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완화정책 기대가 의문시 되면 '충격'
[뉴스핌=이은지 기자] 구로다 하루히코 차기 일본은행(BOJ) 총재 내정자가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또렷한 인상을 주지 못한 것으로 재차 확인되고 있다.
구로다 지명자는 지난 5일 중의원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BOJ 총재로 임명된다면 디플레이션 타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대한 '기대'가 '의문'으로 바뀌는 조짐이다.
구로다는 통화 완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재 BOJ가 하고 있는 일은 충분치 않다면서 101조엔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현행 3년으로 제한된 매입 채권의 만기를 장기로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로다는 BOJ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규모와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당초 약속한 내년 1월보다 빨리 무제한 자산매입 프로그램이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구로다의 이와 같은 발언이 나오자 달러화는 93.72엔에서 93.25까지 하락했다(엔화 강세). 0.69% 상승으로 장을 출발한 닛케이지수 역시 상승폭을 반납하며 0.27% 오른 1만 1683.45엔으로 장을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시장이 차기 BOJ 팀이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어려울 것이라는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구로다가 '금융시장이 원하는 것을 말해줬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단기 국채를 매입하는 데 집중해 왔는데 구로다가 임명될 경우 자산 매입 규모가 현재보다 확대됨은 물론 범위 역시 장기 국채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예상은 이미 채권 수익률을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구로다의 발언이 몇 가지 재미있는 방식으로 방어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로다가 '연방준비제도(Fed) 스타일'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약속한 것이 아닌 단지 '고려하고 있다'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 지적한 것이다.
특히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whatever it takes)고 공언한 데 비해 구로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약속한 점이 흥미롭다는 지적.
블룸버그는 아직 공식적으로 BOJ 총재에 임명되기도 전에 너무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임이 분명하다면서도 한 가닥 아쉬움을 표시했다. 구로다가 시장에 적극적 통화정책 옹호론자로서의 인상을 줄 의향이 있는지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깊게 뿌리 박힌 디플레이션을 타개하는 것은 구로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