경무관의 실질적 차명계좌인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015 계좌의 주요 거래 상대방이 김 전 경무관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 김 전 경무관이 경찰청과 자택의 컴퓨터를 이용해 해당 계좌의 인터넷뱅킹을 실행한 정황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김 전 경무관의 차명계좌가 맞다고 봤다. 그렇지만 항소심은 이같은 증거만으로는 김 전 경무관이 015 계좌를 전적으로 지배하거나 관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계좌의 일부 입·출금 행위를 직접 관리 또는 실행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계좌를 전적으로 관리하며 자신의 재산으로 입·출금 행위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곧바로 단정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A씨의 휴대전화 정보를 증거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갈렸다.
1심 재판부는 공수처가 휴대전화를 압수한 뒤 봉인해제, 비밀번호 우회, 이미징 작업을 진행하면서 A씨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자정보의 동일성과 무결성이 확인됐고 수사기관에 악의가 없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절차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참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음에도 공수처는 피압수자인 A씨에게 이 사건 휴대전화에 대한 봉인 조치 이후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휴대전화의 증거능력을 배제했다.

◆ "공수처 민간인 기소권 없다" 첫 판단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씨와 김 전 경무관의 오빠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배씨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모두 항소심에서 공소기각 판정받았다.
2심 재판부는 "공수처는 형법 제3조 제1항 제2호를 근거로 위 피고인들의 각 범죄에 대해 기소권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관련해 "수사처 검사는 공수처법이 정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나 그 가족이 아닌 피고인들에 대해 이 사건 공소를 제기하였는바,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는 기소권을 가지지 않는 수사처 검사가 권한 없이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공수처법 뿐만 아니라 아니라 법 제정·개정 과정에서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과 검토보고서, 국회입법조사처 정책연구용역보고서 등을 종합해 이같이 해석했다.
판결문에 첨부된 보고서에 따르면 공수처법이 공수처에 고위공직자범죄와 관련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폭넓게 부여하고 있지만, 기소권은 별도로 제한한다.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특정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이 범한 범죄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뇌물을 공여한 A씨, 지인 배씨 등은 민간인이기 때문에 공수처법상 가족이나 고위공직자에 해당하지 않아 공수처 검사가 이들을 직접 기소할 권한은 없다고 봤다.
다만 이번 판단은 김 전 경무관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기소 자체가 위법하다고 본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김 전 경무관이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으로서 공수처의 수사 및 기소 대상에 해당한다고 봤고, 김 전 경무관에게 인정된 청탁금지법 위반과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를 유지했다.
공수처가 민간인에 대해 기소권이 없다는 취지의 항소심 판결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 이후 공수처 측은 "뇌물수수죄와 대향적 공범관계인 뇌물공여자에 대해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다는 설시는 종전 사례(김모 전 부장검사 사건)와도 다르고, 특히 뇌물수수죄와 뇌물공여죄가 필요적 공범관계에 있다는 범죄의 본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판단으로 수긍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100wins@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