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모레노호가 2일 울산서 베네수엘라와 0-0으로 비겼다
- 한국은 슈팅과 기본 패스 모두 밀리며 공격이 막혔다
- 김민재는 팀이 함께 뛰는 한 발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의 전술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전의 답답했던 90분을 4-4-2라는 숫자 하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선수들의 경기력이 너무 좋지 않았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2위 한국은 48위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슈팅에서도 7-12로 밀렸고, 전반에는 45분이 돼서야 첫 슈팅을 기록할 정도로 공격에서 고전했다.

에콰도르와 첫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키웠던 모레노호는 우루과이에 1-4로 무너진 데 이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도 반등하지 못했다. 문제는 단순히 골을 넣지 못했다는 데 있지 않았다. 패스가 세 차례 이상 이어지기 어려울 정도로 기본적인 연결부터 흔들렸고, 후방 빌드업과 역습에서도 선수들 사이의 약속된 움직임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 또 막힌 4-4-2, 그러나 전술만 탓할 수 있나
모레노는 다시 4-4-2를 선택했다. 손흥민(LAFC)과 오현규(베식타시)가 전방에 서고 김민수(레인저스)와 이강인(AT 마드리드)이 좌우에 배치됐다. 부상에서 돌아온 황인범(FC포르투)이 박진섭(저장)과 중앙을 구성하면서 에콰도르전에 빠졌던 핵심 자원까지 대부분 돌아왔다.
하지만 기대했던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공을 소유했을 때 중앙 미드필더 두 명과 전방 네 명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는 문제가 반복됐다. 황인범이 공을 받으러 내려가도 그다음 패스를 받아줄 선수가 부족했고, 이강인은 오른쪽에서 고립되는 시간이 길었다. 결국 센터백에서 풀백을 거쳐 다시 뒤로 돌아오거나, 최전방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긴 패스를 보내는 장면이 늘어났다.
모레노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에콰도르전 후반 이재성(마인츠)을 낮추면서 중앙의 볼 순환을 살렸던 모습과 비교하면 이후 두 경기에서 오히려 중앙 연결은 나빠졌다. 이강인 역시 자신의 장점인 중앙과 하프스페이스에서 공을 만지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공을 잡아도 상대에게 공격권을 넘어지기 일수였다.
그러나 이날 문제를 모두 포메이션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후 실제 공격 상황에서는 스리백, 수비에서는 파이브백 형태까지 활용하려 했으며 상대 구조에 맞춰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4-4-2라는 숫자가 경기 내내 고정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어떤 전술을 사용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성공해야 하는 패스가 계속 끊겼다. 선수들이 압박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패스의 방향과 세기가 맞지 않았고, 공을 받은 뒤 다음 동작이 늦어지면서 베네수엘라가 수비를 정비할 시간을 줬다. 어렵게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더라도 한 번의 패스 미스로 다시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전술이 패스길을 만들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열린 동료에게 정확하게 공을 전달하는 것까지 감독이 대신할 수는 없다.

◆ 에콰도르전에는 있었고, 이날은 없었던 '한 발'
더 큰 문제는 공이 없는 곳에서 나타났다. 모레노의 데뷔전이었던 에콰도르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즉시 압박이었다. 공을 잃으면 가까운 선수 한 명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두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첫 번째 선수가 상대의 진행 방향을 막으면 다음 선수가 패스길을 차단하면서 빠르게 소유권을 되찾았다.
베네수엘라전에서는 그 압박의 밀도가 크게 떨어졌다. 누군가 압박을 시작해도 주변 선수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서 상대가 한두 번의 패스로 빠져나왔고, 공격이 끊긴 뒤 수비 전환에서도 베네수엘라 선수를 따라가는 움직임이 늦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선수들의 '한 발'이 부족했다. 공을 가진 선수를 위해 가까이 다가가 패스 선택지를 하나 더 만들어주는 한 발, 동료가 압박을 시작했을 때 함께 전진하는 한 발, 공격이 끊겼을 때 상대보다 먼저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는 한 발이 나오지 않았다. 개인의 움직임이 서로 연결되지 않으니 팀 전체의 간격도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모레노 감독은 경기 후 데이터상 선수들이 뛰지 않은 것은 아니며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거리를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날 문제는 단순한 총 활동량보다는 언제, 어디로, 누구와 함께 뛰었느냐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10㎞를 뛰어도 동료와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압박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짧은 거리라도 세 명이 동시에 움직이면 상대의 패스 선택지를 지울 수 있다. 에콰도르전에서 보였던 것은 후자였지만 베네수엘라전에서는 각자의 움직임이 따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 결국 수비수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공격에서 발생한 문제의 부담은 고스란히 수비진으로 넘어왔다. 후방 빌드업에서 공을 빼앗기거나 공격이 허무하게 끝날 때마다 베네수엘라는 넓은 공간을 이용해 역습했다. 후반 15분 헤수스 라미레스의 헤더는 송범근(전북)이 가까스로 막았고, 이후에는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취소됐다. 후반 27분에는 멘도사의 슈팅이 이한범(클뤼프 브루게)을 맞고 굴절돼 골대를 강타했다.
