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법에 따라 중앙회가 금융지주 경영 간섭
[뉴스핌=한기진 기자] “농협금융지주사가 출범한지 1년 밖에 안돼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나.”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에 대해 농협금융 고위 임원은 이런 말을 했다. 그렇게 일찍 물러날 줄 예상하지 못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전산사고 등 일련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분위기는 분명했고 금융감독당국도 관련자를 징계할 참이었지만, 그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신 회장은 "중앙회가 전산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농협금융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물러났다. 이 고위 임원도 “현행 지주회사법 체제에서는 농협중앙회가 간섭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농협 내부에서도 거기까지 우려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느끼게 됐다”고 했다.
신 회장의 사의를 가져온 농협을 둘러싼 관련법 개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보유한 대주주는 농협중앙회로, 작년 3월 신경분리 정책에 의해 나뉘었다. 농업과 금융부분을 분리해 각각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였다.
기본적으로 독립경영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예산과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신 회장이 금융의 기본인 전산시스템 관리 권한을 제한 받았다는 고백이 이를 반증한다.
농협금융은 KB 우리 신한 하나금융과 마찬가지로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지만 농협중앙회는 농협법의 적용을 받는다.
관할 정부 부처도 농협금융은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가, 농협중앙회는 농림축산식품부로 서로 다르다.
그런데 농협법은 '중앙회는 자회사(경제지주회사 및 금융지주회사)를 지도•감독하고 결과에 따라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마치 농협법이 금융지주회사법 상위법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농협법 개정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관련법을 고쳐 지배구조를 고치기 위해서는 금융위와 농림부의 이해를 조정해야 하고 설령 조정된다고 해도 개정까지는 시일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면서 “당장 신임 회장을 뽑는 과정에서 유력 인사가 농협의 지배구조를 이유로 고사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