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후보 단일화, 두 후보 담판 가능성도 부상
[뉴스핌=노희준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와의 중단된 단일화 협상 재개 문제가 16일 중대 분수령을 맞았다.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민주당 혁신에 대한 즉각적인 실천을 촉구하고 나서면서다.
안 후보는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지 사흘째인 이날 문 후보를 향해 단일화 중단 사태와 관련, "국민들이 요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당 혁신 과제를 즉각 실천에 옮겨달라"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공평동 선거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가 확고한 당 혁신에 대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면 바로 만나 새로운 정치의 실현과 얼마 남지 않은 단일화 과정을 마무리했으면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안 후보측이 지난 14일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내세운 "문 후보측의 가시적 조치'의 내용으로 읽힌다.
이에 따라 전날 문 후보의 '사과' 표명에 이어 문 후보를 향한 안 후보의 '즉각적인 당 혁신 과제 실천 촉구'가 이어지는 등 후보간 직접적인 행동들이 교차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진 단일화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안 후보측의 '즉각적인 당 혁신 과제 실천'에는 사실상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사퇴 촉구가 포함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 있어 문 후보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이대로 가면 안 된다. 민주당 지지자들을 진심으로 존중한다"면서 "그러나 4. 11총선의 패배 반복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 국민의 마음에 실망 상처 남기면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은 낡은 구조와 방식을 깨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전적으로 하나가 돼야 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어제 문 후보는 잘못된 것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했다. 진심은 믿는다"며 "국민은 하나가 되는 단일화를 원한다. 문 후보가 낡은 사고와 행태를 끊어내고 인식의 대 전환을 이끌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이제 문 후보가 직접 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때"라며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방지책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에 이어 박선숙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혁신에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의 퇴진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문장 그대로 해석해주면 좋겠다"며 "우리가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 열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 논의된 바 있는 내용들이 민주당 내부의 혁신 과제로 제기된 바 있다"며 "특히 새정치위원회에서 제출된 그런 내용도 있다"고 부연했다. 문 후보측의 '새정치위원회'에서는 지난 1일 '지도부 총사퇴'를 발표하려다 미룬 적이 있다. 사실상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의 사퇴에 대해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혁신 과제를 구체적으로 들어달라는 요청에도 "단일화의 파트너로서 저희가 그것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문 후보측 '새정치위원회'에서 발표하려다가 보류된 사항을 충분히 다 이행해달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확인에도 "예를 들면 그런 내용을 포함해 혁신은 누군가 외부로부터 얘기할 것이 아니고 스스로 할 때 의미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사퇴론이 포함되는 것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과도한 조직동원 양상' 등에 진상조사도 포함되나는 질문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면 어떻게 그런 일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진상조사' 포함에 대해서도 부정하지 않았다.
안 후보가 문 후보와 단일화 합의 이후 민주당 개별 의원에게 전화를 돌린 것과 이번 안 후보의 촉구가 관련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단일화 파트너인 민주당 의원들에게 인사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안부 전화를 드린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한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에게 순리상 먼저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이 안 후보측이 요구하는 혁신과제와 연관돼 있느냐는 질문에도 "우리는 의원 한분 한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화해도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상대방의 전화번호가 저정되지 않아서 안 받는 이도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 한분 한분에게 직접 전화해서 당면하고 있는 국가적 현안에 대해서 의견을 구할 것이고 이런 것이 새 정치"라며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당대표에 국한되지 않고 국회의원 한분 한분에 동등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후보를 향한 안 후보의 요청에 시점이 정해져 있느냐는 질문에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문 후보가 당 혁신에 대한 실천 의지를 보여주면 바로 만나 단일화 과정을 마무리하자는 발언과 관련해선, 단일화 협상팀이 없어지고 두 후보가 룰을 정하자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단일화 과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두 분이 의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었다"며 "기존의 협상팀에서 진행됐던 것을 어떻게 마무리하거나 혹은 계속할지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