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겨냥용' 설문조사 발표당일 취소
[뉴스핌=최영수 기자]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 허창수)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비판하는 전문가 설문조사를 추진하다 포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권 말 가중되고 있는 '기업 때리기'에 모처럼 목소리를 높이려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도 못하고 '괘씸죄'만 가중된 것 아니냐는 말마저 나온다. 재계 대표기관격인 전경련과 기업 사정당국중 하나인 공정위간 긴장관계가 비등점에 다다르고 있는 것.
1일 전경련과 공정위에 따르면, 전경련은 당초 지난달 31일 '공정위가 경쟁당국으로서 시장경쟁 촉진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할 예정이었다.
공정위가 최근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담함행위에 대한 엄중한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재계 입장을 피력하려는 방어수단으로 일각에서는 당시 이해됐다.
전경련은 은밀하게 공정거래 관련 전문가 30여명을 대상으로 '공정위 업무 인식도'를 조사해 현재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동반성장 및 물가안정 정책에 '한마디'를 던져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다는 게 주변의 해석이다.
◆ 설문조사 발표 왜 포기했나
하지만 전경련은 발표 예정일인 이날 '자료 부실'을 이유로 보도자료 배포를 돌연 취소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설문대상이 주로 학계 인사였는데, 내부적으로 설문조사 대상이 너무 적다는 의견이 제기돼 부득이 자료 배포를 보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문조사를 다 마쳐 놓고 배포 당일 설문대상 규모를 핑계 삼는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크다. 전경련이 모처럼 '야심차게' 준비한 보도자료를 사장시킨 데는 또 다른 사연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전경련의 의도와 달리 설문조사 결과가 미흡하게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 재계 관계자의 진단이다. 전경련이 지적하고자 했던 '동반성장'이나 '물가관리' 정책에 대해 설문결과가 공정위를 탓할 명분이 약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공정위는 경쟁촉진 외에도 '소비자주권 확립', '중소기업 경쟁기반 확보', '경제력 집중 억제' 등을 핵심기능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동반성장이나 물가관리는 공정위가 당연히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공정위, 두고 보자 '부글부글'
또 다른 이유로는 공정위가 사전에 문제를 제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보도자료 배포 계획이 일주일 전에 공지된 점을 감안할 때 공정위가 이를 알면서도 묵인한다는 것은 관(官)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일단 '문제기기는 없었다'면서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전경련이 보도자료를 발표하지 않은 만큼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면서 "그나마 (전경련)내부적인 결정으로 보류했다니 다행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내부적으로는 전경련이 다분히 의도가 있는 '기획설문'을 추진했다는 자체에 대해 분노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이 공정위의 업무영역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경제단체가 언제부터 정부기관의 업무에 간섭했느냐"고 질타했다.
이번 사건을 기화로 허창수 회장 체제의 전경련이 총체적 짜임새가 부족한 가운데 국민적 여론을 감안하지 못하는 자기 보신성 강한 여론(추진)플레이가 오히려 자기발목을 잡았다는 말들이 재계 곳곳에서 나온다.
결국 전경련의 이번 '설문조사'는 대기업의 입장만 대변하는데 급급해 '명분없는 공격'을 감행했다가 '괘씸죄'의 빌미만 제공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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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