결국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이한범 등 수비수들은 정상적인 수비 상황뿐 아니라 앞선에서 발생한 실수까지 계속 수습해야 했다. 김민재가 후반 35분 교체된 뒤 벤치에서 축구화를 집어 던지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힌 것도 이런 답답함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김민재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수비 선수들이 불쌍했다"라며 팀 전체가 함께 싸우고 경합하며 수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은 모두가 같이 싸우는 느낌이 부족했고, 설령 큰 점수 차로 이겼더라도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메시지는 더욱 강했다. 김민재는 개인이 빛나는 것보다 팀이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팀의 수준을 높이려면 모든 선수가 더 헌신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순히 동료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대표팀 수비의 중심에서 90분 가까이 상대 역습을 직접 마주한 선수가 느낀 문제의식이라는 점에서 이날 경기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 '패스할 곳이 없다'와 '패스받으러 가지 않는다'
이날의 공격 문제 역시 같은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황인범이 돌아왔다고 자동으로 빌드업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황인범이 센터백에게 공을 받으러 내려오면 그다음 선수가 움직여야 한다. 이강인이 안으로 들어오면 설영우(아우크스부르크)가 폭을 만들고, 손흥민이나 오현규 가운데 한 명이 라인 사이로 내려오면 다른 한 명은 상대 수비를 뒤로 밀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연쇄적인 움직임이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 황인범이 공을 받은 뒤 주변을 살펴도 전진 패스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결국 다시 뒤로 돌리는 경우가 늘어났다. 한 명이 움직여도 다음 선수가 반응하지 않으니 모레노가 강조해온 삼각형과 패스 선택지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
결국 패스할 곳이 없다는 것은 때로 패스를 받으러 움직이는 선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후반 초반 이강인이 중앙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손흥민과 오현규가 번갈아 내려오면서 잠시 공격이 살아난 것도 이를 보여준다. 선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패스가 연결됐고, 전방 압박 강도까지 높아지면서 베네수엘라를 뒤로 밀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흐름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 모레노도, 선수들도 답해야 한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투지 문제만 강조하면서 모레노의 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 같은 문제가 우루과이전에 이어 반복되고 있다면 감독은 선수들이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4-4-2에서 중앙 두 명이 고립되고 전방 네 명과 거리가 벌어지는 문제, 이강인이 측면에서 영향력을 잃는 문제, 높은 위치에서 공을 잃었을 때 수비수들이 넓은 공간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는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손봐야 한다.
모레노는 자신의 팀을 건물을 짓는 과정에 비유했다. 한 경기 결과가 나쁘다고 건물을 모두 허무는 대신 문제가 있는 문과 창문을 고쳐가야 하며, 필요하다면 시스템 변화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 말대로 아직 부임 세 경기 만에 모든 것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건물을 계속 올리려면 설계도만큼 그 안에서 뛰는 선수들의 움직임도 필요하다.
베네수엘라전은 감독과 선수 어느 한쪽만의 실패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기였다. 모레노는 선수들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선수들은 그 구조 안에서 동료를 위해 한 발 더 움직이고 기본적인 패스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에콰도르전에서 한국이 보여줬던 축구가 가능했던 것도 화려한 개인기에 앞서 여러 명이 함께 움직였기 때문이다. 공을 잃으면 같이 압박했고, 되찾으면 동시에 앞으로 뛰었다.
김민재가 경기 후 강조한 것도 결국 같은 지점이었다. 베네수엘라전에서 가장 부족했던 것은 새로운 포메이션이나 새로운 스타가 아니었다. 서로를 위해 움직이는 한 발, 그리고 그 한 발들이 연결돼 만들어지는 팀이었다.
wcn050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