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기획력으로 조직 혁신 및 성장토대 마련
재계 주요 그룹의 후계자들이 뛰고 있다. 창업 오너 세대가 세상을 떠나며 그들의 2세, 3세, 4세로 이어지는 새로운 오너십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 오너 패밀리 간 사업을 승계 받고, 이를 분리하고 경쟁하면서 한국식 오너 경영문화가 개화 중이다. 창업세대의 DNA를 물려받고 경영전면에 나설 준비를 하는 후계자들. <뉴스핌>은 연중기획으로 이들 후계자들의 ‘경영수업’ 측면에서 성장과정과 경영 스타일, 비전과 포부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뉴스핌=김기락 기자] “어… 상무님 오늘 안 계시는데요?” 어느 금요일, 한국타이어를 찾은 내방객은 이른바 ‘높은 분’들을 만나볼 수 없었다.
사무실에는 많은 직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도 마치 대학 동아리실 같은 분위기에서 청바지부터 반바지, 운동복까지 저마다 자유로운 복장으로 무엇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미 야외 활동을 하러 회사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를 방문한 여러 관계자들은 이 같은 회사 분위기를 외부에 전파하고 있다.
최근 한국타이어 사내에서는 조현범 사장<사진>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의욕적으로 추진한 ‘프로액티브 프라이데이(Proactive Friday)’가 호평을 받고 있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 시행하는 이 제도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고 직원들 간의 소통을 보다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마련됐다.
월 1회 직원들은 편안한 옷차림으로 출근해 어떤 규정에도 구애받지 않고 동료들과의 자유로운 소통과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진다.
임원, 팀장 등 간부직원들은 이날 출근하지 않고 그 동안 바쁜 업무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한국타이어 특유의 사내 문화인 ‘프로액티브 컬처(Proactive Culture)’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제도로써 조 사장의 유연한 사고와 기획 및 추진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프로액티브 컬처는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이를 통해 자율과 창의를 중시하는 근무 방식과 함께 복지, 건강, 육아, 포상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임직원들의 혁신 활동을 돕는 한국타이어의 기업 문화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조 사장이 경영기획을 전담하면서부터 차츰 제조업 특유의 딱딱한 위계질서와 고정관념을 벗어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기업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며 달라진 사내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또 “젊은 감각과 유연한 사고의 기획력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혁신을 통한 조직 안정화는 물론이고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의 성장에도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타이어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딱딱한 제조업 문화부터 바꾸겠다는 게 조 사장의 생각이다.
1972년생인 조현범 사장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다. 조 사장은 1998년에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2001년 광고홍보팀장, 2004년 마케팅부본부장 상무를 거쳤다.
이후 2006년 경영기획본부장 부사장, 지난해 12월 경영기획본부장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처음으로 사장 직함을 달며 한국타이어를 이끌고 있다.
막강한 후광이 있음에도 조 사장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각은 평범하다고 주위에선 말한다. 그 역시 여러 가지 타이틀 보다는 이름 석 자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주변에서 읽은 것이다.
조 사장과 함께 일을 한 직원은 “처음에는 회장의 아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평범했다”며 “직급과 부서와 관계없이 누구와도 소통에 능했다”고 그를 떠올렸다.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를 2014년까지 글로벌 5위 기업으로 키우고자 신공장 건설, 연구소 건립 등 해외 네트워크 확장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급속히 커져가는 조직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영도 그의 몫이다.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가 아시아 및 미주, 유럽 시장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에 따른 조직 보강 및 효율적인 관리 역량 강화를 통해 일류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조 사장은 내부 조직의 변화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의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제정을 진두지휘하는 등 대외적인 브랜드 이미지 변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
사실 조 사장은 광고업계에서도 광고홍보 전문가라는 호평을 곳곳에서 듣는다. 글로벌 전략가로써 기획 및 순간 판단력이 남다르다고 관련 업계에서는 입을 모은다.
지난 2004년 조 사장이 마케팅부본부장 재임 당시, 이미 한국타이어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1위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을 종횡무진하고 있었지만 그 명성에 걸맞은 글로벌 기업 이미지와 통일된 브랜드 관리가 비교적 미흡했던 게 사실이었다.
미국 보스턴칼리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글로벌 감각을 익히고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광고홍보팀장을 거쳐 마케팅부본부장을 맡고 있던 조 사장에게 브랜드 관리는 제 1의 과제였을 터.
조 사장은 보수적인 제조기업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브랜드 가치 증대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오래 전부터 다짐해왔다는 게 회사 내 공통된 후문이다.
단적으로 조 사장은 당시 국내 타이어업계에서는 파격적으로 세계적인 타이포그래피의 거장, 브로디 네빌과 함께 CI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타이어 트레드를 모티브로 한 비상과 스피드를 상징하는 젊은 감각의 오렌지색 심벌과 대소문자를 혼용한 영문로고 타입으로 구성된 지금의 한국타이어 CI를 비롯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드라이빙 이모션(Driving Emotion)’이라는 브랜드 슬로건도 조 사장의 안목이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약력>
1972년 1월 7일 출생
1996년 미국 보스턴칼리지 경제학과 졸업
1998년 한국타이어 입사
2001년 한국타이어 광고홍보팀장
2004년 한국타이어 마케팅부본부장 상무
2006년 한국타이어 경영기획본부장 부사장
2012년 한국타이어 경영기획본부장 사장
現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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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