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 비리인사 IB업계 영전 '전관예우'
[뉴스핌=노종빈 기자] 국민연금(이사장 전광우)의 대체투자 방식 중 하나인 사모펀드 투자의 특징은 비밀주의로, 투자의 실체를 숨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국민연금의 웅진폴리실리콘에 대한 사모펀드 투자 실패는 이같은 문제가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진>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 캡춰 |
◆ 투자원칙? 대기업 중시, 자산운용사 신뢰
국민연금과 금융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사례에서 드러난 국민연금 사모펀드 투자에서 중요한 투자의사 결정 요인은 일단 두 가지로 지적될 수 있다.
먼저,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웅진폴리실리콘이 웅진그룹이라는 국내의 대표적 대기업 집단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여기에 미래에셋이라는 국내 대표적 자산운용사가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점도 투자의사 결정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국민연금은 대체투자위원회를 열어 이 투자안건을 심의했고 의결했기 때문에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따라서 현재 규정 상으로도 이같은 사례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중징계 해임뒤 버젓이 '전관예우'
이 과정에서 소수의 담당자나 투자위원회의 위원들만이 투자결정에 관여하게 된다.
특히, 국민연금의 투자를 이끌어 내고 운용수수료를 챙기는 자산운용사들과 보이지 않는 유착관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국회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은 국민연금에서 평가조작 등 부정행위로 중징계를 받고 해임된 기금운용 인력이 버젓이 '전관예우'를 받고 자신이 뒤를 봐준 H운용사에 임원으로 취업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금운용본부가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아무런 감시나 제재가 없다"며 이 사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 납득하기 힘든 투자사례 '수두룩'
최근 국민연금의 투자사례를 보면 투자자로서 납득하기 힘든 투자의사 결정이 꽤 많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대체투자 결정 사례를 보면 전문가들조차 납득하기 힘든 투자나 투자의사 결정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6월 국민연금이 투자한 스무디킹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연금은 운용사인 SC자산운용의 펀드를 통해 스무디킹 한국지사인 스무디즈코리아에 580억원을 투자했고 이 자금은 며칠 뒤 고스란히 미국 스무디킹 본사 인수에 쓰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스무디즈코리아 지분을 불과 40%만 인수했고 이 회사 경영진은 지분 60%를 보유해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결국 국민연금 자금을 활용해 불과 6개월 만에 자본총계 50억원대 중소기업이 사업가치 1450억원 규모의 식음료유통업계 신흥재벌로 부상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자신의 투자금이 스무디킹 본사 인수에 대부분이 사용됐는데도 사모투자라는 점을 들어 얼마의 자금이 흘러들어갔는지, 펀드의 지분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한라공조 공개매수 참여 포기로 1300억원이 넘는 눈앞의 손실를 떠안으면서 한라그룹 측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큰 논란거리다.
비스티온이 한라공조를 미국 공조부문과 합병하면서 한라그룹의 인수는 사실상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넥센그룹의 주식스왑에서 전략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재벌 2세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사실상 방조한 셈이 됐다.
◆ 국회 국정감사에도 '효과적 대처'(?)
이 가운데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국민연금에 요청한 많은 자료들이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측에서 보면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자료 요구에 이른바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국정감사 사전 조사를 수행한 한 국회 관계자는 "요청한 자료가 거의 오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측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료들이 많다는 점을 자료 거절의 주된 이유로 내세운다"고 말했다.
또한 "사모펀드 운용과 관련해서 어떤 대기업이 투자에 들어갔는지 설명을 잘 안해준다"면서 "문제있는 기업들과의 사모펀드 약정을 왜 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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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