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글로벌

중앙은행의 위험한 베팅: MIT '새 케인즈파'의 실험

기사입력 : 2012년12월13일 10:41

최종수정 : 2012년12월13일 14:32

[뉴스핌=김사헌 기자] 두 달 마다 한 번씩, 스위스 바젤의 국제결제은행(BIS) 본부 건물 18층은 십 수명의 주요국 중앙은행가들이 비밀스럽게 모인다. 만찬을 포함한 이 회동은 주로 통화정책과 경제 문제에 대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교과서에도 없는' 위험한 정책 실험이 주된 논의 주제다.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을 격식없이 얘기하는 이 자리는 전 세계 경제의 돈맥을 좌우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초가 만들어지는 자리이기도 하다. 만찬의 애피타이저가 끝난 뒤 와인을 곁들인 담소 시간이 되면 이야기는 더욱 진솔해진다. 서로 개별국가의 전망에 대해 묻고 질문들이 뒤따른다. 물론 의사록이나 논의 속기록은 없으며 스탭도 참석할 수 없는 매우 비밀스럽고 사적인 자리다.


◆ MIT출신 '새 케인즈파'가 주도하는 글로벌 중앙은행 정책

2007년 세계 금융 위기 발생 이후 이들 중앙은행가들은 전 세계 금융시스템에 11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인 화폐를 공급하는 전례없는 정책을 실시했다. 최근까지 경제 회복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인 데다 유럽 채무 위기까지 겹치면서, 이 같은 양적 완화정책은 점차 강도를 더해가는 중이다.

이 경제학 교과서에 없는 위험한 정책실험은 바로 몇몇 메사추세스공과대학교(MIT)의 경제학 박사 출신의 유력 경제학자들의 학문적 성과들에 기초해 진행되고  있다.

중앙은행가들은 정부 내에서도 고립된 존재들이다. 민간은행가들과 너무 가까우면 시장을 흔들거나 불공평한 이득을 제공할 수 있고, 정치권과의 독립을 위해 정치인들과도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2007년 위기 발생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가들은 서로 의지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그리고 영란은행 총재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MIT 경제학과의 이른바 'E52' 건물에서 함께 지낸 인물들이다.

MIT 경제학박사 출신들 중 다수는 경제가 하강국면에 있을 때 정부가 나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 '새 케인즈주의자(New Keynesian)들이다. 특히 중앙은행은 여기서 금리 조절 뿐 아니라 정책적 의사소통 문구들을 통해 대중의 기대치를 조율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MIT 박사들의 정책 실험]

최고 중앙은행가들 중 MIT 출신

벤 버냉키 연준의장: 1979년 MIT 박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1977년 MIT 박사
(위 두 사람은 각각 스탠리 피셔 당시 MIT 교수(1973~1994)가 박사 지도)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 1983~84 MIT 방문교수 당시 버냉키 등 지도
제레미 스타인 연준 이사 1986년 MIT 박사

연준 내에서 버냉키 의장에게 보고하는 이사들

화폐 담당 윌리엄 잉글리시 1986년 MIT 박사
경제분석 담당 데이빗 윌콕스 1987년 MIT 박사
국제 담당 스티븐 카민 1987년 MIT 박사
은행감독 담당 마이클 깁슨 1993년 MIT 박사

그 외

찰스 빈 영란은행 부총재 1981년 MIT 박사
올리비에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1977년 MIT 박사(1983년부터 교수직)
두부리 섭바라오 인도 준비은행 총재 1982년 MIT 펠로우
호세 드 그레고리오 전 칠레 중앙은행 총재 1990년 MIT 박사
아타나시오스 오르파니데스 전 키프로스 중앙은행 총재 1990년 MIT 박사
필립 로우 호주 연방준비은행 부총재 1991년 MIT 박사

※자료: 월스트리트저널(WSJ)

스위스바젤 BIS 타워, 그 아래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 우측은 시계방향으로 벤 버냉키, 마리오 드라기, 제레미 스타인, 머빈 킹
※사진 출처: BIS, Federal Reserve, ECB, Bank of Israel 홈페이지

◆ '새 케인지안', 대공황 시절 케인즈의 현대화

MIT 경제학 박사들 중 다수는 '새 케인지언'이 됐는데, 이들은 대공황 시대의 존 메이너스 케인즈의 연구 성과를 현대화했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주장한 케인즈와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편 이들은 소비자와 기업 소유주의 심리를 중요시한다. 이들 경제 주체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조절함으로써 현재의 경제적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중앙은행이 공표하는 발표문은 이런 기대를 '조작'하기 위해 매우 섬세하게 조율된다.

