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핵심 요약
beta- 한국 증시는 20일 코스피가 5552.74로 급락하며 9000선에서 5000선대로 후퇴했다
- 반도체 이익 기대는 금리 상승과 AI 수익성 논란, 외국인 매도로 흔들렸다
- 국민연금 운용 기준과 정부 시장 개입의 적절성, 수급 불균형이 검증 과제로 떠올랐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반도체 이익 기대에 가려진 금리·외국인 매도 위험
미국 장기금리·AI 투자 수익성 우려에 투자심리도 위축
국민연금 결정 근거·위험 평가 적절성 검증 과제로
코스피 1만 시대를 기대하던 한국 증시가 9000선의 환호를 뒤로하고 5000선대로 내려앉았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정부의 증시 부양정책에 쏠렸던 기대는 무엇을 놓쳤을까. 급등락을 거듭한 시장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남겼고, 정부의 시장 개입과 국민연금 운용 판단의 적절성도 검증 과제로 떠올랐다. 뉴스핌은 [아! 코스피] 기획을 통해 한국 증시의 급등락 과정을 복원한다. 이와 함께 국내 증시의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어떤 원칙에 따라 자산배분과 리밸런싱을 결정했는지 살펴 국민의 노후자산을 운용하는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점검할 계획이다.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코스피 1만 시대를 바라보던 한국 증시가 5000선대로 되밀렸다. 지난 6월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한 뒤 넉 달도 지나지 않아 지수가 약 39% 하락했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 증가에 기대던 상승 논리는 미국 금리 상승과 AI 투자 수익성 논란, 외국인 매도 압력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상반기 국내외 증권가의 낙관론에는 반도체 기업의 이익이 늘고, 그 이익에 적용하는 평가배율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함께 담겨 있었다. 그러나 급락 이후 취재에 응한 증권사들은 금리와 수급 위험을 짚으며 평가배율 상승에 대한 예상이 빗나갔거나 향후 이익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5.27포인트(3.73%) 내린 5552.7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22일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 9114.55보다 39.08% 낮은 수준이다. 개인이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했다.
◆ 9000선 환호 뒤 급락과 급반등…되풀이된 5000선
올해 상반기 코스피의 상승 속도는 가팔랐다. 지난해 말 4214.17이었던 코스피는 올해 6월 30일 8476.48로 마감해 상반기에 101.14% 상승했다. AI 서버 투자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기대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6월 30일 기준 두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3841조3183억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55.43%를 차지했다.

그러나 9000선 돌파가 안정적인 상승 경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 7월 28일 코스피는 10.84% 급락한 6023.66으로 마감했다. 같은 달 29일 5663.24, 30일 5593.56으로 연이어 밀린 뒤 31일에는 17.91% 급등한 6595.45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급락 전인 같은 달 27일 종가보다는 여전히 2.37% 낮아 하락분을 모두 만회하지는 못했다.
하방 압력은 이달 들어 다시 거세졌다. 지난 15일 코스피는 하루 7.57% 떨어졌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9.48%, 11.06% 하락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8196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2조원 넘게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 못했다.
◆ 1만5000은 강세 시나리오…위험 경고도 함께 있었다
코스피 낙관론의 대표적 사례는 JP모간의 코스피 목표치다. JP모간은 지난 6월 한국 주식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12개월 목표지수를 기본 시나리오 1만2500, 강세 시나리오 1만5000, 약세 시나리오 8000으로 제시했다.
전망의 바탕에는 반도체 기업의 이익 성장과 주가 재평가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JP모간은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참여하는 국내 기술기업의 이익이 기업과 가계를 넘어 정부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커졌다고 평가했다. AI 관련 산업재의 성장과 금융주의 수익성 개선, 지배구조 개혁에 따른 평가배율 상승도 추가 동력으로 꼽았다.
당시에도 수급 위험에 대한 경고는 있었다. JP모간은 한국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운용자산을 약 500억달러로 추산했다. 관련 선물·옵션 거래 확대와 급락에 대비한 수요가 변동성을 높이고 있으며, 높은 변동성이 당분간 시장 구조의 일부로 남을 것으로 봤다.

