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백현지 기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오는 2015년부터 그림자 투표(Shadow Votingㆍ섀도 보팅)제가 폐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총에서 감사 선임과 같은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섀도 보팅은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적용하는 예탁결제원의 의결권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게 된 동기는 소액 개인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보다 단기 차익실현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섀도 보팅을 활용해 주총을 진행하는 형편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인 상장사의 35%가 정기주총에서 섀도보팅을 신청했다. 특히 코스닥 기업은 39.2%(964개사 중 378개사)가 이를 요청했다.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시 이 제도가 기업 편의주의에서 시작됐고, 기업의 입맛에 맛는 감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당장 내년 주총부터 적용된다.
섀도보팅 폐지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 감사 선임이다. 감사 선임을 위한 투표에서는 최대주주 지분에 대해 '3% 룰(3%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50%인 회사라면 전체 주식의 약 14%의 주주가 참석해 이 참석자들의 전부가 찬성해야 한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제외한 주식의 25% 주주가 참석하지 않는다면 감사선임이 불가능해진다.
섀도보팅 폐지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전자투표는 아직까지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15일 현재 전자투표 이용하는 회사는 총 45개사 뿐이다. 이들 대부분은 페이퍼컴퍼니인 선박투자회사 등이고, 상장업체 가운데는 중국 기업 차이나킹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에도 증가하지 않았다.
한 코스닥기업 IR담당자는 "주주총회 관련해서 소액주주들의 문의는 극히 적다"며 "전자투표를 도입한다고 해도 그 비용과 보안상 유지 문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코스닥 상장사들이 다른 회사의 눈치만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은 없다.
다른 코스닥기업 관계자는 "현재 우리 회사는 대주주 지분율이 30%가 넘어 주주총회 개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감사선임, 정관변경 시에만 섀도 보팅을 이용해왔다"며 "지난해 결산 주주총회에 단 1명의 주주만이 참석을 했으며 1명도 참석하지 않는 상장사 주총도 많은데 이처럼 섀도보팅을 폐지하는 것은 현장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주주 입장에서 감사 선임이 안 될 경우 회사에 대해 이미지가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특히 재무제표승인을 이사회에서 결의하고 주주총회에서 보고하면 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일부 회사는 아직 재무제표승인을 주주총회에서 결의한다. 이에 섀도보팅 폐지로 자칫 재무제표승인이 안되면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될 우려도 있다.
정진교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장은 "현재 섀도보팅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확실한 제도가 없다"며 "소수의 주식을 가진 경영진이 섀도 보팅을 등에 업고 경영권을 행사한다는 지적은 의미가 있지만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전면폐지보다 감사선임에 한해 섀도보팅을 인정하거나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에 한해 섀도 보팅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제언이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