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 보장형 주택(저가형 서민 임대주택)이 수량이 턱없이 적고 신청 기준도 까다로워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구실 못하는 보장형 주택
최근 중국 언론들은 베이징 둥쓰환(東四環) 외곽에 위치한 서민주택단지 '광화신청(光華新城)'의 집값이 제곱미터(m²)당 1만위안(약 187만원)으로, 이 지역 일반 분양주택 가격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근래들어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인 국5조(國五條)를 비롯해 구매제한, 부동산세 등 집값을 잡기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치솟는 집값을 억제하는데 여전히 역부족인 모습을 보이면서 정착을 위한 보금자리 마련이 중국 서민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당국이 저가임대주택, 판자촌 리모델링 주택, 가격제한 분양주택, 공공임대주택 등 저소득층을 겨냥한 보장형 주택을 짓고 있지만 서민들을 위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중국 주택·도시건설부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3000여만 가구가 보장형 주택 혜택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1가구당 3인 기준을 놓고 계산하면 1억명에 육박하는 서민들의 주택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하지만 2011년 중국 도시 인구가 7억명인 것을 감안하면 보장형 주택 수혜를 입은 서민은 7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수치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 또한 적지 않다. 2011년 말까지 1200여만 가구가 여전히 판자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주택 임대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집세도 크게 올랐다는 것.
실제로 2012년 베이징시 직장인의 평균 월급이 5223위안(약 98만원) 인데 반해 원룸 집세는 4000위안(약 75만원)까지 치솟아 중국인들의 집값 부담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언론들은 싱가포르의 사례를 들어 서민들을 위한 보장형 주택의 당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싱가포르는 국민의 84%가 정부가 제공하는 임대 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서민들이 내집 마련을 위한 부담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천덕꾸러기 취급 받는 보장형 주택
보장형 주택은 서민들 뿐만 아니라 정부, 기업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보장형 주택 건설을 위한 부지는 지방정부가 고가로 땅을 팔 수 없을 뿐더러 보조금까지 지급해야 하는 실정이며, 부동산 업체들은 보장형 주택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이 분양주택만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의 서민들은 보장형 주택을 신청하고 싶어도 절차와 기준이 까다롭고, 신청을 한다고 해도 보장형 주택이 입주한 지역이 도시 외곽지역인데다 주택 품질도 떨어지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
아울러 보장형 주택 공급이 수요에 훨씬 미치치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국의 12차 5개년 규획(2011~2015)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5년내 3600만 채의 보장형 주택을 증설, 보장형 주택 보급률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나, 중국 가정의 70%가 내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주택 증설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장형 주택의 공급이 딸리는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보장형 주택 건설을 위한 정부 자금 부족과 토지를 비롯한 관련 제반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들었다. 이렇듯 보장형 주택이 희소한 까닭에 신청 조건이 까다로워져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다.
또한 상당수의 보장형 주택이 부실 공사와 부대시설 미비, 주택 입지 환경이 떨어지는 등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일부 지역의 보장형 주택 공실률이 늘어나면서 보장형 주택의 유효 공급과 실제 공급과의 격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권력을 가진 기득권층이 보장형 주택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로 보장형 주택 수혜가 절실한 서민들은 호적제도 등 정책적인 문제로 혜택을 누리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장형 주택 제도 결함
보장형 주택은 일반 분양주택 처럼 고가에 부동산 업체에게 땅을 팔아넘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장형 주택을 짓는 부동산 개발업체에 세금을 면제해 주어야 하는 실정이라 지방정부는 보장형 주택 건설을 사실상 반기지 않고 있다. 짓는다고 해도 땅 값이 저렴한 외진곳에 보장형 주택을 짓고 있다.
이는 중국의 독특한 토지 소유 구조 때문이다. 중국에서 토지는 개인이 아닌 국가나 집단의 소유물로 토지양도금은 지방정부의 막대한 수입원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중국 보장형 주택 공급량은 매우 적다. 2012년 중국 전체 주택건설 부지 중 분양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인데 반해 보장형 주택은 33%에 불과했다. 하지만 중국인의 70%는 내집 마련이 어려운 중·저소득층이다.
둥팡(東方)증권에 따르면 올해 보장형 주택 건설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1조2000억 위안이나 자금 부족분이 6000억 위안이 넘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돼 향후 보장형 주택 공급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듯 건설 자금이 부족한 데다 수익률도 분양주택에 훨씬 못미쳐 밑지는 장사를 원하지 않는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염가의 불량 건축 자재를 쓰거나 건설 기한을 늦추면서 불량 보장형 주택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가 보장형 주택 공급과 배분을 주도하기 때문에 공급량이 적은데다 품질이 좋은 주택을 기득권층이 취하는 부정부패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보장형 주택 배분 과정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제고해 보장형 주택이 특권층에 악용되는 사태를 뿌리 뽑지 않으면, 빈부격차 확대로 인한 사회 불만만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