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마르코 루비오 각각 대선 유력후보로 부상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4년 뒤 미국을 이끌 대통령은 또 소수파에서 나올까.
지난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야 미국은 `기회의 나라`임을 어렵사리 증명했다. 장벽(障壁)은 뚫으라고 있는 것임도 보여줬다. 그동안 한 번도 뚫리지 않았던 인종의 장벽이 뚫린 것이다. 미국인들은 `와스프(WASP; 백인 앵글로색슨 청교도)`가 아니라 흑인, 더 정확히는 흑인 혼혈 대통령을 뽑았고, 그는 올해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벌써부터 2016년 대선에 나올 후보자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또 다른 장벽이 뚫릴 것인지를 관심사로 두고 봐도 좋겠다. 민주당과 공화당에서 떠오르는 유력대선 주자 후보들이 성별과 인종에 있어 미국 정치권에선 소수파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4년 전 이미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버락 오바마에게 패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급부상중이다. 공화당에서는 쿠바계 히스패닉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이 떠오르고 있다. 8일(현지시간)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는 클린턴 국무장관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는 루비오 의원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이미 오바마 대통령이 인종의 벽은 허물었지만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성별의 장벽 즉, `유리천장`을 클린턴이 깰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미국에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히스패닉계가 통치권까지 잡을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물론 대선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정책적 검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겠지만.
◇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 탄생할까
워싱턴 정가에선 클린턴 장관이 뭘 할 때마다 다 차기 대선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례로 국무장관직 사임의사를 밝힌 것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클린턴 장관에게 차기 시장직에 출마하라고 했더니 거부했다는 보도도 `클린턴이 대선을 노리기 때문`이란 해석을 낳는 식이다.
2016년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현 국무장관 |
세계적 갑부 워렌 버핏이 지지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클린턴 장관이 차기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나오면 공화당은 필패"라고 주장했다.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도 "클린턴 장관은 만약 민주당 후보가 결심만 한다면 굉장한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의 업무 수행 능력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보다 더 감사할 수는 없다"고 한 한 마디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투를 8일만에 멈추도록 중재한 것도 빛나는 업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자의든 타의든 간에 대권 도전설이 힘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대권 도전 여부가 클린턴 장관의 퇴임 후 행보를 좌우할 것이라고 8일 보도했다. 일단 클린턴 장관이 현직에서 물러난 다음에는 햄프턴이나 뉴욕주 북부에 집을 사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일상 생활을 즐기는데 몰두할 것이고 현재 예일대 총장이나 조지소로스 재단 이사장 등으로 갈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남편이 하고 있는 재단을 이끌 수도 있을 것이며 로펌에서 자문을 하거나 연설, 저술 등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성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은 2008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성 후보란 점을 의식해 정치적 야심을 내보이기보다는 대중에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진짜 열정을 내보이길 꺼렸던 것을 반추, 2016년 대선에 나가길 원할 경우 전 세계 가난한 여성들을 돕는 일에 대한 관심을 보임으로써 오히려 표심을 얻으려 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또 2008년 당시 대선 캠프에서 그를 도왔던 한 보좌관은 "클린턴 장관은 당시 2년 정도나 앞서 출마 의사를 밝혔던 것이 유익하지 않았다고 보고 만약 또다시 도전하길 원한다면 많이 뜸을 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NYT는 이와 함께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내가 대권에 도전할 것을 은근히 원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 공화당의 떠오르는 별 루비오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주)도 소수파에 속한다. 쿠바계 히스패닉으로 40대의 젊은 초선의원인 루비오 상원의원은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감으로도 물망에 올랐지만 본인은 "관심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 말은 야심만만한 루비오 의원의 복심은 부통령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해석이 나돌았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
그는 쿠바 이민자의 아들이다. 그는 부모가 피델 카스트로의 공산통치를 피해 1959년 미국으로 이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었지만 지난해 10월 워싱턴포스트(WP)는 그의 과거사가 꾸며진 것임을 폭로했다. WP는 그의 부모가 미국으로 건너온 것은 1956년 풀헨시오 바티스타 정권 때였다고 보도했다. 또 루비오가 과거를 윤색한 것은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찾아 미국으로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압박 때문이었다고 말함으로써 표심을 끌려고 했던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었다.
남플로리다 지역이 `중남미의 수도`로 불릴 만큼 히스패닉이 많고 대다수가 쿠바계란 점에서 공화당이 플로리다란 표밭을 확보하기엔 루비오가 적격이다. 그러나 미국 전체로 볼 때 히스패닉의 대다수는 멕시코계라 쿠바계 인물로만 승부하기엔 무리가 없지 않다. 다만 그가 공화당의 외곽 풀뿌리 지원조직 `티파티`의 적극적인 지지를 업고 있고 40대의 젊은 나이여서 `변화`를 외치며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던 오바마와 같은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