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사태 국면 전환용 카드"
[뉴스핌=노종빈 기자] 금융당국이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지적하고 나온 것에 대해 금융권이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1일 금융권 관계자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규정과 금융 감독방향이 따로 간다"거나 "저축은행 사태로부터 여론의 관심을 전환시키려는 카드"라는 주장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0일 전경련 경제정책 강연에서 "재벌들의 일감몰아주기가 심각하다면서 재벌 계열 금융사에 대한 보험·펀드 등을 몰아주는 관행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대기업이 계열사에 펀드, 방카슈랑스 등 금융상품을 몰아주는 등 부당한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 및 제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금감원, '주인있는' 보험사 검사 강화
금감원 측은 올해 2분기 중 은행보다는 주인이 있는(대기업 계열) 일부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자체는 현행법상 특별한 제재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과 그동안 수차례의 감사를 통해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왜 이 시점에 이런 발언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금감원이 하겠다면 우리는 하자는 대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 개혁의 타깃으로 상대적으로 파장이 크지 않은 보험 쪽이 가장 먼저 지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거액의 자산을 위탁운용하다 보면 공개입찰을 하게 된다면서 관련 근거나 자료들이 다 있고 감사도 정상적이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내다봤다.
또한 연금보험 판매 쪽도 대형사의 경우에는 그룹내 금융계열사는 물론 타 그룹에서도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덩치가 큰 '삼성전자'나 '현대차'라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은 물론 계열사가 아닌 현대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 등도 입찰에 함께 참여한다는 얘기다.
결국 이같은 과정을 거쳐서 충분한 공정성이 담보됐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것.
한 유가증권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많은 것처럼 부각되고 있는데 전혀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금감원 이전에 공정위 조사에서 먼저 적발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변액보험·퇴직연금 타깃되나
이번에 검사 강화의 타깃 분야로 지적이 되고 있는 변액보험이나 퇴직연금 등의 경우도 업계 실무급 선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금감원과도 협조가 이뤄졌고 감사도 적절히 받은 상황"이라며 "일반 소비자의 편익을 저해할 정도의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열사에 판매한 상품은 반드시 내부 그룹 직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외부적으로도 모두 정상적으로 공개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후발 주자로 시장 점유율이 크지 않아서 초기 마케팅을 내부 직원이나 그룹 계열사 쪽으로 주력하다보니 결과가 그렇게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벌이라고 해서 부당한 편법을 동원하지는 않는다"면서 "법적으로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까지도 여러 차례에 걸친 감사를 제대로 받았고, 최근에는 내부적으로 거래위원회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조사해 개선토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저축은행 사태…분위기 전환용 카드"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번 발언의 배경에 대해 금감원이 재벌개혁이라는 흐름에 편승하려는 '분위기 전환용 카드'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즉 금감원이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부각시켜서 저축은행 사태로 악화된 여론을 환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풀이다.
금융권에서 오래 종사한 한 관계자는 "이 문제는 몇년 전부터 제기된 것이고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라며 "금감원이 저축은행 사태의 '출구전략'으로 보험 쪽을 타깃으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금감원이 점검을 강화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보험상품의 계열사 편중 비율을 낮추는 정도의 시정 조치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금융권의 문제점을 진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면서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금감원이 가이드라인을 확실하게 주고 이를 못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 보다는 당국과 업계가 공감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합당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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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