외국인 매도 역시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보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커지면서 일부 신흥국 투자자의 종목별 투자 한도에 따른 매도가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의 해외 주식 자금 환류와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여력 등을 근거로 국내 시장에 추가 매수 여력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이익 증가와 주가 재평가에 대한 낙관론은 국내 증권가에서도 나왔다. KB증권은 지난 5월 14일 올해 코스피 목표지수를 기존 7500에서 1만500으로 40% 높였다. AI 투자에 따른 실적 전망치 상향 속도가 지수 상승을 앞서면서 주가의 평가 부담이 완화됐다고 분석했고, 메모리 반도체도 AI 인프라의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봤다.
삼성증권도 연내 코스피 상단을 지난 5월 8400에서 1만1000으로 높인 데 이어 6월에는 1만2600으로 올렸다. 하반기에도 반도체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이어지고, 국내 기업의 높아진 수익성을 바탕으로 과거보다 높은 평가배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후 국내 증권사의 전망에는 수정이 이뤄졌다. 삼성증권은 지난 9월 17일 제시한 4분기 전망에서 코스피 상단을 8400으로 낮췄다. 지난 6월 제시했던 연내 상단 1만2600보다 420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 실적과 주가의 괴리…증권가 "평가배율 하락"
증권가는 최근 코스피 하락을 기업이익의 악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주가는 예상 이익뿐 아니라 그 이익에 투자자가 몇 배의 가치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이익 전망이 유지되더라도 금리와 위험 부담이 커지면 주가순이익배율(PER)이 낮아질 수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반기 낙관론의 근거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전망 상향과 정책 변화에 따른 재평가 기대를 꼽았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월 550조원에서 6월 942조원으로 높아졌다. 당시에는 이익 증가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이 국내 증시의 평가배율을 높일 것으로 봤다는 설명이다.
양 센터장은 이에 대해 "빗나간 것은 이익이 아니라 그 이익에 시장이 매기는 값, 즉 멀티플(PER)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기업이익 전망보다 금리 상승과 수급 공백에 따른 평가배율 하락을 최근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양 센터장은 과소평가했던 위험으로 미국 장기금리 수준과 반도체 쏠림, 국내 수급 구조의 취약성 등을 꼽았다. 9월 말에는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정점을 지나 금리가 안정될 것으로 봤지만,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웃돌면서 재긴축 우려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기업의 기초체력은 견조하지만 매물을 받아줄 수급 여력이 소진되면서 주가가 적정 수준보다 과도하게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통상적인 1~2% 조정과 달리 낙폭이 크게 확대된 것은 수급 문제가 없으면 나타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병건 D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 보면 과도한 하락이라고 보는 게 맞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상승 추세는 확실히 꺾였다"고 말했다.
AI 인프라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 역시 문제점으로 주목됐다. AI 연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조달금리 상승 우려가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조달금리가 계속 높아질 경우 AI 사업의 수익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자금 우려 완화 전까지 보수적 대응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자금 문제가 풀릴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AI 산업 추세는 유효하다는 관점이지만 시장의 낙폭이 당장 과대하다고 해서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전했다.
◆ 반도체 쏠림에 수급 부담…자사주 매입 종료도 변수
한국 증시의 약세는 이달 누적 등락률에서도 두드러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코스피는 17.11% 하락해 비교 대상 주요국 대표 지수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IDX지수는 14.59%, 중국 선전종합지수는 7.40% 내린 반면 브라질 보베스파지수와 러시아 RTS지수는 각각 10.24%, 7.17% 상승했다.
국내 증시는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해당 업종의 투자심리 변화에 민감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시가총액 비중이 큰 종목의 주가 변동이 코스피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대외 불확실성과 국내 수급 여건 악화가 겹치면서 코스피의 낙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9월 CPI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계감과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기술 추격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관련 투자심리가 흔들린 데다 외국인 매도를 받아낼 국내 매수 여력까지 약해지면서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진단이다.

자사주 매입 수요의 변화도 수급 변수로 꼽힌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을 외국인 매도 물량을 받아내던 수요로 지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약 1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마쳤고, SK하이닉스는 오는 23일까지 매입을 이어갈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매입까지 종료된 뒤 이를 대신할 매수세가 유입될지도 향후 수급의 변수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특히 펀더멘털의 급격한 악화보다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급 불균형이 가격 하락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상승기 바뀐 연금 운용 기준…급락 뒤 신용 경고
증시가 급등하던 상반기에는 국내 주요 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운용 기준도 바뀌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올 1월 26일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벗어날 때 실시하는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리밸런싱은 자산 비중을 정해진 범위 안으로 되돌리기 위해 매매하는 절차다. 기금위는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반복적인 리밸런싱이 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결정 이유로 제시했다.
나아가 지난 5월 28일에는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5.9%포인트 높이고, 리밸런싱 유예가 끝나는 올 6월 말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국내주식의 SAA 허용범위도 한시적으로 확대하고 일일 최대 리밸런싱 규모는 축소하기로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상법 개정 등에 따른 국내 시장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실제 국내주식 비중 확대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면서 매매에 따른 시장 영향을 완화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조정된 SAA 허용범위는 기금운용의 공정성과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주가 상승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목표비중을 높이고 허용범위를 넓히면 기존 기준에 따른 비중 축소를 늦추거나 줄일 수 있다.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과정에서 위험 분산 원칙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높아진 국내주식 비중을 유지할 때의 손실 위험을 충분히 평가했는지가 검증 과제다.

한편 금융당국은 증시 급락에 대응해 시장 점검과 위험관리 강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유관기관·시장 전문가들과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외국인·기관투자자의 수급 상황과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주력 산업의 실적과 경제 기초체력이 견조한 가운데서도 하락 속도와 수급 측면에서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은 이에 국내외 시장 동향과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허위 풍문 유포와 시세조종, 불법 공매도 등 시장교란행위에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비상대응계획을 신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도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 안정 대응과 함께 신용에 의존한 투자의 위험에 대한 경고도 나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과도한 부채와 신용에 의존한 투자는 위험하며 이럴 때일수록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금융회사들은 무분별한 신용공여를 자제하고, 고객 보호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dconnec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