'새 케인지언'은 이른바 민물 경제학자들(Freshwater Ecocomist)라고 불리는 '시카고 학파'에게 위기 발생의 일부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또한 이런 민물 경제학의 성과를 일부 차용한다. 경제 주체의 기대에 주목한 '포워드 룩킹(forward looking)' 방식을 수용하는 것이다.

민물 경제학자는 오대호 인근의 시카고 로체스터 미네소타 대학 등의 소속 경제학자를 일컫는데 시장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경제주체의 합리적 기대가 미래를 결정한다면서 정부 개입에 반대한다. 이와 반대로 MIT와 버클리, 하버드 예일 등에 속한 케인즈 경제학자들은 '짠물 경제학자'로 불린다.

개별 국가들이 재정정책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힘든 상황에서도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일사분란하게 자신들만의 길을 걷고 있다. 이들은 유권자나 정치인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대학시절 사귄 동료들과 자주 대화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통일적인 정책 실험의 기반으로 이용하고 있다.

만약 지금 중앙은행가들의 실험이 옳다면 세계경제는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의 그늘에서 빨리 빠져나올 것이지만, 만약 그릇된 판단을 내렸다면 인플레이션이나 또다른 거대한 금융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 물론 실패는 곧 이들 중앙은행가들에 대한 권한이나 독립성의 박탈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 그들이 옳다면 모르지만, 틀릴 경우

중앙은행들은 세계 화폐공급장치를 통제한다. 신규 화폐 공급은 경기를 부양해 금리와 실업률을 낮추는 대신 인플레율은 높이며, 공급을 막거나 회수하면 금리가 올라가고 경기가 냉각되지만 물가 압력은 낮아지는 식이다.

지금 중앙은행은 막대한 화폐 공급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경제가 회복되면 신속하게 회수해 인플레이션 발생을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그런 회수 작업이 적절할 때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이런 문제들은 중앙은행가들도 잘 안다. 찰스 빈 영란은행 부총재는 "우리도 상황이 매우 이례적이란 점을 잘 알고 있고, 또 별로 경험해보지 못한 정책적 무기들을 사용하고 있는 처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버드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8세기에 걸친 재정 위기를 분석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net)"의 공동저자인 케네쓰 로고프 교수는 "아직 실험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 기조가 과도 혹은 과소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실험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비판과 우려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

주요국 중앙은행의 막대한 양적 완화 정책은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고 증권시장을 부양해서 가계와 기업의 소비지출과 투자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금 실행되는 정책을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당연히 이 같은 정책이 몰고 올 부작용에 대한 경고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회동 당시 BIS의 사무총장인 제이미 카루아나는 "최후의 보루 역을 맡게 된 중앙은행은 막대한 규모의 완화정책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긴급 조치들은 너무 오래 유지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일을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직접적인 부작용 외에도 일국 정부의 도덕적 해이도 발생할 수 있다. 일시적인 사태의 개선을 빌미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경제개혁을 단행하는 어려운 정치적 결단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BIS 내부에도 최근 중앙은행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존재한다. BIS의 화폐 분야를 담당하는 스티븐 케세티는 "중앙은행은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는 아니다"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다.

