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대표체제 경영성과에 따라 대립 재발 소지 내포
[뉴스핌=강필성 기자] 유진그룹과 2대주주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의 하이마트 경영권 분쟁이 합의되면서 소란스러웠던 분란도 일단락 될 전망이다. 이번 합의로 예전과 달라진 것은 공동대표가 아닌 각자대표체제로 전환된다는 점뿐이지만 이 분란으로 양측의 득실은 복잡하기만 하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30일 하이마트 서울 대치동 사옥에서 치러진 임시주주총회는 시작 직전에 양 측의 합의로 ‘각자 대표체제’를 전제로 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주총 시작 불과 10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총장 입구서 피켓과 현수막을 걸고 선 회장 측이 시위하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극적 합의였다.
겉으로는 원만하게 평화를 되찾은 것 같지만 양 측이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잃은 것 또한 만만치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먼저 선 회장의 경우 단독 경영권 보장에 대한 명분을 잃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초 단독 경영권을 보장해달라고 유진그룹 회장실에직접 서한을 보냈을 정도로 강경했던 태도가 한 걸음 물러났기 때문이다.
30일 주주총회를 앞둔 하이마트 서울 대치동 사옥 앞 전경. 비상대책위원회 직원들이 피켓을 들고 유진그룹에 항의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문제는 각자대표체제로 경영의 일부를 양보하면서 단독 경영권 보장이라는 선 회장의 방침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선 회장과 유 회장이 공동경영체제를 유지해오기는 했지만 사실상 선 회장이 경영을 주도해왔다.
때문에 향후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보다 강화할 때,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 회장도 선 회장에 대한 개임(改任)을 통해 선 회장을 해임하겠다는 의도를 비췄던 만큼 이번 각자대표 합의가 1대 주주의 굴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진그룹에서 ‘회사를 버리고 경쟁사를 만들려고 한 비도덕적 경영자’로 몰아간 선 회장과 다시 손을 잡은 것은 사실상 패배 선언이라는 것이다.
물론 하이마트의 경영권 분쟁이 누가 이기더라도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전제로 했던 것은 사실이다. 유진그룹이 승리하게 되면 사실상 핵심경영진이 사퇴한 ‘껍데기만 남은 하이마트’를 경영하게 될 공산이 컸고 선 회장이 이겼다면 매번 1대주주의 반대를 전제로 한 ‘위태로운 경영’을 해야 했을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의 협의가 일시적 봉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전히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다는 얘기다. 특히 각자대표체제로 경영 기간에 대한 약속 여부, 경영 간섭, 대립이 이뤄졌을 때 원만히 해결될지도 아직 미지수다.
다만 현재까지 유 회장과 선 회장이 이번 합의를 통해 하이마트의 기업가치를 지켜내게 됐다는 점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하이마트의 주주들이 우려했던 파행까지 가지 않게 됐다는 점에서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하이마트의 주가는 30일 오후1시 10분 현재 전일대비 4400원(6.1%) 오른 7만 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유 회장과 선 회장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공덕동 소재 유진기업 본사에서 갖는 이사회를 통해 향후 각자대표 체제에 대한 의결을 진행 할 예정이다. 기존 이사회 안건인 대표이사 개임(改任)안건은 이번 합의에 따라 파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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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