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외국인 노동자는 31일 산업현장 핵심 인력으로 지목했다.
- 고용허가제는 20년 전 틀에 묶여 숙련 단절이 심각하다고 했다.
- 단계적 노동허가제와 정착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정유석 재단법인 피플 이사장 (노무사)
대한민국 산업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더 이상 모자라는 손을 보태는 단순 보조 인력이 아니다. 농촌의 수확기를 견디게 하고 중소 제조업의 공장을 돌리며, 조선소와 건설현장, 어촌의 빈자리를 채우는 핵심 축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가파른 현실을 고려하면 이들의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관리하는 국가 제도가 여전히 20년 전의 수동적인 틀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정한 2026년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 인력 도입 규모는 8만 명이다. 각 산업 현장의 인력 수요를 조사한 뒤 사업주에게 고용 허가를 내주는 방식, 바로 E-9 비자로 대표되는 고용허가제다.
2004년 도입 당시 이 제도의 목표는 명확했다. 과거 산업연수생 시절을 얼룩지게 했던 송출 비리와 불법 알선, 임금 착취를 막고 국가가 직접 선발과 도입을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성과는 분명했다. 중소기업은 합법적인 인력 공급 통로를 얻었고, 외국인 노동자도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게 됐다. 고용허가제를 실패한 제도로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20년 전의 성공 방정식이 지금도 정답일 수는 없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숙련의 단절'이다. 기업은 몇 년에 걸쳐 기계와 공정을 가르쳐 숙련자를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체류 기간이 끝나면 이들을 돌려보내고 다시 초보자를 받아 처음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면서 정작 검증된 숙련자는 밖으로 내보내는 비효율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사업장 이동을 둘러싼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현행법상 E-9 노동자가 사업장을 바꾸려면 임금 체불이나 폭언, 열악한 작업 환경 등 사업주 측 귀책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이 구조가 현장에서 양극단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인권 침해를 당하고도 까다로운 입증 절차를 거치지 못해 제때 구제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입국 직후 대도시나 편한 사업장으로 옮기려고 고의로 태업하며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는 악용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사업장 이동을 무작정 자유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한을 완전히 풀어버리면 지방 제조업과 농어촌 사업장은 인력 연수원으로 전락하고, 대도시 쏠림과 불법체류 폭증이라는 또 다른 재앙을 맞게 된다. 반대로 지나친 통제는 모범적인 기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마비시킨다. 핵심은 통제의 무조건적인 철폐가 아니라, 현장 감독을 강화하고 정교한 유인책을 설계하는 데 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생과 고령화를 겪은 일본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1993년 기능실습제도를 도입했으나 저임금 노동력 활용과 인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자, 2024년 이를 대체할 '육성취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외국인을 거쳐 가는 노동자가 아니라 산업에 필요한 숙련인력으로 직접 육성하겠다는 선언이다.
다만 일본의 개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무조건적인 자유 이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은 1~2년의 최소 근무 기간과 동일 업종 내 이동 제한, 일정 수준 이상의 언어 능력 보유라는 조건을 걸어 이직을 허용했다. 초기 비용을 투자한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면서도, 성실하게 적응한 노동자에게는 합법적인 비상구를 열어준 것이다. 노동자를 사업장에 무작정 묶어두는 통제는 완화하되, 불법 브로커와 악덕 사업주에 대한 단속과 감독은 오히려 대폭 강화한 것이 일본 개혁의 본질이다.
'한국형 단계적 노동허가제'로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극단적인 완전 자유이동도, 현 상태의 방치도 답이 아니다.
1단계에서는 입국 초기 기숙사와 교육 등 초기 투자를 진행한 기업의 고용 안정성을 우선 보호해야 한다. 다만 임금 체불이나 폭행, 산업안전 위반 등 중대한 과실이 발생하면 행정력이 즉각 개입해 신속하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하는 확실한 비상구를 작동시켜야 한다.
2단계에서는 일정 기간 한 사업장에서 성실히 근무하고 기본적인 한국어 능력을 갖춘 노동자에게 동일 업종 내 사업장 선택권을 단계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일터가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으는 정상적인 선순환이 생긴다.
3단계는 숙련 검증과 정주의 연결이다. 최근 대폭 확대된 K-point E-7-4(숙련기능인력) 제도를 활성화하고, 현재 시행 중인 지방 근무자 비자 가점제와 같은 정주 유인책을 한층 정교하게 고도화해야 한다. 한국어 능력과 기술이 검증된 숙련 노동자에게 장기 체류와 가족 동반의 길을 명확히 제시해 줄 때 지방의 인력난 역시 자연스럽게 풀어갈 수 있다.

아울러 공공이 독점해 온 인력 배정 방식에 민간의 전문성을 부분적으로 결합하는 시도도 검토할 만하다. 그러나 이는 과거 산업연수생 시절의 브로커 송출 비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채용 비용의 사용자 부담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불법 알선이나 노동자 대상 비용 전가가 적발되면 즉시 시장에서 퇴출하는 강력한 징벌적 감독이 전제되어야 한다. 허가된 민간 기관의 성과 평가를 투명하게 공개해 민간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국가의 법질서 확립 의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외국인력 정책은 단순한 노무 관리를 넘어 대한민국의 법질서와 국가 안보, 산업 경쟁력이 직결된 종합 국가전략이다. 입국 초기에는 기업의 고용 안정성을 보호하고, 부당한 처우에는 철저한 행정력으로 즉각 개입해야 한다. 그리고 검증된 숙련자와 한국어 능력자에게는 정착의 문을 넓혀주어야 한다.
고용허가제의 지난 20년이 도입의 합법화를 이루어낸 시기였다면, 향후 20년은 단순한 묶어두기가 아닌 정교한 육성과 적정한 관리의 체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히 배정받는 인력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역량을 키워 함께 성장할 귀중한 인재로 대우할 때, 비로소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스스로 대한민국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재단법인 피플 정유석 이사장은 산재 전문가의 길을 걸으며 쌓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문화 사회 통합과 청년 지원에 헌신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1991년 공인노무사 합격 후 국내 최초 산재보상 전문 노무법인 설립을 주도하며 '성공한 노무사'로 명성을 얻었다. 이후 산재심사위원회 심사위원 등 주요 직책을 역임하며 전문성을 공고히 했다. 그의 봉사 정신은 2010년 사재 10억 원을 출연해 재단법인 피플을 설립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재단은 산재로 고통받는 근로자와 가족 지원을 기본으로, 청년 취업을 돕는 '잡카페 플랫폼' 제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에 주력해왔다. 최근에는 다문화 국가로 나아가는 대한민국 사회에 기여하고자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법무부 위탁 '이주민 지원사업'을 통해 국적 취득을 돕고, 외국인 유학생 및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하며 한국 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지원에 집중하며 이들의 자녀가 미래 한국사회의 중요한 인적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