전 BIS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윌리엄 화이트와 같은 경제학자는 최근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에 대해 불만이다. 그는 "금융 위기 발생 전에 신용 거품에 대해 경고했지만 아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회의감을 드러냈다. "단기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 장기적인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사헌 기자 (herra79@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뉴스핌-인공지능협회, CES2025 참관단 진행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뉴스핌과 한국인공지능협회가 추진하는 CES2025 참관단이 오늘 출발했다. 최신 글로벌 정보통신산업(ICT) 기술이 집대성된 CES 행사장에서 참관단은 글로벌 시장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됐다. 뉴스핌과 한국인공지능협회는 5~10일(현지 기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5를 방문하는 참관단을 운영한다. 뉴스핌과 한국인공지능협회는 5~10일(현지 기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2025 참관단을 진행하며, 8일에는 'CES2025 인사이트 포럼'을 연다. [자료=뉴스핌DB] 2025.01.05 biggerthanseoul@newspim.com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세계 최대의 정보 기술 및 가전 전시회로, 해마다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다. 이 전시회는 최신 기술과 혁신 제품을 선보이는 플랫폼으로, IT, 통신,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참가해 신제품을 소개한다. 이번 참관단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진흥원(창진원)이 운영하는 전시관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창진원이 엄선한 국내 최고 전문가의 현장 안내에 동참한다. 창진원과 함께 하는 네트워크 행사도 뉴스핌이 협력, 글로벌 투자사를 비롯해 CES 2025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과의 소통의 기회가 마련된다. 참관단은 이날 3일 출발해 오는 12일 돌아온다. 현지에서 진행하는 '뉴스핌-한국인공지능협회 CES2025 인사이트 포럼'을 통해 정부와 민간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CES2025 인사이트 포럼은 오는 8일 오후 6시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Keith Lee(이원) 펜벤처스 이사가 참석해 글로벌 스타트업 진출과 투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기조연설을 통해 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가 이날 포럼에 참석, CES2025에 대한 리뷰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벤처캐피털 CES 참관단이 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 및 한국 스타트업 투자 등을 논의한다. 이날 포럼에는 CES 혁신상을 수상한 네이션A 등 다수의 스타트업도 참석한다. 대한민국 1호 AI 생성형 영상 기업인 맥케이 역시 참석해 다수의 벤쳐캐피털과 소통을 할 예정이다. 맥케이는 AI PPL 사업의 국내 선두주자로 콘텐츠 사업 등에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음재훈(Jay Eum) GFT 벤처러스 대표도 참석해 인사이트를 나눈다. GFT 벤처러스는 음재훈 대표와 제프 허브스트가 2021년 공동 설립한 미국 기반의 벤처캐피털 기업이다.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약 1억 4000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biggerthanseoul@newspim.com 2025-01-05 16:57
사진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 "절체절명 위기"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에코프로가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돌파하기 위한 2025년 3대 경영 방침을 밝혔다. 5일 에코프로에 따르면,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는 지난 2일 오창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을 통해 "지금은 길을 찾지 못하면 생사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며 "경영 전 부문에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는 이를 위해 올해 △인도네시아 양극재 통합법인 프로젝트,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 합병, △R&D 아웃소싱 강화 등 3대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에코프로는 광물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에 제련과 전구체, 양극재로 이어지는 통합 생산 법인을 설립해 코스트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 아래 올해 1분기 내에 중국 GEM과 통합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에코프로의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은 니켈 등 주요 광물자원을 경쟁사에 비해 매우 저렴하게 공급받아 현지에서 양극재를 생산해 배터리 셀 회사는 물론 자동차 OEM들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주가 2일 오창 에코프로 본사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에코프로] 특히 하이니켈 최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에코프로는 가격경쟁력까지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은 양극재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채 창업주는 "우리의 생존법은 가격은 확 낮추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뿐"이라며 "경쟁사 대비 가격은 낮고 기술력은 높은 기업만이 미국에, 유럽에 진출할 수 있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는 또 에코프로씨엔지와 에코프로이노베이션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제고키로 하고 합병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리튬 가공을 하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리사이클을 맡고 있는 에코프로씨엔지의 합병은 전기차 캐즘 이후를 대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는 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장을 리딩할 수 있는 기술은 내재화하되 범용 기술은 외부에서 조달한다는 방침 아래 R&D 아웃소싱을 강화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는 이를 위해 국내 대학은 물론 국내외 동종업계와 기술협력 로드맵을 수립 중에 있다. 에코프로는 사업구조 환골탈태를 위해서는 조직문화의 환골탈태가 전제돼야 한다고 보고 혁신의 DNA가 조직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임직원의 노후를 책임지는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tack@newspim.com 2025-01-05 11:24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